제도는 늘어나는데 판매전문사는 뒷전… GA업계 ‘부글’

제도는 늘어나는데 판매전문사는 뒷전… GA업계 ‘부글’

기사승인 2026-01-27 06:00:10
금융당국의 보험 판매 수수료 체계 개편이 가시화되면서 법인보험대리점(GA)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프리픽

금융당국의 보험 판매 수수료 체계 개편이 가시화되면서 법인보험대리점(GA)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과도한 선지급 관행과 불완전판매를 바로잡겠다는 정책 취지에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규제 부담만 커진 채 판매전문회사 도입 등 제도적 보완 논의는 여전히 답보 상태라는 불만이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14일 정례회의에서 보험상품 판매수수료 개편을 위한 보험업 감독규정 개정안을 의결했다. 유지관리수수료를 새로 도입하고, GA 소속 설계사에게 적용되는 이른바 ‘1200%룰’을 확대하는 한편 수수료 정보 공개를 대폭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불완전판매와 계약 초기 수수료 쏠림을 완화하고, 장기 유지와 사후 관리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이번 개편으로 GA가 가장 큰 변화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초기 모집 실적에 집중됐던 보상 체계가 계약 유지와 관리 성과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설계사 이탈과 조직 재편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흘러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GA의 경우 1200%룰 확대 적용과 비교·설명 의무 등 변경되는 제도가 많다”며 “별도 분과를 구성해 규제 준수를 위한 보험사–GA 간 전산 연계와 자료 제공 등 준비 상황을 점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하소연도 나온다. 판매수수료 상한제, 내부통제 강화, 리스크관리 체계 도입 등 각종 규제를 이미 수용해 온 상황에서, 판매전문회사 도입 논의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라는 이유에서다. 판매전문회사는 보험사와 독립된 금융회사로서 보험상품을 직접 판매·관리하고, 수수료율·사업비·보험료 협상권 등 GA보다 훨씬 넓은 권한을 갖는다.

GA업계는 2008년과 2015년에도 제도 도입을 추진했지만, ‘GA 교섭력 확대 우려’ 등을 둘러싼 보험사와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해 논의가 거듭 좌초됐다. 한 GA업계 관계자는 “GA가 규제 부담만 떠안고 지위 개선은 이뤄지지 않는 비대칭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며 “지속적인 양보와 감수에도 보험판매전문회사 도입만은 뒷전으로 밀리며 건설적인 논의조차 열리지 않고 변죽만 울려 피로감만 축적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GA업계 관계자는 “판매전문회사로 전환된다고 해서 당장 큰 금전적 이익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라며 “도입을 요구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법적 지위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GA의 법적 지위는 사실상 개인 설계사와 크게 다르지 않아, 고객 분쟁이나 소송이 발생해도 직접 당사자가 되지 못하고 ‘소송 참가인’에 머무는 구조”라며 “불완전판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실질적인 금전적 책임은 GA가 지고 있음에도 법적으로는 판매 주체로 인정받지 못하는 만큼, 그에 걸맞은 지위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판매전문회사 도입이 보험사에도 반드시 불리한 선택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관점에서 보면 판매전문회사가 고객 민원 접수 등 보험사가 직접 처리해 온 업무를 맡게 되면서 오히려 보험사의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며 “보험사가 판매전문회사를 반대할 이유는 크지 않다”고 강조했다.

다만 제도 도입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내부통제 역량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남아 있어서다.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경우 GA가 1차 배상 책임을 수행하려면 충분한 재무 여력은 물론 IT·준법·사후관리 체계 전반이 뒷받침돼야 한다. 판매 규모와 영향력이 확대된 속도에 비해 위험관리와 내부통제 역량은 아직 충분히 성숙하지 않았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특히 중소 GA의 퇴출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소 자본금 20억원, 배상책임 요건, 준법감시인 의무 등 사실상 금융회사 수준의 요건이 담겨 있어 중소 GA에는 제도권 배제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본금 요건과 내부통제 조직 구축에 더해 보험금 지급 업무까지 감당해야 한다면 중소형 GA로서는 현실적으로 버티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미현 기자
mhyunk@kukinews.com
김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