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새해부터 ‘생산적 금융’ 박차…건전성 부담은 딜레마

금융권, 새해부터 ‘생산적 금융’ 박차…건전성 부담은 딜레마

전진 기지 구축부터 자금 투입 확대까지

기사승인 2026-01-27 06:00:10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새해 들어 금융권이 생산적 금융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생산적 금융 지원 계획을 구체화하고, 이를 총괄할 전담 조직도 잇달아 출범시키며 실행력을 높이는 모습이다. 다만 막대한 자금 투입이 본격화되는 만큼, 은행권의 건전성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6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민간 업권과 정책금융은 향후 5년간 총 1240조원을 생산적 금융에 투입할 계획이다. 민간 업권의 지원계획 규모는 총 614조원으로 지난해 10월 발표한 규모(525조원)보다 늘었다. 업권별로는 금융지주 584조원, 증권사 22조5000억원, 보험사 36조6000억원 등이다. 

금융권은 이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를 총괄할 전진 기지부터 구축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지난 23일 ‘생산적금융 특별위원회’를 출범했다. 특위에서는 △모험자본·에쿼티(Equity, 지분) 분과 △투·융자 활성화 분과 △국민성장펀드 분과 △포용금융 분과 총 4개 분과를 운영하며 NH농협금융의 지휘부 역할을 수행할 계획이다. 

신한금융도 ‘그룹 생산적 금융 추진단’을 새롭게 발족했다.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그룹 생산적금융추진위원회’의 경우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이 직접 위원장을 맡는다. 실행 조직으로는 신한은행 내 생산포용금융부를 신설했다. 이미 6조원 규모의 생산적 금융 성장지원 패키지를 가동해 고금리 대출을 이용 중인 중소기업의 원금을 깎아주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우리금융은 투자은행(IB) 그룹과 기업그룹에 각각 투·융자 전담 조직을 신설했다. 우리은행은 기업들이 집중돼 있는 서울 강남 지역에 첨단전략산업 기업을 전담하는 ‘강남 BIZ프라임센터’를 개점하고 생산적금융의 핵심 거점으로 삼았다.

KB금융은 연말 인사를 통해 ‘기업투자금융(CIB) 마켓부문’을 새로 만들어 그룹의 전략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를 구축했다. KB국민은행에는 실행 조직인 영업기획그룹 산하에 성장금융추진본부를 뒀다.

자금 투입 규모를 늘리는 모습도 포착된다. 하나금융은 올해 생산적 금융 공급 규모를 기존 계획대비 1조6000억원 증액한 17조8000억원으로 확정했다. 세부적으로는 △첨단인프라 및 AI분야 2조5000억원 △모험자본·지역균형발전 등 직접투자 2조5000억원 △경제성장전략을 반영한 핵심 첨단산업 242개 업종 10조원 △K-밸류체인·수출공급망 지원 2조8000억원 등이다. 

단순한 공급 확대를 넘어 자금 집행 방식에서도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이날 피인수 기업의 미래 현금창출 능력과 사업 성장성을 중심으로 정밀 분석하는 자체 개발 인수금융 신용평가모형을 새로 도입했다. 기존의 담보나 과거 실적에 치중하는 평가 방식에서 벗어나, 성장 가능성과 혁신성이 높은 기업에 자금을 공급해 정부의 생산적 금융 취지에 부응한다는 취지다. 

다만 이 같은 대규모 자금 투입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제도적 기반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담보 여력이 부족하지만 미래 성장성이 높은 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려면 은행권의 건전성 부담을 완화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담보 중심 여신에서 벗어나 기업에 투자하는 구조는 사실상 벤처캐피탈의 역할에 가까워 1금융권의 건전성 리스크 관리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정책금융기관의 보증 확대 등 기존 예금기관의 투자를 뒷받침할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생산적 금융이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금융사 내부의 동기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21일 금융업권 생산적 금융협의체에서 “생산적 금융을 일부 부서나 담당자의 과제가 아니라 조직 전체의 목표로 만들기 위해서는 핵심성과지표(KPI)를 포함한 보상체계와 투자에 따른 리스크 부담 구조 등 인사·조직·성과관리 체계 전반의 재설계가 필요하다”며 “주요 금융사들이 중심이 돼 선도적인 모범 사례를 만들고 이를 금융권 전체로 공유·확산해 달라”고 말했다. 

김태은 기자
taeeun@kukinews.com
김태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