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 불이행 지목한 트럼프…韓美관세 15%→25% 카드, 왜

합의 불이행 지목한 트럼프…韓美관세 15%→25% 카드, 왜

대미투자특별법 계류 문제 삼아
靑 “공식 통보 없어, 긴급 대응 착수”

기사승인 2026-01-27 09:58:01 업데이트 2026-01-27 11:08:4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한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기존 15%에서 25%로 다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이유로 “한국 국회가 미국과의 무역 합의를 비준하지 않아 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SNS인 트루스 소셜에 올린 글에서 “한국 입법부가 미국과 한국 간 합의를 지키지 않고 있다”며 “이에 따라 자동차, 목재, 의약품 등 모든 상호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다만 공식 행정명령 발동이나 연방 관보 게재는 아직 이뤄지지 않아, 실제 관세 인상 적용 시점과 범위는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합의’는 2025년 10월 29일 한미 정상 간에 발표된 무역·투자 관련 합의를 가리킨다. 당시 양국은 일정 규모의 한국의 대미 투자를 전제로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 등을 포함한 일부 품목의 관세를 인하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제 삼은 ‘한국 국회의 비준’은 해당 합의 이행을 위한 국내 입법 절차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 정부는 합의에 따른 대미 투자 이행을 위해 지난해 11월 26일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대미투자특별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법안은 정부가 미국과 합의한 투자 약속을 실제로 집행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해당 법안은 국회에 상정된 이후 현재까지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비준이 필요한지 여부를 두고도 정치권 내 의견이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은 당시 대미 투자 합의가 양해각서(MOU) 성격에 가깝다는 점을 들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같은 조약 수준의 국회 비준이 필요한 사안인지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반면 국민의힘은 합의 내용을 국회 차원에서 검증해야 한다며 비준 절차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자신의 SNS인 트루스 소셜에 올린 글에서 “한국 입법부가 미국과 한국 간 합의를 지키지 않고 있다”며 “이에 따라 자동차, 목재, 의약품 등 모든 상호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트루스 소셜 갈무리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의 배경으로 최근 한미 간 민감 현안으로 떠오른 쿠팡 관련 이슈가 작용했을 가능성도 거론한다. 지난 23일 김민석 국무총리는 워싱턴DC에서 J. D. 밴스 미국 부통령과 면담했는데, 밴스 부통령이 자리에 앉자마자 쿠팡 문제를 먼저 꺼냈다는 사실을 김 총리 스스로 공개했다. 해당 면담과 관련해 구체적인 발언 수위나 맥락은 김 총리의 설명 외에는 알려진 바 없어 실제 압박 강도가 어느 수준이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김 총리는 이후 특파원단과의 간담회에서 한미 관계가 “개별 기업의 로비에 흔들리지 않는 수준”이라고 강조했으나, 트럼프 행정부 역시 같은 인식을 공유하고 있는지는 불분명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는 쿠팡이 대기업이든 개별 기업이든 간에, 한국에 대한 통상 압박의 명분을 제공한다면 이를 활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미국 내 정치·치안 환경이 악화하고 있는 점도 트럼프 행정부가 대외 통상 이슈에서 강경한 메시지를 내놓는 배경으로 거론된다. 최근 미네소타주에서 연방 이민단속국(ICE) 소속 요원의 총격으로 미국 시민 2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강경 이민 정책을 둘러싼 미국 내 정치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외 정책 성과를 부각할 필요성이 트럼프 정부의 통상 압박 기조를 자극했을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와 관련해 “미국 정부로부터 공식적인 통보를 아직 받지 못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외교·통상 당국 차원의 대응 방안이 논의 중이며, 27일 오전 정책실장 주재로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긴급 대책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현재 캐나다에 체류 중인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조속히 미국을 방문해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만나 관련 사안을 협의할 계획이다.

청와대 대변인실은 “트럼프 대통령이 트루스 소셜을 통해 한국 국회의 대미 전략투자특별법 상정 지연을 이유로 자동차 품목관세와 상호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게시했다”며 “미국 정부로부터 공식 통보나 세부 설명은 아직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늘 오전 정책실장 주재로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대책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승은 기자
selee2312@kukinews.com
이승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