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손 들어준 법원…홍콩 ELS 제재 수위 달라질까

은행 손 들어준 법원…홍콩 ELS 제재 수위 달라질까

기사승인 2026-01-28 06:00:05 업데이트 2026-01-28 08:42:39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법원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과 관련해 은행의 행위를 설명의무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리면서 최대 2조원 규모의 과징금을 예고한 금융감독원의 제재 논리가 흔들리고 있다. 오는 29일 열릴 금감원의 2차 제재심의위원회를 앞두고 제재 수위를 둘러싼 기류 변화 가능성에 금융권의 관심이 쏠리는 모습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오는 29일 홍콩 ELS 불완전판매 혐의에 대한 2차 제재심을 개최한다. 은행권 입장을 전달한 1차 제재심에 이어 2차 제재심에서는 은행권 제재 수위와 과징금 규모를 논의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제22민사부는 지난 16일 홍콩 H지수 ELS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투자자가 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10억원 규모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과거 20년 지수 변동자료 및 수익률 모의실험 자료를 제공하지 않았어도 은행이 설명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히 장래 지수 변동에 따른 손익을 가늠해 투자를 결정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투자자 책임이라고 적시했다. 

홍콩H지수 ELS는 2021년 초 이후 판매 물량을 중심으로 지수가 급락하면서 3년 만기 도래 시점에 대규모 원금 손실 사태가 발생했다. 은행권이 판매한 홍콩 ELS 규모는 총 16조 3000억원에 달한다. 은행별로 △KB국민은행 8조1972억원 △신한은행 2조3701억원 △NH농협은행 2조1310억원 △하나은행 2조1183억원 △우리은행 413억원이다. 

현행 금소법은 금융회사가 위법 행위로 얻은 ‘수입’ 또는 그에 준하는 금액의 50% 이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사후 피해 회복 노력이 인정되면 과징금의 50% 이내에서 감경이 가능하다. 5개 은행은 금감원 가이드라인에 따라 홍콩 ELS 손실을 본 투자자 가운데 약 96%에 대해 1조3000억원가량의 자율 배상을 진행한 바 있다.

이에 금감원은 홍콩 ELS 불완전판매를 이유로 은행권에 최대 2조원 규모의 과징금을 예고했다. 사전 통보를 받은 은행은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NH농협은행, SC제일은행 등 5곳이다. 우리은행은 상대적으로 판매 규모가 적어 사전 통지 대상에서 제외됐다.

“일부 사례 재재 감경 기대”

법원의 이번 판결은 금감원의 과징금 부과 논리와 일부 배치된다. 금감원은 은행이 손실 위험 분석 기간을 임의변경해 손실률을 축소 기재하거나 수익률 모의실험 결과를 아예 누락해 ‘설명 의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해 왔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은 투자 위험 등을 충분히 설명하고 관련 설명서를 교부하며 설명 내용을 왜곡하거나 누락하지 않도록 하는 ‘설명의무 준수’를 6대 판매 원칙 중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로 일부 사례에 대해서는 제재 규모가 조정될 여지가 생겼다는 기대가 나온다. 법원의 판단이 개별 사안에 대한 것이긴 하나 향후 유사 판매 사례를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참고 기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 교수는 “이번 원고 패소 판결은 ‘투자자 자기책임의 원칙’을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금감원이 제시한 2조원대 과징금의 핵심 근거인 설명의무 위반 논리를 일부 약화시켜, 향후 은행권 소명 과정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판매 케이스마다 재판 결과는 다르게 나올 것이라 단일 재판만으로 판단하긴 어렵다”면서도 “다만 이번 판결을 계기로 금감원 내부에서도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경감 여부를 고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는 있다”고 말했다. 

“제재심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

반면 법원의 판단이 곧바로 제재심의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판결은 개별 투자자에 대한 민사 소송 1심 판결이라는 점에서 행정 처분 판단인 금감원 제재 수위에 변동을 주긴 어렵다는 것이다. 

김광중 법무법인 유한 클라스한결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민사 소송인 만큼 개별 투자자의 투자 이력 등 특수한 사정이 상당 부분 반영된 판결로 보인다”며 “다만 행정 처분에서의 판단은 특정 투자자의 책임 여부가 아니라 전체 판매 과정에서 설명의무가 제대로 이행됐는지를 기준으로 이뤄진다. 손실 위험 분석 기간 축소나 수익률 모의실험 누락 자체는 사실로 인정된 만큼 개별 사건의 영향이 제재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 역시 “투자자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오면서 새로운 방향이 제시됐다”면서도 “제재 수위가 확정되는 금융위 정례회의까진 아직 한참 남은 만큼 재판 결과 하나로 크게 동요하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2차 제재심 이후에도 최종 제재 수위 확정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통상 사전 통보 이후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제재 수위를 의결하고,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를 거쳐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최종 확정하는 절차를 밟는다. 은행권에는 증선위에서 추가 소명 기회가 주어질 예정이다.
김태은 기자
taeeun@kukinews.com
김태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