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진호의 AI, 사람을 향하다] AI는 취업을 준비하는 나를 도와줄 수 있을까?

[금진호의 AI, 사람을 향하다] AI는 취업을 준비하는 나를 도와줄 수 있을까?

금진호 목원대학교 겸임교수/인간 중심 AI 저자 

기사승인 2026-01-28 10:58:34
금진호 목원대학교 겸임교수/인간 중심 AI 저자 

취업 시즌이다. 경기가 좋지 않다는 뉴스는 여전하고 취업을 준비하는 취준생은 여전히 잠을 이루지 못한다. 그런데 면접을 앞둔 밤은 이상하다. 시계 초침 소리는 평소보다 또렷하고, 침대에 누워 있어도 몸은 쉬지 못한다. 이미 수십 번 연습한 자기소개가 머릿속에서 다시 시작된다. 말은 외웠는데, 마음은 여전히 떨린다. 그때 문득 이런 상상을 해본다. 만약 누군가 옆에서 조용히 말해준다면 어떨까.

“조금만 천천히 말해도 괜찮아요.”, “이 경험, 당신에게 꽤 중요한 것 같아요.” 그 누군가가 사람이 아니라, AI라면 어떨까? 

AI가 취업을 코치하고 면접까지 도와주는 시대. 이제는 이런 질문이 낯설지 않다. 이미 시작된 이야기다. 요즘 취업 준비생의 책상 위에는 전공 서적과 채용 공고 사이에 조용히 켜진 AI 창 하나쯤은 있다. 이력서를 올리면 문장을 정리해주고, 자기소개서를 입력하면 논리의 흐름을 짚어준다. 

“이 문장은 너무 추상적입니다.”, “여기서는 숫자나 결과가 있으면 좋아요.” 예전 같았으면 선배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봤을 말들이다. 혹은 답을 찾지 못한 채 혼자 고민했을 질문들이다.

AI는 그 질문에 즉각 대답한다. 감정 없이, 피로 없이, 늘 같은 온도로. 그래서 우리는 가끔 착각한다. 이 기계가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것 같다고. 

면접을 위해 카메라 앞에 앉아 질문을 받는다. 요즘 어느 기업이나 다 한다는 AI 면접이다. AI 면접 연습 프로그램은 내가 말하는 속도와 시선, 짧은 침묵의 길이까지 기록한다. 

Gemini로 생성한 이미지.

“답변이 길어집니다.”, “핵심이 조금 늦게 나옵니다.” 맞는 말이다. 그래서 더 힘들다. AI는 틀린 말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위로도 하지 않는다. 다만 사실을 보여줄 뿐이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스친다. 면접이 정말 이렇게 정확해야만 하는 자리일까. 면접은 ‘완벽한 답’의 자리가 아니다. 면접장은 시험장이 아니고 정해진 정답을 얼마나 잘 외웠는지를 묻는 곳도 아니다. 면접관이 보고 싶은 것은 문장보다 사람이고, 결과보다 과정이며, 말보다 태도다. 

어떤 대답은 매끄럽지 않아도 오래 남는다. 조금 서툴러도 진심이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AI는 그 미묘한 떨림을 이해하지 못한다. AI는 “잘 말하는 법”은 가르쳐 줄 수 있지만, “왜 이 말이 당신에게 중요한지”까지는 대신 살아주지 못한다. 그렇다고 AI가 불필요하다는 말은 아니다. 취업 준비는 생각보다 외롭기 때문이다. 누군가 “이 정도면 괜찮다”고 말해주지 않으면

우리는 스스로를 끝없이 의심한다. 어디가 부족한지 몰라 같은 문장을 수십 번 고친다. AI는 적어도 말해준다. “여기는 강점입니다.”, “이 방향은 나쁘지 않습니다.” 따뜻한 말은 아니지만, 아무 말도 없는 밤보다는 낫다. 

AI는 혼자 버티는 사람 곁에 놓인 조용한 연습 상대다. 문 앞에서, AI는 멈춘다. 면접장 문 앞에서 AI는 더 이상 따라오지 못한다. 그 문을 여는 건 결국 사람이다. 예상하지 못한 질문, 면접관의 표정, 면접장의 공기, 그 모든 것은 데이터가 아니라 감각의 영역이다. 이때 필요한 건 완벽한 문장이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다. AI는 연습을 도와줄 수는 있어도, 그 자리에 대신 서줄 수는 없다. 그래서 질문은 이렇게 바뀐다

“AI가 취업을 대신해줄 수 있을까?”가 아니라 “AI와 함께 준비한 나는 어떤 사람인가?”

AI의 도움을 받되, 그 답변의 책임을 지는 사람. 추천받은 문장을 자기 언어로 다시 말할 수 있는 사람. 아마도 AI 시대의 면접은 그 균형을 보는 자리일 것이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면접 전날 밤에 필요한 건 변하지 않는다. “괜찮아”, “지금까지 잘해왔어” 그 마지막 문장은, 여전히 내가 말해야 한다.

홍석원 기자
001hong@kukinews.com
홍석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