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조각투자 토큰증권(STO) 장외거래소 예비인가 결정을 또다시 미뤘다. 인가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된 만큼, 내부 검토가 더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는 이날 정례회의에서 STO 장외거래소 예비인가 신청 안건을 상정하지 않았다. 당초 이날 회의에서 예비인가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두 차례 연속으로 심의가 뒤로 밀린 셈이다. 이에 시장에서 거론되던 ‘1월 중 결론’ 시나리오는 사실상 무산됐다.
앞서 금융위는 산하 증권선물위원회 심사를 거쳐 △한국거래소-코스콤 컨소시엄(KDX)과 △넥스트레이드-뮤직카우 컨소시엄(NXT)을 STO 장외거래소 우선 사업자로 판단해 둔 상태였다. 혁신금융(규제 샌드박스)을 통해 7년간 STO 유통 서비스를 운영해 온 스타트업 루센트블록은 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각투자(STO, Security Token Offering)는 미술품·음원·부동산 등 실물자산을 디지털 토큰으로 쪼개 소액 투자할 수 있는 금융서비스다. 이 중 장외거래소란, 이러한 조각 형태의 증권을 투자자 간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도록 연결하는 유통시장이다.
하지만 루센트블록 측이 증선위 심사 결과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제기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루센트블록은 이달 12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NXT가 협업·투자를 명분으로 자사 재무정보·사업계획·핵심 기술까지 제공받은 뒤, 단독으로 장외거래소 인가를 신청했다”며 기술 탈취 및 불공정 심사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넥스트레이드와 한국거래소 컨소시엄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데 이어 “기득권 연합에 혁신 스타트업이 밀려났다”고 비판했다.
여기에 대통령이 직접 관련 내용을 언급하면서 심사 과정 전반에 대한 관심과 논란은 더 커졌다. 앞서 지난 20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조각투자 허가 문제는 어떻게 하기로 결론 냈나. 떨어진 사람은 무조건 억울하다고 생각하니까 최대한 납득할 수 있게 잘 설명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위 내부에서는 장외거래소 사업자를 2~3곳까지 선정하는 방안을 두고 고심을 거듭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일단 증선위 단계에서 한국거래소·NXT 컨소시엄에 ‘적합’ 의견을 낸 뒤에도, 루센트블록 탈락에 따른 정치·여론 부담과 기술 탈취 진정, 공정성 시빗거리가 한꺼번에 불거지면서 최종 의결을 서두르기 어렵다는 기류가 강해진 것으로 보인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이날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구체적인 인가 방향에 대한 언급은 피하면서도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현재 인가 프로세스를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언급은 어렵다”면서도 “어떤 결과가 나오든 그 과정은 공정하고 투명해야 하며, 결정에 대해서도 소상하고 상세하게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별도로 설명할 기회를 만들어 한 치도 거리낌 없이 공개하겠다는 각오”라며 “시장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절차 전반을 점검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업계에서는 사업자 선정 소관 부처인 금융위가 외풍을 겪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플랫폼 사업자를 선정하는 건 매우 중대한 사안인데, 마치 기자간담회나 여론의 압박만으로 결정이 바뀔 수 있다는 인식이 심어질 수 있다”면서 “금융당국에 대한 신뢰와 심사 공정성 등 많은 것이 달린 사안이라 고심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