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노쇼사기' 한국인 조직원 52명 구속, 2명 수배

캄보디아 '노쇼사기' 한국인 조직원 52명 구속, 2명 수배

144개 관공서 사칭 71억 편취

기사승인 2026-01-29 12:13:02 업데이트 2026-01-29 12:19:24
강제 송환된 피의자들이 공항 입국장에서 나오고 있다. 부산경찰청 제공.

캄보디아에서 강제 송환된 노쇼 사기 범죄단체 '홍후이 그룹' 조직에 대해 수사를 벌인 결과 이들은 역할과 팀을 나눠 71억 원 상당을 뜯어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조직원 52명 전원을 구속했다.

부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범정부 초국가범죄 특별대응 태스크포스(TF)를 통해 보디아에서 강제 송환된 범죄단체 조직원 총 52명(단체송환49, 조기 귀국3)에 대한 수사 결과를 29일 공개했다.

피의자들은 지난해 8월 22일부터 12월 9일까지 공공기관, 병원 등 144개 기관을 사칭해 특정 거래처에서 물품을 대리구매 해 달라고 한 뒤 대금을 편취하는 '노쇼 사기' 방식으로 피해자 210명에게서 71억 원 상당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실제 사례를 보면 피의자들은 모 품질원 과장을 사칭해 "감사 부서에서 점검을 나오는데 소음측정기가 급하게 필요하다. 알려주는 납품업체에서 소음측정기 100대를 대신 구매해 주면 대금을 지급하겠다. 납품업체 단가보다 80만 원 높게 예산을 책정할 테니 도와달라"고 속여 피해자가 납품업체에 입금하게 하는 방법으로 2억 7700만 원을 편취했다. 

이들은 홍후이 그룹이라는 노쇼 사기 범죄조직으로 중국인 총책, 중국인 관리책, 한국인 관리책, 팀장, 팀원 직급 체계를 갖추고 있고 총 5개 팀으로 구성돼 있다.

조직원들은 자발적으로 사기 조직에 가담했고 범죄수익금에 대한 성과급을 분배받기 위해 피해자들을 적극적으로 속여 금원을 편취한 점이 증거를 통해 다수 확인됐다.

이들은 직급과는 별개로 '1선'과 '2선'으로 역할을 나눠 맡았다. 1선은 범행 대상 업체 정보를 수집하고 위조한 명함이나 공문을 보내며 거래를 제안한 뒤 특정 업체로부터 대리구매를 요청하며 2선과 연결해줬다.

위조 명함․거래명세서․사업자등록증 발췌본. 부산경찰청 제공.

피해자가 2선에 연락하면 2선은 위조한 사업자등록증ㆍ견적서를 피해자에게 보내주고 자신들이 지정하는 대포통장 계좌로 피해금을 송금하게 해 이를 편취했다.

피의자들은 관공서와 원활한 거래 관계를 유지하려는 심리, 판매자가 소비자들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렵다는 심리를 악용했다. 각 기관의 수의계약 정보를 파악해 계약 정보 및 대표자 이름을 확인한 다음 그에 맞는 범행 시나리오를 만들어 배포하기도 했다.

중국인 총책은 조직원 개인별로 매일 50건 이상 범행할 것을 지시하고 사칭 대상 범위를 늘려가며 범행에 이용되는 정보를 확대해 간 것으로 파악됐다. 또 각 팀은 범행이 겹치지 않도록 사칭할 기관과 피해 대상 업체들을 날짜별로 배분받았다.

피의자 52명 중 3명은 자진 귀국했고 49명은 지난 23일 강제 송환됐다. 피의자들의 연령대는 20대 21명, 30대 24명, 40대 7명이며 가장 어린 피의자는 2005년생 20세다. 성별은 남성 48명, 여성 4명이다.

피의자들은 기본급ㆍ성과급을 받는 조건으로 사기 조직에 가담했으나 대다수는 실적이 저조해 기본급조차 제대로 받지 못했고 범죄 수익 대부분은 중국인 총책이 가져갔다고 진술했다. 

이들 조직이 사용한 건물 입구에는 전기충격봉을 소지한 경비원이 있어 일반인 출입이 엄격하게 통제됐다. 다만 우회 통로가 있어 일부 피의자들은 건물 안팎을 쉽게 오갈 수 있었다고 한다. 상당수 피의자는 건물 내에서만 지내야 했지만, 건물 내에 카지노, 식당 등 시설이 있었다.

홍후이 그룹 범죄 조직도. 부산경찰청 제공.

일부  피의자들은 혐의를 부인하며 자신들이 납치, 감금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경찰은 피의자들 SNS에 피해업체와 통화한 뒤 피해자를 조롱하는 내용, 범인 10명 모두가 각각 하루에 1억 원 이상의 범행을 성공한 뒤 현지 유흥업소에 가자는 내용 등을 통해 이들이 사기 범행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 중 상당수가 처음에는 대포통장·전화를 판매하면서 피싱 범행에 연루되기 시작했고 이후에는 브로커 등을 통해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적극적으로 범죄조직에 가담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일부는 도박 빚 등 채무에 허덕이다가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말에 현혹돼 브로커를 만나 항공권을 제공받고 캄보디아에 입국했는데 여권ㆍ휴대폰을 빼앗긴 상태로 범행에 가담하게 됐다고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피의자들은 전기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및 범죄단체가입 등 혐의로 구속 상태에서 재판받게 된다. 

경찰은 범정부 초국가범죄 특별대응 T/F를 통해 지난 단속에서 검거되지 않은 한국인 여성 관리책 A 씨 등 2명에 대해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와 국제 공조수사를 진행하고 범죄수익의 추적·환수 또한 철저히 한다는 계획이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최근 노쇼 사기 사건을 보면 관공서·공공기관을 비롯해 기업·병원 등 사칭하는 대상이 확대되고 있다"며 "시나리오가 계속 진화하는 만큼 예약을 받으면 반드시 해당 기관의 공식 전화번호로 확인하는 절차를 거칠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누구든지 대리로 구매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노쇼 사기의 전형적인 형태이니, 구매대리 요청에는 절대 응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부산경찰청은 지난해 10월부터 이들 조직에 대한 수사를 벌여왔다. 그러던 중 피의자들이 한국과 캄보디아 경찰로 구성된 '코리아전담반'에 의해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검거됐다.

작년에 경찰청으로부터 '집중수사관서'로 지정된 부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캄보디아에 수사관 10명을 파견하고 TF를 구성했다. TF는 수사를 통해 당초 피해자 76명에게 17억 8000만 원을 편취한 혐의 외 추가 범행을 밝혀냈다. 이로써 피해 규모는 피해자 총 210명, 피해액 71억 원으로 확대됐다. 

손연우 기자
syw@kukinews.com
손연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