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장기요양기관에서 위생원은 주로 ‘세탁’을 담당하며, ‘청소’ 등은 부수적으로 수행하는 직무로 구분된다. 이러한 위생원의 업무 특성에 대한 해석은 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이나 일부 법원의 판단에서도 동일하게 전제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직무 구분이 지나치게 형식적 기준으로 작동하면서, 현장의 실제 업무 수행과 충돌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장기요양기관은 고용된 위생원이 대형 세탁기와 건조기 등 자동화 기기를 통해 세탁업무를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세탁기나 건조기 작동 1회당 평균 2시간 이상 소요된다.
그런데 공단은 위생원이 세탁기를 작동시키고 기계 앞에 머무르는 경우에는 이를 ‘정상적인 세탁업무 수행’으로 간주하여 근무시간으로 인정하는 반면, 같은 시간 동안 위생원이 잠시 기계실을 벗어나 기관의 다른 공간에서 요양보호사의 단순업무(예: 침상 정리, 식사 보조, 환경정리 등)를 도운 경우에는 그 시간을 근무시간에서 제외하는 해석을 하고 있다.
즉, 기계가 돌아가는 상당한 시간 동안 기계 앞에 앉아 있으면 근무로 인정되고, 오히려 그 시간에 실질적으로 기관 운영에 기여했을 경우에는 오히려 ‘직무 이탈’로 간주되어 근무시간 산정에서 제외되는 것이다.
이는 위생원의 실제 업무 환경과 기관 운영의 유연한 인력 활용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형식적이고 경직된 행정 기준이다. 위생원은 세탁기 가동 시간에 ‘놀고 있는 사람’이 아니다. 기계 작동하고 있는 시간에 기계실 이외 공간에서 기관 운영을 일부 돕고 있다고 하여 이를 자동적으로 ‘위생원 비근무 시간’이 되어야 할 이유는 없다.
더욱이 장기요양기관은 고정된 인력 배치 외에도 긴급상황, 급박한 케어 업무 등으로 인해 실시간으로 협업이 이루어지는 복합적 노동 환경이다. 인력이 모자란 시간대에 위생원이 일시적으로 다른 종사자의 단순 업무를 돕는 것은 오히려 적극적인 협업 행위로 평가되어야 할 일이지, 제재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단은 위와 같은 시간에 대해 위생원의 ‘근무 공백’으로 판단하고, 위생원 인력배치기준 위반을 이유로 요양급여비용의 일부도 아닌 전액을 환수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실제로 수천만 원에서 수억원에 이르는 환수처분이 기관 운영에 심각한 부담을 초래하고 있으며, 위생원 역시 자발적인 타 종사자 도움으로 인한 환수처분으로 사기 저하와 기관 내 불필요한 긴장도 유발하고 있다.
현행 제도의 문제는 위생원의 직무를 지나치게 세탁이라는 단일 행위로 고정하고, 그 외의 보조적·협력적 노동을 '타 직종 업무'로 분리하여 불이익을 주는 기준에 있다. 이것이야말로 ‘기계는 일하는데 사람은 일하면 안 되는’ 이상한 구조를 만들어낸 셈이다.
공단은 장기요양기관의 인력운영 실태와 현장 노동의 실질에 대한 실사 기반의 검토를 통해, 보다 합리적인 종사자 근무시간 인정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직무’란 정해진 기능만 수행하는 기계적 개념이 아니라, 현장의 수요와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되어야 하는 실천적 개념이다. 직종 간 경계를 넘어선 유연한 협업이 수급자에게 더 나은 서비스로 이어진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특히 위생원의 업무를 ‘세탁, 청소 등 환경위생관리 업무 전반’으로 폭넓게 인정하고, 각 기관의 시설 및 인력 현황, 업무 부담 비중 등을 고려하여 기관 운영자가 자율적으로 업무의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도록 재량을 부여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물론 유연한 적용이 장기요양기관의 인건비 절감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위생원의 손이 다른 곳을 잠시 거들었다고 해서 근무가 아니라고 판단하는 방식은 제도와 현실을 단절시키는 형식적 행정의 대표적 사례다. ‘사람을 위한 제도’라면, 그 사람이 일한 시간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
조병기 변호사(대한변호사협회 등록 행정법, 노동법 전문 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