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바둑의 살아있는 전설 조훈현 9단(73)이 자신의 최연소 입단 기록을 63년 만에 갈아치운 ‘바둑 천재’ 유하준 1단(9)을 정선으로 제압하면서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케 했다.
조훈현 9단은 30일 오후 1시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SOOPER MATCH 세대를 잇다’ 특별 대국(정선)에서 유하준 1단에게 281수 만에 백으로 2집승을 거뒀다.
이번 대국은 시작 전부터 바둑계 안팎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조훈현 9단이 1962년 세운 세계 최연소 입단 기록(9세7개월5일)을 지난 2025년 12월 유하준 1단이 9세6개월12일의 기록으로 경신했기 때문이다. 한국 바둑 과거와 미래를 상징하는 두 기사의 만남은 그 자체로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대국은 유하준 1단이 흑을 잡고 덤을 공제하지 않는 ‘정선’ 방식으로 진행됐다. 과거 ‘전신(戰神)’으로 불린 바 있는 조훈현 9단과 패기 넘치는 신예의 대결답게, 초반부터 격전이 벌어졌다. 좌상 전투에서 유하준은 요석 흑 두점을 버리는 기지를 발휘해 우위를 잡았으나 조훈현 9단이 노련하게 중앙을 삭감하며 집으로 추격하자 금세 국면이 미세해졌다. 이후 끝내기에서 조훈현 9단이 득점을 올리며 역전에 성공, 녹슬지 않은 관록의 힘을 과시했다.
국후 조훈현 9단은 “대국 도중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대국 내용도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면서 “‘제2의 신진서’가 될 수 있을지는 본인 노력 여하에 달렸다. 창호(이창호 9단)가 그랬듯, 남들이 4~6시간 공부할 때 10시간, 20시간 공부해야 일류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 9단은 ”앞으로 한국 바둑을 이끌어 갈 인재로 성장하길 기대한다“고 유하준 1단에게 따뜻한 덕담을 건넸다.
이날 대국을 해설한 박정상 9단은 “유하준 1단이 독창적인 수법을 구사해 놀랐고, 전투나 판단력 부분에서 천재적인 재능을 갖췄다고 생각한다”고 극찬하면서 “앞으로 시간이 많은 만큼 경솔함과 계산적인 부분 약점을 보완하면 세계 최고의 기사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유하준 1단의 기재(棋才)를 높게 평가했다.
한편 지난해 12월18일 제3회 12세 이하 입단대회를 통과하며 프로에 입문한 유하준 1단은 입단 이후 프로기사 간 첫 대국에서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다만 이번 특별 대국은 정선으로 치러진 이벤트 매치로 공식 성적에는 반영되지 않는다.
‘SOOPER MATCH 세대를 잇다’는 후원사 SOOP과 바둑TV를 통해 생중계됐고, 버추얼 스트리머 ‘제갈금자’와 인기 스트리머들이 참여한 인터랙티브 중계 방식이 도입돼 MZ세대 바둑 팬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었다. 시간제는 각자 30분에 매 수 추가시간 30초가 추가되는 피셔 (시간 누적) 방식으로 진행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