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개미가 달라졌어요’…종목 비우고 ETF 채웠다

‘우리 개미가 달라졌어요’…종목 비우고 ETF 채웠다

‘기관 10조 순매수’ 뜯어보니 ‘개인’
퇴직연금·개인연금 활용 장기 자금 ETF로 유입 
ETF 순매수→코스닥 상위주 유입→지수상승 ‘선순환’

기사승인 2026-02-01 06:02:04
지난 한 주 코스닥 지수가 15.6% 급등하며 1150선 부근까지 치솟았다. 그래픽=임성영 기자.

코스닥 지수가 지난 한 주 15.6% 급등하며 1150선 부근까지 치솟았다. 겉으로는 개인이 대규모 순매도에 나서 ‘천스닥 랠리’에서 소외된 듯한 그림이 연출됐다. 그러나 수급 장부를 들여다보면, 개인의 ETF 매수가 코스닥 랠리에 일정 부분 기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맞물려 개별 종목 단타에서 벗어나 지수·섹터 상장지수펀드(ETF)와 연금 자금을 통해 코스닥 상위주에 우회 베팅하는 투자 전략이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31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지난 5거래일(26~30일)간 개인 투자자는 코스닥 시장에서 총 10조1269억원 규모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기관은 9조9544억원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금융투자가 9조2625억원 규모로 순매수해 기관 순매수 물량 대부분을 차지했다. 

‘기관 10조 순매수’ 뜯어보니 ‘개인’

표면적인 숫자만 보면 코스닥 랠리는 기관이 이끄는 것처럼 보이지만, 일부 시장 참여자들은 그 이면에 개인 자금의 영향이 반영돼 있을 가능성에 주목한다. 개인이 코스닥 150 지수를 추종하는 ETF를 대거 사들이면, 이 물량의 유동성을 공급하는 증권사(ETF LP)는 포지션에 대한 위험을 회피(Hedge)하기 위해 지수 구성 종목들을 현물로 매수한다. 이렇게 발생한 매수세가 거래소 통계상 금융투자 순매수로 잡히면서 개인의 ETF 매수가 기관 수급으로 집계되는 구조가 형성된다.

실제 개인 투자자의 투자 내역을 상세히 보면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같은 기간 개인은 KODEX 코스닥150을 2조6773억원어치 순매수해 가장 많이 사들였고, KODEX 코스닥150 레버리지(1조5607억원)는 세 번째로 많이 순매수한 종목으로 집계됐다. TIGER 코스닥150도 6486억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반면 에코프로(1조1948억원), 에코프로비엠(6320억원), 알테오젠(5444억원) 등 개별 성장주는 대거 팔았다.

지난 30일 하루에도 개인은 코스닥시장에서 약 9829억원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된다. 반면 기관은 약 1조3350억원 순매수 했는데 이중 기관에 포함되는 금융투자는 1조4907억원 매수우위를 보였다. 대신증권 크레온.   

퇴직연금·개인연금 활용 장기 자금 ETF로 유입 

업계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미국 증시의 장기 자금 유입 구조였던 ‘401k 장세’와 일부 유사한 측면이 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과거 코스닥이 ‘한탕주의’ 색채가 짙었다면, 최근엔 퇴직연금·개인연금 계좌를 활용한 중장년층의 자금 비중이 점차 높아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연금계좌 내에서는 개별 종목 매매가 제한되는 제도적 요인과 함께 ETF 투자 시 누릴 수 있는 과세 이연 및 절세 혜택이 자금 대이동의 촉매제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투자소득세 등 세제 환경 변화에 민감한 ‘스마트 개미’들이 직접투자 대신 연금 계좌를 통한 ETF 분산 투자로 방향을 튼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고객이나 지인들로부터 기존 보험이나 채권 위주의 연금 자산을 ETF로 갈아타려는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면서 “개인들의 투자 성향이 개별종목에서 ETF를 활용한 간접·분산 투자로 바뀌는 모습이 포착된다”고 말했다. 

지난 한 해 동안 개인은 국내 ETF를 30조6000억원어치 순매수한 반면, 주식은 11조6000억원가량 순매도했다. 국내 상장 ETF 순자산총액은 올 초 300조원을 돌파하며 본격적인 ‘간접투자 시대’가 열렸다.

ETF 순매수→코스닥 상위주 유입→지수상승 ‘선순환’

전문가들은 개인 투자자의 이런 행태 변화가 코스닥 상위주의 수급을 두텁게 만들며 지수 랠리에 추가 동력을 제공하고 있다고 본다. 코스닥150을 추종하는 지수형 ETF로 자금이 몰리면, 구성 종목인 시가총액 상위주를 중심으로 패시브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주가 탄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선순환 메커니즘’이 거론된다. 즉, ETF를 통한 간접 투자 방식이 최근 코스닥 랠리의 한 축으로 거론되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레버리지 등 일부 지수 ETF로의 자금 쏠림에 따른 우려도 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중소형주에서는 오히려 유동성이 빠져나가고 코스닥 150 중심의 상위 종목에만 수급이 몰리면서 장세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며 “지수만 추종하는 상품을 무작정 사는 게 바람직한 건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임성영 기자
rssy0202@kukinews.com
임성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