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데헌’ 아덴 조 “8살의 내가 루미를 봤다면…이 순간 기다려왔다” 눈물 [쿠키인터뷰]

‘케데헌’ 아덴 조 “8살의 내가 루미를 봤다면…이 순간 기다려왔다” 눈물 [쿠키인터뷰]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목소리 주연 아덴 조 인터뷰

기사승인 2026-02-02 09:00:04
배우 아덴 조. 웨이브나인 제공

“20년 넘게 배우로 활동하면서 이 순간을 기다려왔다는 느낌이 들어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루미의 목소리 연기를 맡은 배우 아덴 조(41)가 지난달 30일 서울 삼성동 모처에서 이같이 말하며 울컥했다. K팝을 소재로 한 작품과 자기 정체성을 녹인 캐릭터로 성공을 거둔 지금, 이제 스스로 인정받고 있다고 느끼는지 묻는 말에 대한 답이었다. 그는 눈가를 연신 훔치며 “미국에서 한국 여성이 멋지고 예쁘고 뭐든 다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진짜 배우가 되고 싶었던 진짜 이유였다. 그런데 그동안 이런 작품이 없었다. 첫 장면을 보면서 울었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6월 공개된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K팝 슈퍼스타 헌트릭스 루미, 미라, 조이가 화려한 무대 뒤 세상을 지키는 숨은 영웅으로 활약하는 이야기를 담은 액션 판타지 애니메이션​이다. 글로벌 흥행에 성공해 K컬처 열풍에 힘을 실은 것은 물론, 제83회 골든글로브 장편 애니메이션 작품상 및 주제가상을 받는 등 미국 주요 시상식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다음달 예정된 그래미 시상식에서는 본상인 ‘올해의 노래’를 비롯해 5개 부문 후보로 지명됐고, 오는 3월 열리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의 장편 애니메이션 및 주제가상 최종 후보로 선정돼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아덴 조는 “이제 진짜 한국 사람들에게 문이 열렸다”며 감격했다. “‘기생충’, ‘미나리’, ‘오징어 게임’ 등 한국인 작품이 미국에서 인정받고 사랑받을 때 너무 행복하고 신났어요.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이 대단한 작품들과 함께하는 게 믿기지 않아요. 아직 결과는 모르지만 (아카데미 등) 상을 타면 전 세계에서 한국을 다룬 작품이 더 많은 사랑을 받게 될 거예요. 그래서 오스카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미는 스케줄상 못 가지만 다들(이재·오드리 누나·레이 아미) 상을 받으면 좋겠어요. 사실 못 받아도 벌써 이겼다고 생각해요. 여기까지 온 것도 대박이죠(웃음).”

아덴 조는 당초 전대 헌터였던 3인조 걸그룹 선라이트 시스터즈 멤버이자 헌트릭스의 스승인 셀린 역에 지원했으나 매기 강 감독의 권유로 루미가 됐다. 매기 강 감독은 루미의 목소리와 다채로운 감정 표현에 아덴 조가 적임자라고 봤고, 아덴 조는 이를 “선물 같은 기회”로 여기고 임했다. 매기 강 감독의 판단은 적확했다. 평생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했던 아덴 조는 피부에 드러난 악령의 문양을 숨기며 살아왔던 루미에게 깊이 공감했다.

“어릴 때부터 인종차별을 많이 당했어요. 애들이 때려서 병원에 간 적도 있었어요. ‘내가 잘못됐나’라고 생각하곤 했어요. 미국에서 배우 할 거면 미국 사람처럼 하라는 압박을 많이 받기도 했죠. 성을 바꾸라는 제안도 있었는데 절대 그러고 싶지 않았어요. 저는 조 씨고 한국계 미국인이니까요. 루미도 진짜 자기 모습으로 살 수 없었잖아요. 루미가 ‘나를 사랑해 주세요’ 할 때 저도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원했던 게 이거였다고 깨달았어요. 한국에서는 한국 사람이 아니고 미국에서도 미국 사람이 아니고, 난 어디 사람일까요? 사람은 누구나 다 사랑받고 싶잖아요. 인정받고 싶고요. 저도 비슷하다고 느꼈어요.”

배우 아덴 조. 웨이브나인 제공

아덴 조는 어릴 적 자신을 닮아 있는 루미를 연기하면서 치유 받았고, 작품 공개 후에는 한국계 미국인 배우 그 자체로 인정받게 되면서 설움을 조금이나마 씻어낸 모양새였다. “8살의 내가 나(루미)를 본다고 생각하니 더 뿌듯했어요. 제 커리어에 이런 순간은 없을 줄 알았거든요. 원래 제가 한 작품은 보기 어려운데 이 작품은 제가 아닌 작품을 보게 돼요. 많은 분이 함께 만들었고 많은 분이 루미를 사랑해 주셔서 너무 소중한 거예요. 젊은 사람들, 특히 미국 사람들이 ‘나는 루미야’, ‘나는 진우야’ 이러는 게 신기해요. 저는 작은 부분으로 참여했지만 제일 잘 했다고 생각하는 작품이에요. 새로운 힘과 열정이 생겼어요.”

이날 아덴 조는 통역사의 도움을 종종 받긴 했지만 답변 대부분을 능통한 한국어로 말했다. 18세부터 배우 활동을 시작한 그는 대학생 시절 처음 한국 영화를 접하면서 새로운 꿈을 가지게 됐고, 이를 이루기 위해 한국어를 공부해 왔다. “미국에서 자라서 TV에서 본 사람은 다 백인이었어요. 그런데 저랑 닮은 사람이 없는 거죠. 그런데 한국 영화를 보니까 멋지고 아름다운 언니들이 있는 거예요. 한국 영화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한국어를 못하니까 불가능한 일 같았어요. 아직도 매일 한국어를 배우고 있어요. 20년 넘게 연기했지만 언젠가 한국 작품을 하는 게 꿈이에요. 가볍게 하고 싶진 않고 저의 베스트로 도전하고 싶었어요.”

‘멋지고 아름다운 언니들’은 배우 손예진, 전지현이었다. “처음으로 본 한국 영화가 ‘내 머릿속의 지우개’였어요. 손예진 씨를 너무 좋아해요. ‘엽기적인 그녀’도 너무 재밌게 봤어요. ‘써니’도 좋아하고요. 특히 ‘내 머릿속의 지우개’는 DVD를 아직도 가지고 있어요. 그땐 한국 영화를 (미국에서) 보는 게 쉽지 않았는데 선물로 DVD를 받아서 보게 된 거였어요. 드라마도 많이 봤어요. 옛날 드라마 다시 보는 게 재밌어요. 이제 보면 이런 뜻이었구나 하고 이해되니까요. ‘시크릿 가든’, ‘더 글로리’ 등 김은숙 작가님 작품을 좋아해요. ‘힘쎈여자 도봉순’, ‘커피프린스 1호점’도요. 사실 여자가 주인공인 작품을 다 좋아해요. 그리고 한국 작품은 깊고 맛있어요. 감정 표현이 풍부한데 언어의 영향인 것 같아요. ‘느끼하다’, ‘담백하다’처럼 영어에 없는 말이 한국에는 엄청 많아요.”

한국어 실력도 필모그래피도 자타공인 ‘베스트’에 접어든 아덴 조는 향후 한국 활동을 염두에 두고 있다. 오랜 꿈을 이룰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차기작 ‘퍼펙트 걸’ 감독님도 한국 감독님(홍원기 감독)이라서 그런지 같이 작업하면서 한국 대본을 많이 받고 있어요. 열심히 보면서 다음을 준비하고 있어요. 원래 미국 작품이 몇 개 있었는데 한국 작품을 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커지는 것 같아요. 조금 오래 걸려도 지금을 즐기면서 신중하게 선택하려고 해요.”

심언경 기자
notglasses@kukinews.com
심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