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29 공급 대책’을 통해 수도권에 약 6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가운데 전문가들은 실질적인 공급 효과를 위해서는 정비사업 규제 완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3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을 발표했다. 역세권 등 수도권 우수 입지에 청년·신혼부부를 중심으로 양질의 주택 약 6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용산국제업무지구, 캠프킴, 과천 경마장 등 도심 내 공공부지에서 약 4만3500가구를 공급하고, 서울의료원과 쌍문동 연구시설 등 노후 공공청사를 복합 개발해 추가 물량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서울시는 정부의 주택 공급안에 즉각 반발했다.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가 뒷받침되면 정부 대책보다 더 빠르게 주택 공급에 나설 수 있다고 봐서다. 특히 서울시는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적용된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과 이주비 대출 규제 등이 재개발·재건축 사업 추진의 주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그간 서울 주택 공급의 90% 이상은 민간의 동력으로 지탱됐다”며 “특히 시민이 선호하는 아파트는 정비사업이 주요 공급원이며 지난해에만 전체 아파트 공급 물량 중 64%를 차지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은 정비사업 추진을 지연시키는 대표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조합원이 사업 참여가 어려워 지위를 매각하려 해도 양도가 제한되면서 분쟁으로 이어지고, 이는 정비사업 전반의 추진 속도를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 여기에 이주비 대출 제한까지 겹치며 문제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서울시 조사 결과, 지난해 이주를 앞둔 정비사업장 43곳 가운데 이주비 대출 문제로 어려움을 겪은 곳은 39곳(91%)에 달했으며, 해당 가구 수는 약 3만1000가구로 집계됐다.
이와 더불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 역시 나온다. 재초환은 재건축을 통해 조합원이 얻은 이익이 8000만원을 넘을 경우, 초과분의 10~50%를 국가가 환수하는 제도다. 재초환이 시행되면 조합원의 부담이 커져 재건축 추진이 위축되고, 민간도 사업에 소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 지난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부담금이 부과될 것으로 예상되는 단지는 전국 68곳이며 1인당 평균 예상 부과액은 1억500만원에 달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도심 주택 공급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공공부지 개발뿐 아니라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가 필수적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정부가 아직 분양과 임대 물량의 구체적인 비율을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청년·신혼부부 주거 공급을 강조한 만큼 임대주택 비중이 늘고 분양 물량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부족한 분양 물량에 실제 집값 안정 효과가 제한될 수 있어서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현재 정부 대책을 보면 임대주택 비중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며 “재초환 폐지와 정비사업 규제 완화가 병행돼야 주택 공급 효과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미국 IAU 교수)은 “주택 공급은 단기, 중기, 장기로 나눠 접근해야 한다”며 “지금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대부분 장기 대책으로 실제 착공 시점이 2029~2030년에나 이뤄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계획 수립 시 단기와 중기 방안도 포함돼야 한다”면서 “단기 공급은 재개발·재건축을 통해 가능하며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와 이주비 대출 제한 등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중기 공급은 2~3년 내 착공 가능한 오피스텔, 도시형 생활주택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재초환 폐지에 대해 선을 그었다. 김 장관은 “재초환은 국토부에서 논의된 바 없다”며 “다만 민간 정비사업과 관련한 여러 문제에 대해 국회에서 논의가 활성화될 것으로 알고 있다. 국회 주도로 논의가 이뤄진다면, 정부도 참여해 대안을 함께 모색하겠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