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묘·태릉 개발 두고 충돌…오세훈 “이중 잣대” vs 국가유산청 “기준 동일”

종묘·태릉 개발 두고 충돌…오세훈 “이중 잣대” vs 국가유산청 “기준 동일”

기사승인 2026-02-01 19:06:00 업데이트 2026-02-01 22:03:54
종묘 너머로 보이는 세운상가와 재개발 구역. 연합뉴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서울 종묘와 태릉 인근 개발을 둘러싸고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국가유산청을 향해 종묘 맞은편 세운지구 개발에는 제동을 건 반면 태릉골프장(태릉CC) 주택 공급은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하자, 국가유산청은 “기준은 동일하다”며 반박에 나섰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일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국가유산청과 국토부는 각각 다른 나라 정부입니까’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국가유산청이 세운지구 개발에 적용하는 잣대를 그대로 태릉CC에 적용하면 서로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태릉CC는 13%가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에 직접 포함돼 있고, 세운지구는 그 범위 밖에 있다”며 “세운지구가 안 된다면 태릉CC는 더더욱 안 되는 것이고, 태릉CC가 가능하다면 세운지구 또한 가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가유산청은 세계유산 보존·관리의 기준은 동일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이날 역시 SNS를 통해 “종묘 앞 고층 재개발도, 태릉 옆 주택 공급도 유네스코가 권고한 대로 세계유산영향평가(HIA) 절차를 거쳐 합리적 조정안을 도출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허 청장은 “종묘와 태릉에 대한 국가유산청의 기준은 같다”며 “차이는 세계유산영향평가 이행 의무에 대한 오세훈 서울시장과 국토교통부의 수용 자세”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국토교통부는 태릉CC 개발 사업을 발표하면서 영향평가를 선행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이 태릉CC 부지의 일부가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과 중첩된다는 점을 들어 문제를 제기한 데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세계유산에 대한 영향 범위는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각 세계유산이 갖는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에 미치는 영향을 기준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허 청장은 “정부는 세계유산영향평가라는 국제사회의 절차와 과정을 말하고 있는데, 그 과정에 임하지 않은 채 결과를 속단하며 논점을 흐려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종묘 맞은편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과 관련해선 “유네스코가 권고한 대로 세계유산영향평가를 받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는 지난해 3월과 11월 두 차례 한국 정부에 공식 서한을 보내 종묘 맞은편 세운지구(세운4구역 포함)에 대한 세계유산영향평가를 권고한 바 있다. 유네스코 측은 자문기구 검토가 완료될 때까지 사업 승인을 중단하고 한 달 이내에 회신을 요청했으나, 오 시장은 최근 국가유산청에 유네스코에 대한 답변을 전달한 상태다.

허 청장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제라도 세계유산영향평가 의무를 수용하고 세계유산 보존·관리에 대한 책무를 이행하길 다시 한번 촉구한다”며 “종묘와 조선왕릉을 비롯한 모든 세계유산이 지역 개발과 조화롭게 양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이 논쟁은 정치권 설전으로도 번졌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차기 후보로 거론되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세계문화유산 인근 개발은 세계유산영향평가를 받고 그 결과에 맞춰 조정하면 된다”며 “태릉CC는 평가를 받겠다고 밝혔지만, 세운4구역은 유네스코가 요구한 평가를 오세훈 서울시장이 수용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김병민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정 구청장의 주장 덕분에 정부의 이중 잣대가 더욱 또렷해졌다”며 “태릉CC는 이미 세계유산영향평가 시범 대상 지역으로 선정돼 국가유산청 심의를 거쳐 사실상 사업이 중단된 상태였다”고 재반박했다. 그는 “이번 정부 발표는 문화유산 보호 원칙을 스스로 뒤집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찬종 기자
hustlelee@kukinew.com
이찬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