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 또 들어오나”…용산업무지구, 주택 공급안 발표 후 분위기 ‘냉랭’

“임대 또 들어오나”…용산업무지구, 주택 공급안 발표 후 분위기 ‘냉랭’

기사승인 2026-02-03 06:00:13 업데이트 2026-02-03 06:05:53
서울 용산구 용산국제업무지구의 모습. 이유림 기자

“주민들 사이에서는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제업무지구’라는 이름에 맞게 업무시설 중심으로 조성돼야 하는데, 주택 물량이 늘어나면 희소성이 사라져 반대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용산구 공인중개사 A씨)

2일 찾은 용산국제업무지구는 서울 용산역 출구와 바로 연결된 대표적인 핵심 입지에 자리해 있었다. 용산역에서 도보 5분도 채 걸리지 않는 거리로, 용산아이파크몰과 인접해 교통과 상업시설 접근성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서울 도심에서도 손꼽히는 입지인 만큼 향후 개발 방향을 둘러싼 관심이 집중되는 곳이다.

앞서 정부는 ‘1·29 주택 공급안’의 일환으로 수도권에 약 6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에는 총 3만2000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며, 이 가운데 △용산국제업무지구(1만 가구) △캠프킴(2500가구) △501정보대(150가구) 등이 핵심 공급지역으로 선정됐다. 정부는 용산국제업무지구의 경우 유관기관과의 협의를 조속히 마무리해 2028년까지 착공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날 만난 용산국제업무지구 주변 공인중개사들은 정부의 공급안 발표 이후 현지 분위기가 냉랭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임대주택 비중을 둘러싼 주민 반발이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용산구의 공인중개사 B씨는 “기존 용산 거주민들 사이에서 반발이 상당하다”며 “정부가 임대주택 중심 공급을 언급하는데, 용산은 이미 재개발이 활발히 진행되면서 임대주택이 곳곳에 들어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국제업무지구까지 임대주택 물량이 대거 들어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아직 이번 공급대책의 분양 및 임대주택 비율을 결정하지 않았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대책 발표 당시 “분양과 임대 비율, 구체적인 물량 배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주거 복지 추진 방향에서 큰 틀이 정리되면 이에 맞춰 물량을 다시 제시하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도시개발법 적용을 받는 용산국제업무지구는 전체 물량의 25% 이상을 임대주택으로 공급해야 한다. 여기에 현 정부가 역세권 등 핵심 입지에 임대 중심 공급을 강조해 온 만큼, 임대 비중이 더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 주민 우려를 불러온 것으로 보인다. 

현장에서는 업무시설 대신 주택 공급이 확대되는 데 대한 반대 목소리도 나왔다. 용산국제업무지구는 업무·주거·여가문화 기능을 한 공간 또는 도보권 내에서 해결하는 ‘콤팩트시티(Compact City)’ 구현을 목표로 한 고밀복합개발 사업이다. 국제업무, 업무복합, 업무지원 등 3개 존(Zone)으로 구성돼 한강 중심 도시공간구조의 핵심 축을 담당하도록 설계됐다.

이에 서울시와 용산구 등 지자체도 정부와 이견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는 “정부는 주택 1만 가구 공급을 제시했지만, 서울시는 최대 8000가구 수준을 주장해 왔다”며 “주거 비율을 최대 40%로 관리해 국제업무지구로서의 기능과 경쟁력을 유지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용산구 역시 “구민을 무시한 일방적인 통보”라며 “주거 위주의 고밀 개발로 전락할 우려가 크고, 학교·도로·교통 등 기반 시설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으면 전형적인 난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반발했다.

정부는 주택 공급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와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올해 4만6738가구에서 내년 2만8614가구로 약 40% 줄고, 2027년에는 8516가구로 급감할 전망이다. 정부는 공급 가뭄이 이어질 경우 서울 집값 불안이 재현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국토부는 용산국제업무지구와 관련해 “청년·신혼부부의 주거 불안 완화를 위해 필요한 물량”이라며 “주거 비율만으로 국제업무지구 기능 약화를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1만 가구 공급으로 교통·재해 등 각종 영향평가가 지연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단순히 가구 수 증가만으로 재평가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며, 서울시와 협의해 사업 속도에 차질이 없도록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공급대책이 안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이 시장에서는 일단 상황을 지켜보자는 분위기도 보였다. 용산구의 공인중개사 C씨는 “정부와 서울시가 공급 규모를 두고 이견을 보이는 상황”이라며 “과거에도 비슷한 갈등이 반복됐던 만큼, 수요자들도 합의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공인중개사 D씨 역시 “현재로서는 문의나 거래 움직임에 뚜렷한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이유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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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