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이냐 공공이냐…정부·서울시, 주택 공급 놓고 ‘갑론을박’

민간이냐 공공이냐…정부·서울시, 주택 공급 놓고 ‘갑론을박’

공공 주도 내세운 1·29 대책에…오세훈 “시장은 제압 대상 아냐”

기사승인 2026-02-03 11:00:11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12일 오후 서울 노원구 광운대역 물류부지 개발 현장을 찾아 설명을 듣고 있다. 노유지 기자

서울시가 정부의 공공 주도 주택 공급 기조에 반발하며 민간 개발 활성화를 연일 강조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 역시 1·29 부동산 공급 대책을 가리켜 “속도·성과를 장담할 수 없는 청사진”이라고 비판했다. 규제 완화를 통한 민간 중심 공급으로 주택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것이 시의 구상이다.

서울시, 1·29 대책에 “실패한 과거로의 회귀”

오 시장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국민의힘-서울시 부동산정책협의회’에 참석해 정부의 1·29 부동산 공급 대책을 꼬집었다. 그는 이번 대책에 대해 “실효성 없는 공공 주도 방식에 다시 기대는 과거로의 회귀”라며 “공공 물량 확대를 해법으로 내세우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비껴가는 접근”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시는 지난달 29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도심 주택 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을 두고 “현장의 장애물은 외면한 채 공공 주도 방식에만 매몰돼 있다”며 유감을 표했다.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이주비 대출 규제 등을 풀어 민간 정비 사업의 숨통을 틔워야 한다고 피력해 왔지만 정부로부터 이른바 ‘패싱’됐다는 것이 시의 입장이다.

시는 입장문을 통해 “정부가 발표한 3만2000가구 공급 대상지는 시의 우려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채 발표됐다”며 “현장의 여건이 배제된 일방적인 대책은 과거 문재인 정부 8·4 대책의 실패를 반복되는 공염불이 될 것이 자명하다”고 비판했다. 공공이 주도하는 주택 공급 확대를 꾀했던 8·4 대책은 일찍이 주민 반발로 뒷걸음쳤고, 당시 사업 부지였던 태릉CC 부지 또한 개발이 멈춘 바 있다.

오 시장은 부동산정책협의회에서 “지자체와의 사전 협의도 없이 부지를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것은 이미 실패로 판명 난 8·4 대책의 데자뷔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용산국제업무지구와 태릉CC 부지 등은 시가 오랜 기간 검토해 온 적정 수치와 지역 민원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발표됐다”며 “실현 가능성보다 당장의 발표 효과에 집착한 ‘물량 밀어내기’에 시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오 시장은 실질적인 주택 공급 대책으로 착공 시점을 1년씩 앞당기는 ‘쾌속 추진 전략’을 제시했다. 그는 “서울시는 조기 착공이라는 해법으로 다가오는 공급 절벽에 대응할 것”이라며 “이미 확보한 25만4000가구의 구역지정 물량을 토대로 쾌속 추진 전략을 즉각 실행에 옮기겠다”고 말했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SNS에서는 부동산 공방…“반드시 집값 안정” vs “주택 시장은 현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주말 사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부동산 관련 글을 4차례 게시하며 “집값 안정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성공시킬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31일 SNS에서 “부동산 정상화는 5천피(코스피 지수 5000), 계곡 정비보다 훨씬 쉽고 더 중요한 일”이라며 “표 계산 없이 국민을 믿고 비난 감수만 하면 될 일이다. 기회가 있을 때 잡으시기 바란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였음을 곧 알게 될 것”이라고 썼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시장은 제압돼야 할 대상이 아니라 인정해야 할 현실”이라며 “현실을 거스른 정책이 성공한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되받았다. 그는 “지금이라도 주택 시장 불안의 원인을 정확히 직시해 주시길 바란다”며 “시는 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한 실효성 있는 정책이 마련될 때까지 모든 수단 동원해 끝까지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시의 민간 중심 주택 공급 확대 기조 배경에 공공 주도 개발의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실제로 공공 임대 주택 공급 비율은 전체 부동산의 8%밖에 안 되는 데다, 공공 주도로 주택을 공급하게 되면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며 “공공 주도 개발은 시장의 원리에 따라 사유재산인 부동산을 두고 협상하는 민간 개발과 다르다. 소유주의 반발이 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유지 기자
youjiroh@kukinews.com
노유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