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특별해지면 평등을 잃습니다. 예외는 꼭 필요한 경우에만 허용돼야 합니다.”
최근 내란전담재판부 취재 중 헌법 전문가인 로스쿨 교수가 전한 말이다. 이 말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교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분배적 정의를 빌려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대우하는 것이 정의”라고 강조했다. 각자의 행위에 맞는 처우를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지금 사법부가 추진하는 전담재판부는 이런 기본 원칙과 빠른 재판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모양새다.
헌법 제110조는 군사법원을 제외하고는 특정 목적을 위한 ‘특별법원’ 설치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특정 사건을 재판하기 위해 맞춤형 재판부를 만드는 것은 헌법이 예정하지 않은 위헌적 제도로 볼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같은 혐의라도 어떤 사람은 일반 재판부에서, 다른 사람은 별도의 전담 재판부에서 재판을 받는다면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 제11조 정신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처음 국회에서 발의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은 국가를 뒤흔드는 중대 범죄를 빨리 재판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하지만 법조계의 반응은 차가웠다. 입법부가 재판부 구성에 직접 개입하는 순간 사법부 독립이 무너진다는 이유에서였다.
결국 대법원은 국회 법안 대신 자체 규정을 만드는 방법을 택했다. 법조 경력 17년 이상, 법관 경력 10년 이상인 서울고법 베테랑 판사들로 형사항소재판부를 전담부로 지정해 오는 23일부터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외부 개입을 막았다는 점에서 위헌 논란을 어느 정도 피할 순 있으나, 진행 중인 재판에 개입한다는 근본적인 우려까지 해소하지는 못했다.
반면 법조계 일각에서는 전담재판부 도입이 어쩔 수 없다는 반론도 있다. 내란 사건은 피고인 수가 많고 쟁점이 복잡해 일반적인 방식으로는 재판이 끝없이 길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가 운영의 정당성과 관련된 사안을 오래 끌면 정치적 혼란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결국 전문성을 갖춘 재판부가 사건을 집중해서 다루는 것이 오히려 판결의 질을 높이고 사법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라는 주장이다.
전담재판부가 구성되면 윤 전 대통령의 ‘체포방해’ 혐의 항소심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항소심이 먼저 심리될 전망이다. 오는 19일 선고 예정인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사건 항소심 역시 이 재판부가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의로운 판결이란 단순히 빨리 나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판결이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려면 그 과정이 공정해야 한다.
국가를 뒤흔드는 중대 사건에 대한 엄정한 판단은 당연한 과제다. 하지만 속도가 정당성을 대신할 수는 없다. 사법의 신뢰는 ‘얼마나 빨리’가 아니라 ‘얼마나 공정했는가’에서 나온다. 특별한 사건일수록 법은 더 보편적인 모습으로 남아야 한다는 오래된 원칙이 잘 지켜지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