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류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주요 업체들의 실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반면 해외 시장에선 과일소주가 뜻밖의 구원투수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주류업체들의 과일소주 수출액이 사상 처음 1억달러를 넘어서며, 침체된 내수를 대신할 새로운 성장축으로 자리 잡아가는 모습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연결기준 지난해 영업이익이 1721억원으로 전년(2081억원)보다 17.3% 감소했다고 최근 공시했다. 매출은 2조4986억원으로 3.9% 줄었고, 당기순이익은 4085억원으로 전년 대비 57.3% 급감했다.
롯데칠성음료 역시 상황은 녹록지 않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주류 부문 매출은 193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3% 감소했다. 올해 초 수익성이 낮은 ‘클라우드’와 ‘크러시’ 생맥주 운영을 중단하는 등 구조조정에도 나섰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맥주 카테고리 내 본연 제품군인 캔·병 라인에 집중하고, 논알콜릭 등 기능성 제품 강화에 속도를 내기 위한 재정비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내수 부진 속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해외 시장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과일소주(기타 리큐어) 수출액은 1억42만달러로 집계됐다. 지난 2024년(9627만달러)보다 4.3% 늘어난 수치로, 과일소주 수출액이 1억달러를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코로나19 이후 한국 드라마와 음주문화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며 수출이 가파르게 늘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2019년 2844만달러에 불과했던 과일소주 수출액은 2020년 4957만달러, 2022년 8895만달러를 거쳐 지난해 1억42만달러까지 치솟았다. 특히 지난해에는 과일소주 수출액이 일반 소주를 처음으로 앞질렀다. 같은 기간 일반 소주 수출은 9652만달러로 전년(1억409만달러) 대비 7.2% 감소했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지난해 미국 과일소주 수출액은 2872만달러로, 2021년 대비 202% 증가했다. 젊은 소비층을 중심으로 소주가 ‘가볍게 즐기는 술’로 인식되며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동남아와 일본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업계는 발 빠르게 과일소주 수출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롯데칠성음료는 유자·복숭아·블루베리·사과 등 9종의 수출 전용 순하리 제품을 앞세워 ‘처음처럼’, ‘새로’ 등과 함께 약 40여 개국에 소주를 수출하고 있다. 2024년부터는 코스트코, 타깃, 크로거, 알버슨 등 미국 대형 유통 채널에 순차 입점하며 판로를 넓혔다. 미국 주류 유통사 E&J갤로와의 협력으로 순하리의 미국 내 판매처는 약 2만4000곳까지 늘었고, 판매 지역도 48개 주로 확대됐다. 2023년 말 2700여 곳이었던 점과 비교하면 9배 가까이 증가한 규모다. 롯데칠성음료의 과일소주 수출액은 2021년부터 지난 2024년까지 연평균 20%씩 성장해, 같은 기간 국내 소주업계 평균 수출 증가율(3.9%)을 크게 웃돌았다.
하이트진로도 해외 전용 신제품 카드로 맞불을 놓고 있다. 회사는 ‘멜론에이슬’ 등 신제품 출시를 검토 중이며, 최근 멜론에이슬에 대한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보고를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멜론에이슬은 2015년 ‘자몽에이슬’로 시작된 과일소주 라인업의 연장선으로, 멜론의 달콤한 풍미를 더해 부드러움을 강조한 제품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멜론에이슬은 해외 시장 출시를 검토 중이며 국내 판매 계획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는 베트남 공장 건설을 추진하는 등 생산 거점을 확대하며 수출 강화에도 나설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수출 확대 흐름이 일시적 반등에 그치지 않고 중장기 전략으로 굳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을 비롯해 동남아와 일본 등에서 젊은 소비층을 중심으로 소주 소비가 빠르게 늘면서, 과일소주가 한국 주류의 새로운 얼굴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소주가 한국을 대표하는 술로 자리 잡아가는 가운데, 과일소주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새로운 성장 축이 되고 있다”며 “현지 유통망 확대와 신제품 출시가 맞물리면서 한국 주류 전반에 대한 관심도 함께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