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진호의 AI, 사람을 향하다] 휴머노이드는 주체일까, 도구일까?

[금진호의 AI, 사람을 향하다] 휴머노이드는 주체일까, 도구일까?

금진호 목원대학교 겸임교수/인간 중심 AI 저자 

기사승인 2026-02-04 13:19:34
금진호 목원대학교 겸임교수/인간 중심 AI 저자 

얼마 전 우리나라의 H 자동차 그룹에서 앞으로 자동차 생산현장에 휴머노이드를 투입해 자동차를 만들겠다는 발표를 했다. AI의 발전 양상을 보면 얼마든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그 자동차 그룹의 노조에서는 반대한다고 성명을 냈다. 자신들의 일자리가 위협받기에 그런 것 같다. 여기에 대통령도 합세했다. 

AI 휴머노이드는 점점 인간을 닮아간다. 

외형만이 아니다. 말투와 반응, 감정 표현까지 흉내 낸다. 그리고 일은 더 잘한다. 그럴수록 질문은 더 복잡해진다. 이 존재는 단순한 도구일까, 아니면 하나의 주체일까. 인간을 닮은 기계 앞에서 우리는 묻게 되는 질문이다. 사람의 얼굴을 닮은 휴머노이드가 눈을 깜빡이며 움직인다. 고개를 끄덕이고, 때로는 침묵한다. 우리는 그 앞에서 잠시 망설인다.

이 존재를 어떻게 불러야 할지, 어떤 태도로 마주해야 할지 고민한다. 망치나 컴퓨터 앞에서는 이런 고민을 하지 않는다. 그것들은 명확한 도구다. 사용하고, 고장 나면 교체한다. 그러나 휴머노이드는 다르다. 사람의 형상을 하고, 사람처럼 반응한다. 한편으론 사람보다 더 힘을 쓰고 정교하게 을을 한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수고했다”고 말을 한다. 이 말은 기능을 향한 것이 아니다. 존재를 향한 말이다. 인간은 닮은 것을 보면 그 안에 마음이 있을 거라 상상한다. 

주체란 무엇인가! 

철학에서 말하는 주체는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하고, 책임지는 존재다. 의식을 갖고, 자신을 인식하며, 세계와 관계 맺는 존재다. 휴머노이드는 판단하는 것처럼 보이고, 선택하는 것처럼 말하며, 감정을 표현하는 것처럼 행동한다. 그러나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그 모든 것은 설계된 구조다. 데이터와 알고리즘, 확률 계산의 결과다.

Gemini로 합성한 이미지.

AI는 결정하는 척은 할 수 있지만 그 결과를 살아내지는 않는다. 그리고 책임을 지지 않는다. 후회하지도, 죄책감을 느끼지도 않는다. 도구라는 말이 불편해지지만 우리는 쉽게 말하지 못한다. 왜일까. 인간을 너무 닮았기 때문이다. 말을 걸면 대답하고, 외로울 때 곁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도구라고 부르기에는 감정이 생기고 오간다. 그러나 주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많은 것이 비어 있다. 이 애매한 지점에서 우리는 혼란을 느낀다. AI는 ‘의미’를 느낄 수 있을까? 이 질문에 AI는 답할 수 있다. 사랑이 무엇인지 정의할 수 있고, 슬픔을 설명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랑을 선택하지는 않는다. 슬픔을 견디지도 않는다.

인간에게 의미란 경험을 통과한 흔적이다. 아파봤기 때문에 알게 되는 감정이고, 잃어봤기 때문에 생기는 고통이다. AI에게는 경험이 없다. 기억은 있지만 추억은 없다. 정보는 있지만 서사는 없다. 우리가 진짜 두려워하는 것은 AI가 주체가 될까 봐 두려운 것이 아니다. 우리보다 뛰어난 도구가 스스로를 주체처럼 대하게 될까 봐 두려운 것이다. 

AI는 우리에게 거울이 된다. 기계가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버리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주체는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라난다. 주체성은 설계할 수 없다. 관계 속에서 길러지고, 책임 속에서 형성된다. 실수하고, 사과하고, 다시 선택하는 과정. 그 과정이 인간을 주체로 만든다. AI 휴머노이드는 아무리 정교해져도 그 과정을 통과하지 않는다. 그래서 주체가 될 수 없다. 그렇다면 AI 휴머노이드는 무엇인가! 

AI 휴머노이드는 도구다. 그러나 단순한 도구는 아니다. 인간의 질문을 비추는 도구, 우리의 감정과 윤리를 시험하는 존재,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묻게 만드는 장치다. AI 휴머노이드는 주체가 아니다. 주체는 인간일 뿐이다. 그리고 그 주체성은 기술이 발전할수록 더 자주 시험대에 오른다. 우리가 AI를 어떻게 부르는지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서로를 어떻게 대하는가다. 기계를 대하듯 사람을 대하지 않기 위해, 사람을 대하듯 기계를 설계하기 위해 이 질문은 계속 필요하다.

AI는 도구다. 하지만 그 도구는 인간을 더 효율적이거나 효과적이게 만들기 위해서만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아직 느끼고, 망설이고, 책임지는 존재임을 잊지 않도록 위해 존재한다. 

주체는 기계가 아니라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사람이다.

홍석원 기자
001hong@kukinews.com
홍석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