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수·음료병, 안이 바뀐다…플라스틱 재생원료 사용 의무화 [기후·환경 통신문]

생수·음료병, 안이 바뀐다…플라스틱 재생원료 사용 의무화 [기후·환경 통신문]

연간 페트병 약 10억개 대체 효과
“일상 속 녹색전환·탄소감축 실현”

기사승인 2026-02-04 17:24:24
기후 위기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에너지와 교통, 물 관리 등 일상의 여러 영역에서 변화가 시작되고 있지만, 생활 속에서 체감하기는 쉽지 않다. [기후·환경 통신문]은 기후·환경 정책이 일상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를 짚고, 알아두면 도움이 될 만한 핵심 내용을 전한다. -편집자주-
쿠키뉴스 자료사진

빈병이 다시 술병으로 쓰이듯, 플라스틱병도 다시 음료병으로 돌아오는 구조가 제도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무라벨 생수가 ‘겉의 변화’라면, 재생원료 사용의무는 ‘속의 변화’다. 생수·음료병을 만드는 기업들은 이제 재생 원료를 쓰지 않으면 시장에 들어올 수 없고, 소비자는 이를 크게 의식하지 않더라도 콜라 한 병, 생수 한 병을 마시는 일상 속에서 녹색전환에 참여하게 된다. 플라스틱 재활용의 틀이 바뀌고 있는 셈이다.

4일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플라스틱 재생원료 사용의무 제도가 올해부터 시행됐다. 이 제도는 플라스틱 재활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생수·음료 페트병 제품 생산자에게 재생원료 사용을 의무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여기서 말하는 재생원료는 국내에서 발생한 폐페트를 수거·선별해 만든 원료를 의미한다.

사용의무 대상은 연간 5000톤 이상의 생수·음료 페트병을 생산하는 업체다. 이들 업체는 올해부터 재생원료를 최소 10% 이상 사용해야 한다. 제도 도입 초기에는 롯데칠성음료, 코카콜라음료,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 웅진식품, 시피엘비, 스파클, 동원에프앤비, 동아오츠카, 하이트진로음료, 이마트 등 생수·음료를 제조·유통하는 대형 기업을 중심으로 적용된다.

정부는 시장 여건과 기술 성숙도를 고려해 제도를 단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2030년까지 사용의무 대상을 연간 1000톤 이상 생산자로 넓히고, 재생원료 사용 비율도 30%까지 상향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플라스틱 신규 생산을 줄이면서 한 번 쓰고 버리는 구조에서 벗어난 순환경제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제도가 주목받는 이유는 실질적인 감축 효과 때문이다. 현재 의무 대상 기업들의 연간 페트병 출고량은 약 20만톤 수준이다. 여기에 재생원료 사용 비율 10%를 적용하면 연간 약 2만톤의 신규 플라스틱 생산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페트병 1개의 무게를 약 20g이란 점을 고려하면 연간 약 10억개에 달하는 페트병을 석유에서 새로 만들지 않고 재활용 원료로 대체하는 셈이다.

다만 생활 속 체감 변화는 당분간 크지 않을 수 있다. 재생원료를 사용하더라도 병의 디자인이나 사용 방식이 즉각 달라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가격 인상 우려도 제한적이다. 재생원료의 단가가 신규 플라스틱보다 다소 높지만, 의무 사용 비율이 10% 수준에 그쳐 병 하나당 원가 상승은 1원 미만 수준이다. 안전성 역시 식품의약품안전처 검증을 거쳐 문제가 없는 재생원료만 사용된다.

기후부 관계자는 “재생원료 사용으로 음료 가격이 오를 정도의 영향은 아니다”라며 “소비자가 당장 체감하지 못하더라도, 생수와 음료병이 만들어지고 다시 쓰이는 방식은 이미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재활용이 폐기 이후 처리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생산 단계로 다시 돌아오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이 제도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업의 사업 비즈니스 구조 안에 녹색전환과 탄소감축이 녹아들어 있다”며 ”재생 원료를 쓰지 않으면 아예 시장에 못 들어오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만큼, 소비자는 이를 크게 의식하지 않더라도 녹색전환을 함께 실현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세종=김태구 기자
김태구 기자
ktae9@kukinews.com
김태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