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퇴직연금 100조 넘었지만…업권 격차는 확대

보험사 퇴직연금 100조 넘었지만…업권 격차는 확대

기사승인 2026-02-05 06:00:11
보험사 퇴직연금 적립금이 지난해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섰다. 게티이미지뱅크


보험사 퇴직연금 적립금이 지난해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섰다. 외형 성장은 이뤘지만, 최근 1년간 자금 흐름은 보험업권과 2위 자리를 두고 경쟁하던 증권사로 이동하면서 업권 간 격차는 오히려 확대되는 모습이다. 보험사들은 수익률 개선을 발판으로 반등을 노리고 있다.

4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보험사 16곳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총 104조7415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말(97조5000억원) 대비 7.4% 늘어난 규모다. 보험사 퇴직연금 적립금이 100조원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험사 가운데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삼성생명이다. 지난해 말 기준 적립금은 54조4252억원으로, 전년 4분기 대비 8.1% 늘었다. 교보생명은 같은 기간 7.9% 증가한 14조6511억원, 한화생명은 9.8% 늘어난 7조2101억원을 기록했다. 삼성화재도 9.0% 증가한 7조6679억원으로 집계돼 주요 보험사 전반에서 적립금 증가 흐름이 이어졌다.

수익률 측면에서도 보험업계는 상대적으로 선전했다. 지난해 말 기준 보험사의 원리금보장형 퇴직연금 상품의 1년 평균 수익률은 3.1%로, 은행권 평균(2.8%)을 웃돌았다. 증권사 평균(3.33%)과의 격차도 상당 부분 좁혔다.

적립금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DC형 원리금비보장 상품에서는 수익률 우위가 더욱 두드러졌다. 보험사의 1년 수익률은 21.32%로, 증권사(19.91%)와 은행권(19.31%)을 모두 상회했다. IRP형 원리금비보장 상품에서도 보험업계는 20.32%를 기록하며 유일하게 20%대를 달성했다.

보험업권의 수익률 호조는 증시 호황과 보험사 고유의 자산 운용 구조가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 퇴직연금 가입자의 상당수는 과거부터 장기간 가입해 꾸준히 운용해 온 고객들”이라며 “이들 가운데 국내 주식형 펀드에 투자한 비중이 높아 증시 호황 국면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신규 퇴직연금 가입자는 주로 은행과 증권사로 유입되는 반면, 보험사는 기존 장기 고객 중심의 펀드 구성이 유지되면서 시장 상승의 반사 효과를 본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퇴직연금 시장 확대 전망 속 보험사 대응 분주…과제는

전문가들은 퇴직연금 시장 규모가 앞으로도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퇴직연금 시장은 2024년 기준 약 432조원 규모로 성장했으며, 2019년 이후 매년 두 자릿수 증가율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흐름이 지속될 경우 2035년 전후 퇴직연금 적립금이 1000조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 확대에 맞춰 보험사들도 퇴직연금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삼성생명은 자산운용 부문 내 퇴직연금 조직을 강화하고 DB 고객사를 대상으로 한 맞춤형 포트폴리오로 운용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교보생명은 기업 고객 니즈 분석과 분기별 운용 보고서 제공, 고객사 방문 컨설팅 등 1대 1 맞춤형 서비스를 이어온 데 이어 최근 로보어드바이저 기반 퇴직연금 운용 서비스를 도입했다.

과제도 남아 있다. 보험업권은 그동안 은행에 이어 퇴직연금 시장 2위를 유지해 왔지만, 2024년 증권업권에 추월당한 이후 격차가 확대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은행권 퇴직연금 적립금은 260조5580억원, 증권사는 130조3352억원으로 보험사를 크게 웃돌았다. 적립금 증가율 역시 보험사(7.4%)보다 은행(15.4%)과 증권사(26.5%)가 높았다. 업계에서는 2024년 10월 실물이전 제도 도입으로 계좌 이동 장벽이 낮아진 점과 증시 강세 국면에서 증권사 상품에 대한 기대 수익이 높아진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퇴직연금 의무화와 기금화 논의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퇴직연금 기금화는 기업과 개인이 각각 운용하던 퇴직연금을 모아 하나의 기금으로 운용하는 방식이다. 도입 시 금융사의 수수료 수익 감소와 함께 기존 퇴직연금 사업 구조 전반에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퇴직연금 의무화가 기금화 의무화로 이어질 경우, 보험사를 포함한 기존 사업자의 시장 내 비중이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김미현 기자
mhyunk@kukinews.com
김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