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상법 개정 처리 앞둔 국회…‘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뭐길래 [쿡룰]

3차 상법 개정 처리 앞둔 국회…‘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뭐길래 [쿡룰]

‘자사주 소각 의무화’ 李대통령 주문에 與 속도전
주주가치 제고·지배구조 개선 목적
1년 6개월 이내 소각규정 포함
2월말·3월초 국회 통과 전망

기사승인 2026-02-05 06:00:11

매일 전해지는 정치권 소식을 보고 듣다 보면 ‘이건 왜 이렇지’ ‘무슨 법에 명시돼 있지’ 등등 많은 궁금증이 생깁니다. 정치와 관련된 소소한 이야기부터 이해하기 어려운 법조문까지. 쿠키뉴스가 쉽게 풀어 설명해 드립니다. 일명 ‘쿡룰(Kuk Rule)’

코스피가 종가 기준 5000포인트를 돌파한 27일 서울 여의도 KRX 한국거래소에서 직원들이 축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여당에 자사주 의무 소각을 담은 3차 상법 개정안 처리와 관련해 “관심을 갖고 분발해달라”고 주문했습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해당 법안을 “가장 먼저 처리할 법안 중 하나”로 꼽으며 신속 입법 방침을 밝혔습니다. 정치권에서는 3차 상법 개정안이 빠르면 2월 말, 늦어도 3월 초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4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3차 상법 개정안은 지난해 11월 ‘코리아 프리미엄 K-자본시장 특위’ 위원장을 맡은 오기형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했습니다. 핵심은 기업이 자사주를 사면 원칙적으로 1년 안에 소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이 상법 개정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란 한국 기업들이 실적이나 자산 가치에 비해 낮은 주가 평가를 받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 대통령은 그 원인 중 하나로 기업 지배구조의 불투명성과 일반 주주 보호 미흡을 지적해 왔습니다.

집권 여당이 된 민주당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목표로 상법 개정을 단계적으로 추진해 왔습니다. 먼저 1차 개정에서는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고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 주주와 특수관계인의 합산 의결권을 3%로 제한하도록 했습니다. 2차 개정에서는 자산 2조원 이상 대규모 상장사에 집중투표제 등을 의무화해 소액주주의 권한을 강화했습니다.

3차 개정안은 자사주를 회계 기준과 일관되게 ‘자본’으로 취급하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현재 회계상 자사주는 자본으로 분류되지만, 상법 일부 조항은 이를 자산처럼 전제하고 있어 제도적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습니다. 이로 인해 기업들이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보유해 우호 지분 확보나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하거나, 인적분할 과정에서 신설 회사 주식을 자사주에 배정해 지배력을 확대하는 사례가 발생해 왔습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기업은 정당한 경영상 필요가 없는 한 신규 취득한 자사주를 1년 이내에 소각해야 합니다. 기존 자사주는 법 시행 이후 1년과 추가 6개월의 유예 기간 내에 처분해야 합니다. 이를 위반할 경우 이사 개인에게 최대 5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단 임직원 보상이나 신기술 도입, 재무구조 개선 등 경영상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만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예외적으로 보유하거나 처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쟁점이 적지 않습니다. 국민의힘과 재계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기업의 경영권 방어 수단을 약화시킨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기업이 외국 투기자본이나 적대적 인수합병에 더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겁니다. 인수합병이나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취득한 자사주까지 강제 소각 대상에 포함될 경우 자본금 감소와 재무 건전성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3일 법안심사1소위원회를 열고 3차 상법 개정안을 심사했지만 여야 이견으로 결론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민주당 소속 위원들은 전원 찬성한 반면, 국민의힘 위원들은 공청회를 열어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다만 자사주가 그동안 자본시장에서 악용돼 왔다는 점에는 여야 모두 공감하고 있어 소각 의무 적용 범위와 예외 규정을 둘러싼 조율이 향후 핵심 쟁점이 될 전망입니다.

정치권에서는 공청회 개최 여부와 관계없이 해당 법안이 늦어도 3월 초에는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민주당이 이를 자본시장 개혁의 핵심 과제로 규정하고 있는 데다, 이 대통령이 직접 관심을 표명한 만큼 입법 동력이 유지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권혜진 기자
hjk@kukinews.com
권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