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카드사들의 지난해 연간 실적이 전반적으로 뒷걸음질쳤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조달·대손 비용 부담이라는 공통의 악재 속에서, 일부 카드사는 비용 관리와 상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비교적 선방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카드·신한카드·KB국민카드·현대카드·하나카드 등 현재까지 실적을 발표한 주요 5개 카드사의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 합계는 2조208억원으로, 전년(2조1775억원) 대비 1567억원(7.2%) 감소했다.
당기 순익 기준 업계 1위 자리는 삼성카드가 지켰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6459억원으로 전년보다 2.8% 줄었지만, 우량 제휴사들과 손잡고 거래 규모를 키우며 선두를 유지했다. 비용 부담이 늘어 수익성은 다소 둔화됐으나, 2024년 말 신한카드를 처음 추월한 이후 지난해에도 1위 자리를 이어갔다.
2위를 차지한 신한카드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4767억원으로 전년 대비 16.7% 감소했다. 회원 수 확대와 신용판매 증가로 비용이 불어난 데다, 조달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비용과 희망퇴직 비용까지 겹치며 수익성이 떨어졌다. 연이은 희망퇴직을 통해 체질 개선에 주력하고 있는 만큼, 단기간 내 삼성카드를 다시 앞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업계에서 나온다. 다만 재무 부담이 확대되는 상황에서도 연체율이 낮아지고 카드 취급액이 증가한 점은 긍정적인 신호로 평가된다.
KB국민카드는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 3302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18% 감소했다. 하나카드 역시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2177억원으로 전년(2217억원)보다 1.8% 줄었다. 두 회사 모두 대외 환경 변화에 따른 이자수익 감소와 가맹점 수수료 수익 축소의 영향을 받았다.
아직 연간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우리카드 역시 흐름은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당기순이익은 10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1% 감소했다. 4분기에도 뚜렷한 반전 요인이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연간 실적은 보수적인 흐름을 보였을 가능성이 크다.
현대카드는 주요 카드사 가운데 유일하게 성장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3503억원으로 전년 대비 10.7% 증가했다. 신용판매액은 10조2265억원으로 6.2% 늘었고, 해외 신용판매액은 3조9379억원으로 업계 1위를 유지했다. 라이프스타일에 밀착한 상품 전략과 해외 결제 경쟁력이 실적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상위 카드사들과의 격차를 서서히 좁히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업계 전반의 수익성 악화에는 정책 변수가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2월부터 중소·영세 가맹점 수수료율이 최대 0.1%포인트 인하되면서 카드사들의 수수료 수익은 구조적으로 줄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8개 전업 카드사의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5조674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 감소했다. 연간 기준으로는 약 3000억원 규모의 수익이 줄어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국내외 경기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올해 상반기 경영 환경은 전년보다 더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실적 부담이 이어지는 가운데 카드사들은 올해 조직과 사업 구조를 재정비하며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비용 효율화와 본업 경쟁력 강화가 공통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KB국민카드는 AI를 활용한 비용 절감과 수익성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하나카드는 나라사랑카드와 트래블로그 등 특화 상품을 중심으로 글로벌·기업카드 영역 확장을 추진한다.
신한카드는 회원 기반과 결제 경쟁력 강화를 통해 신규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으며, 우리카드는 수익 안정성과 리스크 관리에 무게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삼성카드는 카드 본업 경쟁력을 유지하는 한편 플랫폼·데이터·AI 등 미래 성장 분야에 대한 투자를 병행하고 있다. 현대카드는 라이프스타일 중심 상품 전략을 고도화해 성장 흐름을 이어간다는 구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