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을 함께 합니다”…종로구, ‘품위사’ 첫걸음

“마지막을 함께 합니다”…종로구, ‘품위사’ 첫걸음

생전 장례 의사 확인부터 공영장례 연계까지

기사승인 2026-02-06 06:00:05
기사와 직접 관련 없는 이미지. 쿠키뉴스 자료사진

“어찌 됐든 죽으면 돈 몇백은 들잖아요. 남아 있는 가족한테 부담되기 싫더라고요. 이런 걸 바라왔어요.”

3일 서울 종로구 옥인동 한 자택에서 만난 조문식(83·여)씨는 사전장례주관의향서를 작성한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조씨는 수양아들과 조카가 있지만, 장례를 부탁하는 일은 늘 마음에 걸렸다고 했다. 그는 “의지하면 다들 들어주긴 하겠지만 부담스러웠다”며 “종이에 하나하나 적고 나니 이제는 갈 곳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 많이 편안해졌다”고 말했다.

가족이나 지인 없이 죽음을 맞이하는 고독사가 늘고 있는 가운데, 종로구가 이달부터 공공 장례 지원사업 ‘품위사(品位死)’를 시작했다. 품위사는 생전에 장례 의사를 확인하고, 사망 이후 장례까지 공공이 책임지는 제도다.

보건복지부의 고독사 발생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4년 고독사 사망자는 3924명으로, 전년(3661명) 대비 7.2% 증가했다. 2019년 이후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립승화원 집계 결과, 서울시 무연고 사망자 수는 2018년 382명에서 2024년 1392명으로 6년 새 3배 이상 늘었다.

사전장례주관의향서. 장례 주관자 지정과 사후 장례 절차에 대한 본인 의사를 묻는다. 종로구 제공

품위사는 사망 이후 장례만 지원하던 기존 공영장례와 달리, 생전 장례 의사 확인에 초점을 맞췄다. 동 주민센터 담당자가 대상자 가정을 직접 방문해 사전장례주관의향서를 작성한다. 의향서를 토대로 위기 상황을 관리하다 사망 시 장례 절차로 연계한다.

이날 조씨를 찾아온 김소연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주무관은 “장례 이야기를 처음 꺼내면 당황하거나 눈물을 보이는 어르신들도 있다”며 “그래도 비상연락망이나 장례 주관자 여부를 미리 파악해 두면, 사망 이후 절차를 훨씬 빠르고 차분하게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업 대상자는 종로구에 거주하는 50세 이상 1인 가구 기초생활수급자다. 종로구는 고독사 사망자 상당수가 50·60대이고, 1인 가구 기초생활수급자의 사회적 고립 위험이 크다는 점을 고려해 대상 기준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요건에 해당하는 주민은 약 2000명이다.

5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옥인동 자택에서 김소연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주무관이 조문식(83·여) 어르신에게 사전장례주관의향서 작성법을 안내하고 있다. 서지영 기자

별도의 신규 예산은 편성하지 않았다. 대상자 관리와 사전 장례 의사 확인은 기존 복지 인력 업무 범위 안에서 이뤄진다. 장례 비용은 기존 공영장례 예산을 활용한다.

사전장례주관의향서에는 장기기증 의사도 함께 남길 수 있다. 조씨는 이날 장기기증 의향도 전했다. 그는 “눈이나 귀처럼 내가 쓰지 못하게 되는 게 있다면 필요한 사람에게 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왔다”며 “이런 뜻을 직접 적을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1인 가구 증가로 고독사 이후 장례를 책임질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필요한 시도”라며 “생전 의사 확인부터 사망 이후까지 공공이 연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대상자 설정의 적절성과 현장 인력 부담, 제도에 대한 충분한 안내가 함께 점검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지영 기자
surge@kukinews.com
서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