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명품 소비공식 흔들린다…韓, 5대 럭셔리시장 진입 가시권

아시아 명품 소비공식 흔들린다…韓, 5대 럭셔리시장 진입 가시권

아시아 럭셔리 소비, 국가별 성장률 ‘1%~48%’ 격차
中·日, 2030년 아시아 명품 소비 규모의 65% 전망
잠재력·성장률 자체는 日 최저, 인도 최대

기사승인 2026-02-06 16:54:15 업데이트 2026-02-07 07:50:17
서울의 한 백화점 내 명품관.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 없음. 심하연 기자

아시아 명품 소비가 더 이상 소득 증가 공식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같은 아시아권이라도 국가별 문화적 성향에 따라 명품 소비 확대 속도와 방식이 달라지면서, 글로벌 명품업계 역시 시장을 바라보는 기준을 세분화하고 있다.

6일 비자(Visa)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럭셔리 소비자 분석’에 따르면,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국가일수록 소득 증가에 따른 럭셔리 소비 확대 폭이 크게 나타났다. 개인주의 지수가 60점을 넘는 호주와 뉴질랜드는 럭셔리 지출 탄력성이 1 이상으로, 소득이 늘어날수록 명품 소비도 비례해 증가했다.

반면 인도와 인도네시아는 개인주의 지수와 럭셔리 소비 탄력성이 모두 낮아, 가처분 소득이 증가하더라도 명품 지출 확대는 제한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사회적 조화와 집단의 시선을 중시하는 문화적 특성이 소비를 보다 절제된 형태로 이끈 결과로 풀이된다. 흥미로운 점은 중국과 싱가포르다. 두 국가는 개인주의 성향이 상대적으로 낮은 사회임에도 럭셔리 지출 탄력성은 한국이나 일본보다 높게 나타나, 소득이 증가할 경우 명품 소비를 빠르게 확대하는 시장으로 분류됐다.

시장 규모 전망에서도 국가별 차이는 뚜렷했다. 비자 분석에 따르면 2030년 기준 아시아태평양 럭셔리 시장에서 중국과 일본은 전체 소비의 약 65%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1080억달러 규모로 아시아 최대 시장을 유지하고, 일본은 310억달러 규모로 뒤를 이을 전망이다. 한국은 약 100억달러 규모로 인도와 홍콩에 이어 아시아 5대 럭셔리 시장에 진입할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성장률 측면에서는 온도 차가 컸다. 2023년 대비 2030년까지의 럭셔리 소비 지출 증가율은 일본이 약 1% 수준으로 가장 낮았으며, 이미 성숙 단계에 접어든 시장으로 분류됐다. 반면 인도는 부유층 가구 수 증가에 힘입어 약 48%의 가장 높은 성장률이 예상됐다. 한국은 약 11% 수준의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며, 고속 성장보다는 안정적인 소비 시장으로 평가됐다.

이 같은 소비 구조 변화는 최근 명품업계의 현장 움직임에서도 감지된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은 아시아 시장을 단일한 성장 공식으로 묶기보다, 국가별 소비 성향에 맞춰 매장 구성과 소비자 접점을 달리 가져가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단순한 판매 공간을 넘어 플래그십 매장, 체험형 공간, 문화 요소를 결합한 형태의 운영이 늘어나고 있으며, 여행·관광 소비와 연계한 전략도 확대되는 추세다.

업계에서는 이번 데이터를 두고 아시아 명품 시장이 더 이상 소득 증가에 따른 양적 확대 국면이 아니라, 국가별 문화와 소비 동기에 따라 전략이 세분화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글로벌 명품 브랜드 관계자는 “과거에는 아시아를 하나의 성장 시장으로 보고 출점과 물량 확대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같은 아시아라도 소비자가 명품을 구매하는 이유와 맥락이 달라지고 있다”며 “시장별 접근 방식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말했다.

특히 한국 시장에 대해서는 성장 속도보다 소비의 질이 중요해졌다는 평가가 많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이미 주요 명품 브랜드의 침투율이 상당히 높은 시장”이라며 “신규 고객을 빠르게 늘리기보다는 기존 고객과의 관계를 어떻게 유지하고, 브랜드 경험을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하느냐가 핵심 과제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최근 명품 브랜드들은 한국을 포함한 성숙 시장에서 대규모 출점이나 단기 매출 확대보다는 플래그십 매장, 체험형 공간, VIP 관리 등 경험 중심 전략에 무게를 두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비자가 제시한 데이터처럼, 단순한 소득 지표가 아니라 소비자의 문화적 성향과 동기에 따라 명품 소비가 달라지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 결과로 보고 있다.
심하연 기자
sim@kukinews.com
심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