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버스 총파업이 지난달 역대 최장 기록을 경신하며 이틀 만에 마무리됐지만, 기존 운영 제도를 둘러싼 정치권 공방은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다. 6·3 지방선거가 약 4개월 앞으로 다가오며 차기 서울시장 후보군을 비롯해 현역 지자체장도 시내버스 문제를 거론하는 모습이다. 파업의 주체인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은 “정쟁이 아닌 법리적 판단을 요한다”고 단언했다.
서울시는 필수공익사업 지정으로 시내버스 파업 문제를 해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필수공익사업은 시민 생활에 필요한 공공사업으로, 업무의 정지·폐지가 일상에 큰 영향을 끼치며 대체하기도 어려운 사업을 가리킨다. 시내버스가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되면 노조 쟁의 기간에도 핵심 업무를 가동할 수 있도록 필수 인력을 남겨둬야 한다. 다만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을 개정해야만 지정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시는 최근 준공영제를 운용 중인 광역자치단체와 공동 대응 회의를 연 데 이어 5일 토론회를 개최했다. 정부에 관련법 개정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시내버스 필수공익사업 지정 토론회’에 참석해 “필수공익사업 지정은 노동자의 쟁의권을 존중하되 시민 이동권도 보호하는 방안”이라며 “시민이 큰 불편을 느끼지 않는 선에서 노조의 주장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내버스 운영 제도에 대해 공개적으로 발언했던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정원오 성동구청장을 언급했다. 오 시장은 개회사에서 “얼마 전 전국의 광역시가 전부 모여 시내버스를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해 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며 “당시 경기도가 ‘우리도 함께하고 싶다’고 제안해 관련 논의를 심도 있게 진행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에 김 지사가 정반대의 말을 해서 굉장히 혼란스럽다”고 덧붙였다.
이는 김 지사가 지난달 29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오 시장을 직격한 발언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김 지사는 SNS에서 “서울시가 경기도를 비롯한 10개 시도에 필수공익사업 지정을 함께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이는 오 시장의 무능을 희석하려는 물타기 의도가 명백하다”며 “경기도는 거부의 뜻으로 회의에 불참했다”고 했다. 또 “파업이 반복되니 파업을 제한하겠다는 접근은 노동3권 침해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개회사 직후 기자들과 만난 오 시장은 이를 두고 “(김 지사가) 아마 정치인으로서 판단을 한 게 아닌가 싶다”고 되받기도 했다. 정 구청장이 시내버스 민·공영 이원화를 제안한 데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오 시장은 “균형이 맞지 않는 이야기”라며 노선의 수익은 회사가 가져가되 적자를 시민 세금으로 보장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한 오 시장은 “자치구에서 한 10대 정도의 공공버스를 운영해 본 경험으로 7000대가 넘는 서울시내 전체 버스에 공영제를 적용하자는 건 깊은 연구가 결여된 즉흥적인 제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정 구청장은 6일 SNS에서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를 언급하며 “오 시장의 발언은 ‘덩치가 다르니 논의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말로 들린다. 이것이야말로 골리앗의 태도가 아니고 무엇이겠느냐”고 반박했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정 구청장은 앞서 지난 3일 더불어민주당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준공영제 재구조화를 통해 수익이 나지 않아 시내버스나 마을버스 운영이 어려운 노선은 공공버스 전환을 검토해야 한다”며 “대중교통망에서 소외된 지역에 공공버스를 도입해 시민 누구나 걸어서 5분 이내에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6·3 지방선거까지 약 4개월 남은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른바 ‘시민의 발’인 시내버스가 정쟁거리로 변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재호 서울시버스노조 사무부처장은 이에 대해 “(시내버스 문제는) 정쟁으로 삼아 인기를 끌 만한 발언을 할 문제가 아니다”라면서도 “일방적으로 기본권을 죽여 (파업을) 못 하게 막는 필수공익사업 지정은 양립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유 사무부처장은 “노조가 2년 전에 이어 대규모로 파업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라며 “시가 필수공익사업 지정을 원한다면 완전공영제로 전환하거나, 일본처럼 완전민영제로 바꾸길 바란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