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막히자 기업으로…하나·국민·신한 늘고 우리 줄어

가계대출 막히자 기업으로…하나·국민·신한 늘고 우리 줄어

기사승인 2026-02-08 06:00:05
시민들이 시중은행 ATM기 앞으로 지나가고 있다. 쿠키뉴스DB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와 ‘생산적 금융’ 기조에 따라 시중은행들의 기업대출이 지난해 큰 폭으로 늘었다. 하나·국민·신한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이 증가한 반면, 우리은행은 여신 포트폴리오 조정으로 감소하는 대조적인 흐름을 보였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737조875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말(719조6410억원) 대비 18조2340억원 늘어난 수치다.

은행별로 보면 하나은행의 기업대출 증가 폭이 가장 높았다. 지난해 말 기업대출 잔액은 176조2320억원으로 전년 말(166조2330억원) 대비 6.0% 늘었다. 중소기업은 5.5%, 대기업은 6.1% 각각 증가했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지난해 말 기업대출 잔액은 각각 194조1000억원과 187조980억원으로 모두 전년 대비 3.9% 증가했다. 국민은행은 중소기업이 3.2%, 대기업은 6.0% 늘었고, 신한은행은 중소기업이 3.2%, 대기업이 6.0% 확대됐다.

3개 은행의 기업출 증가는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지난해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최대 6억원으로 제한하는 ‘6·27 대출 규제’로 가계대출 문턱을 높였다. 여기에 주담대에 적용하는 위험가중치(RW) 하한이 상향되면서 부동산 대출 중심의 여신 운용에 부담이 커졌다.

정부가 지난해 6월 출범한 뒤 ‘생산적 금융’을 연일 강조하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이재명 대통령은 금융권이 손쉬운 주택담보대출 중심의 이자수익을 올리고 있다며 지적한 바 있다. 이에 금융권이 부동산 대출 중심의 대출 구조에서 벗어나 첨단산업·벤처기업 등 생산적 분야에 자금을 공급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은행권은 정부의 정책 기조에 맞춰 기업대출을 늘리는 방향으로 여신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모습이다. 

반면 우리은행은 4대 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기업대출이 축소됐다. 우리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180조4450억원으로 전년말 대비 2.9% 줄었다. 대기업이 5.5% 늘고, SME(개인사업자·중소기업)는 6.2% 감소했다.

우리은행은 기업대출의 질적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소기업 대출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은 부동산임대업 대출 비중을 대폭 축소했다는 것. 우리금융은 지난 6일 컨퍼런스콜에서 “임대업 비중을 축소하고 신성장 우량기업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업대출을 확대에 따른 자본관리 부담은 과제로 꼽힌다. 기업대출은 주택담보대출보다 위험가중치(RW)가높아 자본비율하락에 보다 민감한 영향이다. 여기에 최근 기업 및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기업대출과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각각 0.73%, 0.76%로 전월 대비 0.04%p(포인트)씩 상승했다. 

금융권에서는 올해도 기업대출 확대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6월 정부의 대출 규제 이후 가계대출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기업대출과 개인사업자(SOHO) 대출에 집중했다”며 “정부가 ‘생산적 금융’을 유도하는 상황과 맞물려 올해도 기업대출 증가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은 기자
taeeun@kukinews.com
김태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