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을 앞두고 택배 물량이 평상시보다 25~30% 늘어나는 ‘피크 시즌’이 돌아왔지만, 과거 명절마다 반복되던 ‘택배 대란’은 이제 옛말이 됐다. 사람이 일일이 송장을 스캔하고 박스를 옮기던 자리를 인공지능(AI)과 로봇이 채우면서, 단순 자동화를 넘어선 인공지능 전환(AX·AI Transformation)이 물류 현장의 풍경을 완전히 바꿔놓고 있다.
1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설 명절 연휴 기간 국내 택배 물량은 하루 평균 1870만 박스로 예상된다. 평상시 1780만 박스보다 약 5% 증가한 수치지만, 물류 현장은 지연이나 과부하 없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물류 현장 전반에 도입된 AX 기술이 폭발적인 물량을 실시간으로 소화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쿠팡·CJ, 로봇 군단 투입해 분류 시간 65% 단축
물류 1위 쿠팡은 전국 풀필먼트센터에 자율운반로봇(AGV)과 분류 로봇(소팅봇) 등 수천 대의 물류 로봇을 운영하고 있다. AGV는 수백 개 상품이 진열된 선반을 통째로 들어 작업자에게 이동해 동선을 최소화하고, 소팅봇은 송장 바코드를 스캔해 몇 초 만에 배송지별 자동 분류를 수행한다. 그 결과 분류 작업 시간은 기존 대비 약 65% 단축됐다.
상품이 컨베이어 벨트에 올라오면 비전 AI가 화물의 크기·무게·형태를 인식해 자동 분류하고, 배송 차량 내부 공간을 계산해 최적의 적재 순서까지 정한다. 사람이 일일이 판단하던 과정을 AI가 대신하면서 작업자는 반복 이동 대신 예외 상황 관리에 집중할 수 있게 됐고, 현장 피로도도 크게 낮아졌다.
전통 물류기업들도 AX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택배 2위 CJ대한통운은 자동 분류 설비를 넘어 로봇 기반 ‘물류 자동화 2.0’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경기 군포 풀필먼트센터에는 물류 전용 휴머노이드 로봇이 국내 업계 최초로 투입돼 포장 공정 실증이 진행 중이다. 이 로봇은 사람처럼 유연한 로봇 핸드를 장착해 무거운 박스는 물론, 기존 로봇이 처리하기 까다로웠던 비닐 봉투 등 비정형 화물까지 능숙하게 다룬다.
특히 3D 카메라 비전 기술을 탑재한 '로봇 팔(디팔레타이저)'는 팔레트에 제각각 쌓인 상자를 실시간으로 인식해 시간당 700상자를 처리한다. 최대 20kg 무게의 상자도 특수 패드와 진공흡착 기술로 안정적으로 들어 올린다. 회사 측은 “로봇 핸드 기술이 고도화되면 현장 육체 노동 강도는 30% 이상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CJ대한통운은 중간 운송(미들마일)부터 최종 배송(라스트마일)까지 전 과정을 AI로 연결하는 ‘에이전틱 AI’ 생태계도 구축하고 있다. 경로 최적화 솔루션 ‘더운반’과 배송 효율화 서비스 ‘오네’를 통해 물류 전 과정을 데이터로 관리한다. 구성용 CJ대한통운 TES 자동화개발담당은 “물류 현장에서 확보한 ‘좋은 데이터’가 AI 경쟁력의 핵심”이라며 “현장 검증을 통해 기술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한진도 가세…인력 40% 감축
AX 전환은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이천 자동화센터에 로봇 소터와 셔틀형 자율주행로봇(AMR)을 도입해 작업 인력을 약 40% 절감했다. 자체 창고제어시스템(WCS)으로 자동화 설비를 통합 관리하며 효율을 높였다.
한진은 대전 스마트 메가허브 터미널에 AI 형상인식 솔루션을 적용해 화물의 부피와 모양을 자동 인식·분류하고 있다. 업계 최초로 생성형 AI 챗봇을 도입해 24시간 고객 상담을 자동화했으며, 향후 5년간 5100억원을 투자해 자동화 설비를 확대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물류 AX가 기업의 수익성 개선뿐 아니라 사회적 비용 감소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반복적이고 고강도의 작업을 AI와 로봇이 대체하면서, 물류 산업의 구조 자체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CJ대한통운은 주 7일 배송(매일오네) 도입 이후 일요일 식품 배송량이 연초 대비 70% 증가했지만, 자동화 투자를 통해 추가 비용을 상당 부분 상쇄하며 영업이익을 확대했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화 투자가 명절 물류 대란 대응을 넘어 장기 경쟁력의 기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