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이면 네트워크에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 기기만 400억 개에 달합니다. 사람이 일일이 대응하는 방식은 이제 한계에 봉착했고, 통신망도 AI가 스스로 판단하고 고치는 '자율 주행' 시대로 가야 합니다.”
권준혁 LG유플러스 네트워크부문장(부사장)은 10일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AI 기반 ‘자율 운영 네트워크’ 전략을 선언하며 이같이 말했다. 통신 장애 감지부터 트래픽 제어, 설비 관리까지 네트워크 운영 전 과정을 인공지능(AI)이 스스로 판단하고 조치하는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LG유플러스는 2028년까지 완전 자율화 네트워크 구현을 목표로 제시했다.
“AI가 24시간 불침번”…고객 불만 70% 줄었다
LG유플러스 자율 운영 네트워크의 핵심은 AI 통합 플랫폼 ‘에이아이온(AION)’이다. 2018년부터 분산돼 있던 네트워크 데이터를 통합해 구축한 시스템으로, 이 플랫폼 안에서 작동하는 ‘AI 에이전트’들이 24시간 통신망을 감시하며 사람이 놓치기 쉬운 미세한 이상 징후까지 포착한다. 현재 약 210개의 AI 에이전트가 통신망 운영에 투입돼 있다.
박성우 LG유플러스 네트워크AX그룹장(상무)은 “기존에는 사람이 장애 인지부터 분석·판단·조치까지 전 과정을 담당했다면, 이제는 AI 에이전트가 이를 자율적으로 수행한다”며 “사람은 ‘서비스 품질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라’는 의도만 전달하고 감독 역할을 맡는다”고 설명했다.
실제 성과도 뚜렷하다. 에이아이온 도입 이후 모바일 고객의 품질 불만 접수 건수는 70%, 인터넷(IP)TV 고객 불만은 56% 감소했다. 고객이 통신 끊김을 체감하기 전에 AI가 먼저 문제를 찾아 해결하는 구조가 자리 잡았다는 설명이다. 장애 조치 시간도 약 25% 단축됐다.
특히 AI는 기존 시스템으로는 포착되지 않던 ‘숨은 품질 문제’까지 찾아낸다. 박 그룹장은 “약 900개 데이터를 학습해 장비 알람은 없지만 실제로는 통화 끊김이나 IPTV 화면 깨짐이 발생하는 상황까지 사전에 감지한다”고 말했다.
불꽃축제 인파도 AI가 실시간 제어…초급 엔지니어도 대응
대규모 인파가 몰리는 현장에서는 AI의 효과가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서울 불꽃축제처럼 수십만 명이 특정 지역에 집중되면 기지국 과부하로 통신 지연이 발생하기 쉽다. 과거에는 숙련 엔지니어가 기지국별로 접속해 설정을 변경해야 했다.
현재는 초급 엔지니어가 자연어로 “○○ 지역 트래픽 대응”과 같은 명령을 입력하면 AI가 ‘트래픽 예측→파라미터 조정→실시간 모니터링→기지국 제어’까지 자동으로 처리한다. 이 기술은 지난해 서울 불꽃축제 상용망에도 실제 적용됐다.
박 그룹장은 “아무리 여러 명이 투입돼도 수백 개 기지국을 동시에 실시간 제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이제는 하나의 AI 에이전트가 다수의 기지국을 모니터링하고, 사람은 감독만 하는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고 말했다.
로봇이 국사 돌며 장비 점검…"휴머노이드까지 검토”
전국 5000여개에 달하는 통신 국사(설비 시설) 운영에는 ‘디지털 트윈(가상 복제)’과 로봇이 투입된다. 디지털 트윈은 실제 국사 환경을 가상 공간에 동일하게 구현한 기술로, 장비 배치와 전력·온도·습도 상태를 원격으로 확인할 수 있다.
현장 순찰은 자율주행 로봇 ‘U-BOT(유봇)’이 맡는다. LG AI연구원의 초거대 AI ‘엑사원(EXAONE)’을 탑재한 높이 1.8m의 이 로봇은 국사 내부를 이동하며 장비 상태를 점검하고 데이터를 수집한다. 수집된 정보는 디지털 트윈 시스템에 실시간 반영된다. 관리자는 현장을 직접 찾지 않고도 국사 환경을 관리할 수 있어 불필요한 출동이 줄고, 안전사고 위험도 낮아졌다는 설명이다.
LG유플러스는 향후 로봇이 직접 조치까지 수행하는 ‘유봇 2.0’ 개발과 휴머노이드 적용 가능성도 검토 중이다. 박 그룹장은 “현재는 유봇 1.0 단계”라며 “다음 단계에서는 실질적인 행동까지 수행하는 로봇을, 궁극적으로는 휴머노이드까지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국사는 중요한 시설인 만큼 로봇이 넘어지는 것 자체가 리스크가 될 수 있어 안정성 확보 이후 단계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기술력 입증…“인력 감축은 없다”
LG유플러스는 외부 평가를 통한 객관성도 강조했다. 회사는 지난해 글로벌 통신 산업 협의체인 TM포럼의 네트워크 자동화 성숙도 평가에서 국내 통신사 최초로 ‘Access 장애관리’ 분야 레벨 3.8을 획득했다. 최고 단계인 레벨 4.0에 근접한 수준이다.
AI 도입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 우려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권 부사장은 “인력 감축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단순 반복 업무에서 해방된 직원들이 더 가치 있는 서비스와 기술 개발에 집중하도록 역할을 재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오는 3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MWC 2026’에서 자율 운영 네트워크 기술을 공개하고 글로벌 통신사들과의 협력을 모색할 계획이다. 권 부사장은 “자율 운영 네트워크를 통해 고객 경험의 기준을 ‘품질’에서 ‘신뢰’ 수준으로 확장하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