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증도 보험도 없는 ‘100만원 전기차’…정부·플랫폼 “판매 못 막는다”

[단독] 인증도 보험도 없는 ‘100만원 전기차’…정부·플랫폼 “판매 못 막는다”

4인승·최고 시속 80km 홍보…국내 안전 인증 여부는 미확인
판매자는 “국토부에 문의 후 구매” 안내…등록 판단은 소비자 몫
쿠팡 등 오픈마켓 “사전 검증 어렵다”… 관리 사각지대 지적

기사승인 2026-02-19 06:00:10
인스타그램, 틱톡 등 SNS에 동영상 형태로 게재된 '초소형 전기차' 광고 글. SNS 캡처 

4인승, 최고 시속 80km, 주행거리 최대 100km, 가격은 180만원. 쿠팡, 네이버 쇼핑 등 온라인 오픈마켓에서 판매 중인 초소형 ‘전기차’에 대한 설명이다. SNS에 올라온 한 초소형 전기차 광고 영상에는 판매처를 묻는 댓글이 1만개 넘게 달렸다. 

그러나 해당 차량이 국내에서 자동차로 등록 가능한지, 안전 기준에 따른 인증을 받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안내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정부와 유통 플랫폼은 “판매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판매는 열려 있고, 운행은 사후 규제 대상이 되는 구조 속에서 안전 책임은 사실상 소비자 개인에게 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인증 여부 불명확…“배송 중 파손 우려” 문구까지

해당 제품 대부분은 중국산으로 해외 직구 형태로 유통되고 있다. 일부 모델은 300만~800만원대에 판매되며 네 개 좌석과 두 개의 문, 디스크 브레이크, 후진 기능 등을 강조한다. 해외 유명 자동차 브랜드 로고를 부착한 사례도 확인된다.

문제는 안전성이다. 일부 판매 페이지에는 “쉽게 부서지는 물품으로 물류 운송에만 의뢰할 수 있다”는 문구가 포함돼 있다. 운송 과정에서의 파손 가능성을 전제한 설명이다. 

자동차는 주행 중 충돌 상황을 고려한 차체 강성·안전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하지만 해당 차량이 국내 자동차 안전 기준에 따른 인증을 거쳤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배송 중 파손을 우려해야 하는 구조라면 실제 도로 충돌 상황에서 탑승자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초소형 전기차'로 판매되고 있는 제품의 실내 디자인. 쿠팡 홈페이지 캡처 

‘스쿠터’ 홍보하지만 4인승 사륜…법적 분류도 불명확

판매자들은 이러한 4인 사륜 차량을 주로 ‘노인용 보조기구’, ‘밭일용’, ‘전기스쿠터’ 등으로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노인용 보행보조형 기기는 시속 25km 이하 제품으로 도로 주행이 엄격히 제한된다. 또한 4인승 사륜 차량은 자동차관리법상 스쿠터(이륜자동차)로 분류되지 않는다. 이런 법적 분류와 맞지 않는 표현이 소비자 오인을 유발할 수 있다.

이지훈 법률사무소 화랑 변호사는 “4인승 사륜 차량을 ‘스쿠터’ 등으로 광고하면 표시광고법 위반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스쿠터는 일반적으로 이륜자동차나 원동기장치로 분류되지만, 4인승 사륜 차량은 자동차관리법상 초소형 승용자동차로 볼 여지가 있다”며 “법적 분류와 다른 명칭을 사용할 경우 소비자가 오인할 수 있고, 객관적 사실과 불일치하는 광고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판매자들 “국토부에 문의 후 구매” 안내…등록·책임은 소비자 몫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해당 차량은 ‘자동차’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국토부 관계자는 “해당 차량의 외관, 형태 등을 감안할 때 자동차관리법 제2조에서 정의하는 자동차에 해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나 자동차라고 해서 곧바로 도로에서 운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관리법 제30조에 따라 자동차를 제작·조립·수입하려는 자는 안전 기준에 적합한 자기인증을 받아야 한다. 소규모 수입자나 개인이 해외 직구로 차량을 들여오는 경우에도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시험과 기술검토를 거쳐 개별 인증을 받아야 한다. 이 절차가 완료돼야 등록과 번호판 발급, 보험 가입이 가능하다.

인증 없이 공도에서 운행할 경우 무등록·무보험 차량에 해당해 과태료 또는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의무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손해배상 책임은 운전자에게 직접 귀속될 소지가 크다. 

그러나 대다수 판매 페이지에서는 이러한 등록 요건과 운행 제한에 대한 구체적인 안내를 찾아보기 어렵다. 

한 판매자는 “옵션에 따라 일반 스쿠터로도, 전기자동차로도 불릴 수 있다”며 “국토교통부와 환경부에 문의 후 구매하라”고 안내하고 있다. 등록 가능 여부를 판매자가 확인해 제공하기보다, 판단을 소비자에게 맡기는 구조다. 

또 다른 판매자는 “사유지에서만 운행하면 문제없다”고 홍보한다. 그러나 지목상 사유지라 하더라도 불특정 다수가 통행하는 공간은 도로교통법상 ‘도로’로 인정될 수 있다. 무등록·무보험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형사 책임과 별도로 민사상 책임이 생길 수 있다.

네이버쇼핑, 쿠팡 등 오픈마켓에서 판매되고 있는 '자동차' 형태의 제품들. 지프(JEEP)나 토요타(TOYOTA)의 로고를 붙인 기기들도 찾아볼 수 있었다. 네이버 및 쿠팡 홈페이지 캡처 

플랫폼 “사전 검증 어렵다”…정부 “판매는 못 막아”

해당 제품은 쿠팡, 네이버쇼핑 등 주요 오픈마켓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플랫폼 측은 모든 상품의 인증 여부를 사전에 검증하기는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오픈마켓 관계자는 “모든 상품의 인증 여부를 사전에 면밀히 검증하기는 구조적으로 어렵다”며 “문제 발생 시 환불에 대해선 판매자 책임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사전 관리보다는 사후 관리 중심의 오픈마켓 구조상 판매 자체를 제한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국토부 역시 판매 자체를 차단할 법적 근거는 없다는 설명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자동차관리법상의 목적 자체가 자동차의 안전한 운행과 수단이기에 판매를 막을 순 없다”고 말했다. 다만 “자기인증을 받지 않은 차가 도로에 나와 주행할 경우 자동차관리법 별칙에 의해 제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운행은 규제하지만, 판매는 막지 못하는 구조 속에서 인증·등록 요건에 대한 안내 책임은 판매자와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형국인 것이다. 

한국소비자원은 “현재까지 해당 유형 제품과 관련한 피해 접수 사례는 없다”고 했다. 다만 이러한 문제성을 인지한 만큼 내부적으로 위험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피해 사례가 아직 접수되지 않았다는 점과 별개로, 등록 가능 여부와 책임 구조가 불명확한 4인승 차량이 ‘전기차’로 유통되는 현실은 제도적 관리 공백을 드러낸다.

판매자는 문의를 권하고, 플랫폼은 중개자임을 강조하며, 정부는 운행만 규제한다. 그러나 사고가 발생할 경우 형사 책임과 거액의 손해배상 부담은 결국 소비자 개인에게 집중될 수 있다.

이 변호사는 “등록 가능 여부나 운행 조건 등을 명확히 고지하지 않은 채 판매하는 것은 부실 광고로 볼 수 있다”며 “초소형 전기 승용차라면 일반 전기 승용차와의 차이점과 법적 제한 사항을 함께 명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수지 기자
sage@kukinews.com
김수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