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의 겨울’ 속 HMM…‘벌크선’ 승부수 통할까

‘해운의 겨울’ 속 HMM…‘벌크선’ 승부수 통할까

기사승인 2026-02-13 06:00:12
HMM의 초대형 유조선. HMM 제공

해운업계가 팬데믹 특수 종료 이후 본격적인 침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운임 하락과 글로벌 해운 얼라이언스 재편, 선박 공급 증가가 맞물리며 업황 둔화 신호가 뚜렷해지는 가운데, HMM은 컨테이너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선종 다변화를 통한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12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운임 지표에서 업황 둔화가 확인되고 있다. 글로벌 해상운송 항로의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1월 30일 기준 1316.75포인트로, 전주(1457.86) 대비 141.11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초 2000포인트 수준까지 치솟았던 것과 비교하면 1년 새 약 30% 떨어진 수치다. 운임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업계 전반에 구조조정 움직임도 감지된다. HMM 역시 최근 50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조기 퇴직 신청을 받는 ‘리스타트 지원 프로그램’을 시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러한 악재 속에서도 HMM의 실적은 시장 기대치에 부합했다. HMM이 11일 공시한 2025년 잠정 실적에 따르면, 연결 기준 매출은 10조8914억원, 영업이익은 1조461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평균 SCFI가 전년 대비 37% 급락했음에도, 벌크·유조선 부문의 매출 비중 확대가 실적 방어에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벌크 및 유조선 부문 매출 비중이 확대되면서 컨테이너 운임 변동에 따른 이익 급락을 방어하는 하방 경직성이 강화됐다”고 진단했다. 컨테이너 시황이 글로벌 소비 경기와 연동돼 변동성이 큰 반면, 벌크선은 장기운송계약(CVC)을 통해 비교적 안정적인 현금 흐름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HMM은 ‘2030 중장기 전략’을 통해 선종 다변화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현재 30여 척 수준인 벌크 선대를 2030년까지 110척으로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직접 발주와 중고선 매입을 병행하는 자생적 선대 확충 전략이다. 앞서 HMM은 사모펀드 한앤컴퍼니가 보유한 SK해운 벌크선 사업부 인수를 추진하며 단기간 내 선대 확장을 노렸으나, 가격 이견과 당시 HMM 자체 매각 이슈 등으로 무산된 바 있다. 외부 수혈이 막히자 내부 확장으로 방향을 선회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벌크는 컨테이너와 달리 화물에 따라 배가 완전히 달라진다”며 “가령 자동차선에 석탄을 실을 수 없고, 다목적선에 석유를 실을 수 없기 때문에 다양한 사업 기회를 잡기 위해 선종 다변화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전략이 컨테이너 운임 급락 국면에서 실적 변동성을 완화하는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 다만 향후 벌크선 시황이 변수로 남아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해운‧조선업 2025년 3분기 동향 및 2026년 전망에 따르면, 2023~2024년 발주된 벌크선들이 2026년에 대거 인도되면서 공급 증가율이 전년 대비 0.5%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급은 늘어나는 반면 세계 경제 저성장으로 수요 회복의 경우 더뎌져, 2026년 연평균 벌크선운임지수(BDI)는 1400~1500선에서 횡보하며 시황 개선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대외 변수도 부담이다. 미·중 무역 갈등과 중국의 식량 자급률 확대 정책은 곡물 운송 수요 둔화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중국의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철광석 수요 위축에 이어 곡물 물동량마저 둔화될 경우, 올해 벌크선 운임 하락 압력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신조선가 고공행진 국면도 투자 효율성 측면에서 부담 요인이다. 클락슨 신조선가 지수는 2025년 말 기준 184.65포인트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였던 2008년의 96%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높은 선가에 따라 발주한 선박이 인도되는 2~3년 뒤에는 감가상각비 부담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결국 단순히 배의 숫자를 늘리는 것을 넘어, 다변화된 선종을 활용해 고수익 장기 화주를 얼마나 빠르게 선점하느냐가 미래 로드맵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민 기자
breathming@kukinews.com
이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