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대책인 지역의사제도의 시행 시점과 규모가 공개됐다. 의료계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효과를 내려면 이를 뒷받침할 정책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는 2027년부터 시행되는 지역의사제도는 서울을 제외한 비수도권 지역 의과대학이 연고 지역 학생을 지역의사 전형으로 선발해, 의사 면허 취득 후 10년간 해당 지역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정책이다. 정부는 최근 의대 정원 확대 규모를 결정하면서 2024학년도 정원을 초과하는 인원을 지역의사 전형으로 선발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향후 5년간 연평균 668명의 지역의사가 양성될 전망이다.
정부가 붕괴하고 있는 지역·필수·공공의료를 살리기 위한 대책으로 지역의사제도를 꺼내 들었지만, 의료계는 현 제도로는 기대한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지역의료 붕괴를 막으려면 의사 수 확보와 함께 의료의 질도 보장해야 하지만, 현 제도만으로는 단순히 의사 수만 늘어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의료계 전문가들은 가장 큰 문제로 지역의사제로 양성된 의사들이 10년의 의무 복무 기간을 채운 뒤 지역을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꼽았다. 지방 소멸로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의무 복무가 끝나면 인구가 집중된 수도권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 서울 대형병원들이 수도권에 분원을 잇따라 개설하고 있어, 현재 지방 병원의 여건으로는 비수도권 의사들의 이탈을 막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남지역 의사 A씨는 “현 상황은 의사들이 지방에 머무르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지방 소멸이 심화되면서 환자 수가 줄어드는 지역에서 의사들이 머무르며 미래를 설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역의사제로 선발된 인원들이 같은 지역 출신이라 하더라도 소득과 생활 여건을 고려하면 수도권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의사들의 정주 여건을 강화하려면 지역 대형병원이 자립할 수 있도록 수도권 대형병원의 분원 설립을 제한하고, 지역 완결형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하는 등 지역 발전 정책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의료계 전문가들은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해서는 신규 인력 확충뿐 아니라 경험이 풍부한 의사 확보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지역의대 교육 여건을 강화하고, 수도권에서 은퇴한 시니어 의사를 지역 의료 현장에서 활용할 방안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대구지역 의사 B씨는 “지역의료를 살리려면 경력을 막 쌓아가는 의사만이 아니라 베테랑 의사들이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며 “지방 의대의 교육 여건을 강화하지 않으면 숙련도와 교육 수준이 낮은 의사만 양산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경험 있는 의사를 비수도권에 배치하려면 은퇴하는 시니어 인력을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며 “수도권 병원에서 은퇴하는 시니어 의사에게 정책적 혜택을 제공해 비수도권에서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지역의사제로 양성된 의사들이 비수도권 지역에서 의무 복무기간 버티기에 몰입하지 않도록 하려면 종합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지역의사제로 양성되는 필수의료 인력들이 인구가 적은 지역에 배치되더라도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장비, 인력 지원을 아껴선 안 된다는 설명이다.
산부인과 의사 C씨는 “지역의사제로 산부인과 의사가 양성되더라도 임산부가 적은 농어촌 지역 병원에 있으면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어 시간만 보내다 10년을 흘려보낼 수 있다”며 “이들이 제대로 일하려면 함께 일할 간호사, 의료 장비, 병원 시설이 종합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종합적인 대책이 없으면 오히려 지역의료의 질 저하로 환자들의 수도권 집중 현상을 키울 수 있다”며 “정부가 거시적 관점에서 지역의료를 살릴 정책을 고민해서 내놔야 한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