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개통 시 안면인증 의무화 시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정부는 보이스피싱과 대포폰 차단을 위한 강도 높은 대책이라고 설명하지만, 현장에서는 인식 오류와 개인정보 논란이 이어지며 제도 안착을 둘러싼 우려도 커지고 있다.
22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오는 3월23일부터 대면 또는 비대면 방식으로 휴대전화를 개통할 때 안면인증을 의무적으로 적용한다. 기존 신분증 확인에 더해 패스(PASS) 앱을 통한 얼굴 촬영·대조 절차가 추가된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조치가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악용되는 ‘대포폰’ 개통을 차단하기 위한 대책이라고 설명한다. 휴대전화 개통 과정의 본인확인을 강화해 범죄 악용 가능성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정부가 제도 도입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급증하는 보이스피싱 피해가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까지 집계된 보이스피싱 피해 건수는 2만1588건이다. 피해액은 1조1330억원으로 처음 1조원을 돌파했다. 특히 지난해 적발된 대포폰 9만7399건 중 92.3%(8만9927건)가 알뜰폰 회선이었다.
알뜰폰 ‘진퇴양난’…고객 이탈 vs 낙인 우려
그러나 시행을 한 달 앞둔 현장 분위기는 복잡하다. 비대면 셀프 개통 비중이 높은 알뜰폰 업계는 인증 실패가 곧 소비자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을 느끼고 있다. 동시에 제도 도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경우 ‘대포폰 통로’라는 부정적 인식이 강화될 수 있다는 점도 고민이다.
한 알뜰폰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고객들은 안면인증을 실패할 경우 포기해버리기에 알뜰폰 업계는 심각한 상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라며 “정부에서도 통신사들과 테스트를 한다고는 하나 현장에서는 인증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통신업계 관계자 역시 “알뜰폰 업계가 동조하지 않는다면 보이스피싱에 이용되는 대포폰이 집중적으로 개통이 된다거나 범죄 이용률이 좀 더 커질 수 있는 우려가 있다”라며 “그렇게 되면 최종적으로는 알뜰폰의 이미지에도 타격이다”라고 봤다.
정부는 기술 개선을 진행 중이라는 입장이다. 또 알뜰폰 업계에 인증 실패 사례 등 구체적인 데이터를 요청 중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안면인증 인식률은 기업 영업 비밀에 해당될 수 있어 공개할 수 없다”며 “통신 3사 등과 함께 개선해 나가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알뜰폰 업계에도 안면인증 실패 사례 등 구체적인 데이터를 요청하고 있으나 아직 받지 못해 도움을 주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개인정보·보안 논란…제도 안착의 관건
안전성 논란과 개인정보 침해 여부도 넘어야 할 과제다. 정부는 이통사의 안면인증 과정에서 신분증의 얼굴사진, 신분증 소지자의 얼굴 영상정보를 수집해 실시간으로 대조하고, 동일한 사람인지 여부를 확인한 후에 안면인증 결과값(Y, N)만 저장‧관리한다. 생체정보 등은 일체 보관 또는 저장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시민사회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참여연대 등 일부 시민단체는 안면인증 의무화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조사 요구 진정서를 제출했다. 과기정통부에도 법적 근거를 묻는 공개 질의서를 보내며 제도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 제17조가 ‘동의는 정보주체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만큼, 사실상 선택권이 없는 의무화 조치는 적법한 동의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또한 지난해 12월 접수된 ‘핸드폰 개통 시 안면인식 의무화 정책 반대’ 청원은 5만9660명의 동의를 받았다. 해당 청원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회부됐으며, 현재 소관 상임위 심사를 앞두고 있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안면인증 의무화는 부처 단독으로 시행하는 사안이 아니며 범부처 TF를 운영하고 있기에 개인정보위 등과 서로 소통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답했다.
여기에 지난해 통신사 해킹 사고 이후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불신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전문가들은 인식률과 보안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은 과제라고 지적한다.
박춘식 전 아주대 사이버보안학과 교수는 “정부의 설명처럼 저장 시스템이 없을 경우, 안면인증은 대포폰을 방지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그러나 100% 안전한 시스템은 없기에 추가적인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이어 “신분증 사진의 경우 과거 사진일 가능성이 높기에 오탐률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라며 “서비스 차원에서 비슷한 얼굴을 통과시키다 보면 보안상 취약해질 수 있기에 경계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