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조선업 재건을 위한 국가 차원의 전략을 공식 발표했다. 한국·일본과의 협력을 축으로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는 동시에, 외국산 선박에 대한 수수료 부과와 국적선 운송 의무 강화 등 보호 조치도 병행하겠다는 구상이다. 한미 무역 합의에 포함됐던 조선업 투자 계획이 구체적 정책 틀로 제시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국내 해운사와 수출 기업의 물류 부담 확대 가능성도 거론된다.
백악관은 13일 홈페이지를 통해 42쪽 분량의 ‘미국 해양 행동계획(AMERICA'S MARITIME ACTION PLAN, 이하 행동계획)’을 공개했다. 보고서에는 미국 조선 산업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한 세부 실행 방안이 담겼다.
행동계획은 신뢰하기 어려운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동맹 및 우방국과의 협력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미국 조선업 재건을 위해 한국 및 일본과의 역사적(historic) 협력을 지속해 나갈 방침”이라고 명시했다.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는 동시에 자국 조선 역량을 회복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의 기술력과 자본을 전략적 기반으로 삼겠다는 의미다.
또 현재까지 최소 1500억달러(약 217조원) 규모의 조선업 전용 자금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상무부가 해당 재원을 활용해 미국 조선 역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 성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적시된 1500억달러는 지난해 타결된 한미 무역 합의에서 한국이 약속한 3500억달러 대미 투자 가운데 조선업에 배정된 금액을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미 양국이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를 통해 합의한 투자 계획이 이번 행동계획의 핵심 재원으로 공식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행동계획에는 미국과 선박 공급 계약을 체결한 외국 조선사와의 단계적 협력 방안인 ‘브리지 전략(Bridge Strategy)’도 포함됐다. 외국 조선사가 미국 조선소를 인수하거나 현지 기업과 합작해 미국 내 설비에 자본을 투입하는 동시에, 현지 생산 체계가 갖춰질 때까지는 계약 물량 일부를 자국에서 건조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해당 전략이 현실화될 경우 한국 조선업체는 미국 계약 물량 중 일부를 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다만 ‘존스법(Jones Act)’ 등 미국 법규를 어떻게 충족할지가 관건으로 남는다. 1920년 제정된 존스법은 미국 항만 간 화물·여객 운송 선박에 대해 △미국 내 건조 △미국 선적 △미국 시민 소유(지분 75% 이상) 등의 요건을 부과하고 있다.
다만 국내 해운·수출업계에 부담이 될 수 있는 조치도 담겼다. 보고서는 미국 항만에 입항하는 모든 외국 건조 상업 선박에 대해 수입 화물 1㎏당 1센트에서 최대 25센트까지 일괄 수수료를 부과해, 최대 1조5000억달러 규모의 재원을 조성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아울러 ‘육상 항만 유지세’를 도입해 캐나다·멕시코를 경유하는 우회 수출 물량에도 0.125%의 세금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미국행 컨테이너 화물의 일정 비율을 미국 국적 선박으로 운송하도록 하는 ‘미국 해상 우선 요건(USMPR)’ 도입과, 정부 화물의 국적선 적재 비율 확대 방안도 포함됐다. 외국산 선박 의존도를 낮추고 자국 조선·해운 산업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현재 미국으로 유입되는 해상 물동량 상당 부분은 중국·일본·한국에서 건조된 선박이 담당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조치가 한국 해운사의 점유율을 제약하고, 국내 수출 기업의 물류 비용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