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부가 자주국방을 기치로 내세우며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나섰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올해를 ‘전작권 회복 원년’으로 삼고 전환 가속화 로드맵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전작권 전환에 앞서 전시 동원 계획인 ‘비상대비업무’ 준비가 미흡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국가동원령에 포함되는 기업과 정부 간 이뤄지는 충무계획의 시행 인력이 부족하거나, 계획의 실효성에 의문이 생기는 등 ‘관성적 전시대비’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에 현재 전시동원태세의 문제점을 확인하고 해결 방안을 찾아본다. [편집자주] |
“강력한 자율적 자주국방이 현 시기 우리의 가장 중요한 과제입니다.” (2025.9.21. 이재명 대통령)
“우리는 올해를 ‘전시작전통제권 회복의 원년’으로 삼아야 합니다.” (2026.1.28. 안규백 국방부 장관)
정부가 자주국방을 위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에 나섰다. 1950년 6·25 전쟁 당시 유엔군사령관에게 이양되고 1978년부터 한미연합군사령관이 갖고 있던 전작권을 우리나라가 환수한다는 것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개최한 올해 첫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추진평가회의를 시작으로 기존 연 1회이던 회의를 분기별로 직접 주재하며 전환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다만 범정부 차원의 전시 동원 계획인 ‘비상대비업무’는 관성적 운영에 그쳐 개선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시 동원 대상으로 지정된 정부기관·동원업체의 ‘비상대비업무 담당자’ 부족으로 동원 계획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는 설명이다. 비상대비업무 담당자는 행정안전부 주관으로 선발된 대위 이상 장교 출신의 전담 요원이다. 선발된 담당자들은 각 기관·업체 소속으로 근무하며 정부와 연계한 전시 동원 계획(충무계획) 등의 사안을 총괄·조정한다.
20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국내 전시 동원 업체인 ‘중점관리대상업체’는 약 7000곳에 이른다. 이 중 비상대비업무 담당자는 총 477명에 불과하다. 대령급 116명, 중령급 184명, 소령·대위급 177명으로 전체의 6.8% 수준이다. 전담 요원이 채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국방동원업무에 관한 훈령’에 따르면 중점관리대상업체는 전시동원계획에 따라 동원할 업체로 지정돼 임무를 부여받는다. 각 정부 부처별 기준에 따라 해당 기업이 지정되며, 지정된 기업들은 총력전 양상으로 전개되는 현대전에 대응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업체들이다. 관련 법상 동원 대상이 되는 물적 자원에는 적에게 빼앗길 경우 우리에게 위협이 되는 금속류, 석탄, 의약품뿐 아니라 비료, 식·음료, 담배, 피복류 등도 포함된다.
정부기관(비상대비책임기관) 인력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비상대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중앙행정기관, 소속 지방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등은 비상대비 업무를 시행해야 한다. 올해 중앙행정기관은 19부 6처 18청 6위원회로, 소속 기관만 해도 상당수이며 공공기관만 해도 342개에 달한다. 그러나 비상대비업무 담당자가 지정된 곳은 총 103곳에 그친다.
특히 정부기관의 경우 법적 의무 위반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난해 12월 발간된 한국해양안보논총 ‘안보환경 변화를 고려한 비상대비업무 직위 확대 방안’(양승봉 저)에 따르면 △지방고용노동청 6곳 △지방국세청·조달청 등 17곳 △시·도경찰청 18곳 △지방환경청 13곳 △지방우정청 8곳 △교정청 15곳 등 107개 지방행정기관이 비상대비업무 담당자를 임명하지 않았다.
공공기관의 경우 국가 기능 유지에 필수적인 핵심 분야 기관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분석됐다. 우체국물류지원단·코레일유통(유통·서비스), 국립중앙의료원(의료), 한국재정정보원 등 12개 핵심 기관 역시 비상대비업무 담당자를 두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업체의 규모나 임무 중요성을 고려해 비상대비업무 담당자를 지정하고 있다”며 “비상대비업무 인력을 둘 경우 각 업체가 인건비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정부가 모든 업체에 담당자를 두도록 강제할 수는 없다. 현행 시행령 기준에 따라 담당 인력을 권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전담 요원이 없는 업체·기관의 경우 전문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비상대비업무 종사자들에 따르면 전담 요원을 두지 않거나 일반 행정직이 겸직하는 사례도 있다. 행정안전부가 업무 담당자 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순환보직 직원 대상 1박2일 교육만으로는 전문성과 연속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양승봉 국방대 예비전력센터 비상대비책임연구원은 “비상대비업무 담당자는 국가동원 등 비상대비 전환 태세를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준비·실행하는 데 필수적 역할을 수행한다”며 “전시 상황에서 담당자의 공백은 작전 지속 지원 지연이나 지원 공백으로 이어져 군사작전 수행 능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전시에 필요한 담당 인력의 사전 확보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의 교육 체계로는 전문성 향상이 쉽지 않다. 시·군·구 담당자 대부분이 행정직군 초임자로, 비상대비 업무 경험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비상대비 교육은 의무 이수가 아니기 때문에 참석률이 낮고 실제 업무에 투입되는 담당자 수도 적다. 이는 비상대비업무의 전문성과 대응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교육 제도의 체계화와 강화, 전문 인력 선발·육성 등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현직 비상대비업무 담당자들 사이에서는 전시 동원 제도가 ‘관성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대한민국비상계획관협회(한비회) 관계자는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실제 전시에 충무계획이 제대로 이행될지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현장에서도 정부에 개선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며 “국가동원 발전 거버넌스 구축, 시·군·구 비상대비업무 담당자 의무 선발, 기업 인센티브 제도 도입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