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주주총회를 앞둔 금융지주사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당국의 압박이 거세지자, 주요 지주들은 선제적인 자정 대책 마련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배구조 선진화 태스크포스(TF)’를 통해 3월 말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확정·발표할 계획이다.
쟁점은 회장 임기 제한 여부다. 업계에서는 회장 임기를 3년으로 하되 연임은 1회로 제한해 최대 6년까지만 재임을 허용하는 방식이 유력한 것으로 거론된다. 현행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는 대표이사의 연임이나 임기 관련 규정이 없는 상황이다. 연임 시 참석주주의 2/3 이상의 찬성을 받아야 하는 ‘특별결의’ 도입이나 사외이사 임기를 3년으로 제한하는 방안 등도 언급된다.
개선 논의의 배경에는 그동안 금융권에서 반복돼 온 ‘셀프 연임’ 논란이 있다. 현행법은 금융회사 이사회 내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두고, 위원회 추천을 받은 인물 중에서 대표이사를 선임하도록 규정한다. 대표이사 선임은 상법에 따라 이사회 결의로 이뤄지되, 정관에 정한 경우 주주총회 일반결의(발행주식 총수 4분의 1 이상 출석·출석 주주의 과반 찬성)로 가능하다. 대표이사가 사외이사 구성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그 사외이사들로 꾸린 이사회가 다시 대표이사 선임·연임을 결정하는 ‘순환 구조’ 탓에 이사회 본연의 견제·감시 기능이 사실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실제로 BNK금융은 현 지주 회장의 연임에 유리하도록 내·외부 후보군 서류 접수 기간을 닷새 수준으로 단축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하나금융은 회장 후보 롱리스트를 꾸리기 직전 이사의 재임 가능 나이 상한(만 70세)을 현직 회장에게 유리하게 고쳐 연임을 결정했다. 신한금융은 사외이사 평가 시 외부평가기관 등 객관적 평가지표를 활용하지 않고 단순히 설문 방식으로만 평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8대 금융지주 중 신한·우리·BNK금융 등 3곳이 올해 정기 주총에서 회장 연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과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빈대인 BNK금융 회장이 각각 2기 체제 출범을 확정짓는다. 이들 3개 금융지주는 3월 하순 주총을 개최한다.
금융당국은 금융권의 선제적 자정을 압박하고 있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지난 12일 국내 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좋은 일이라고 판단되면 미룰 이유가 없다”며 “은행장들부터 필요한 것은 망설임 없이 추진하고, 개선이 필요한 것은 반드시 고쳐 달라”고 촉구했다. 사실상 오는 3월 정기 주총에서 정관 개정과 사외이사 교체 등 지배구조 개편 방향을 먼저 보여 달라는 메시지로 읽힌다.
정치권도 관련 입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융지주회사 대표이사의 연임 시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의무화하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대표이사 연임 과정에서 대주주와 일반주주를 포함한 주주의 실질적 의사 반영을 확대하고, 이사회 중심의 폐쇄적 의사결정 구조를 견제하려는 취지가 담겼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TF 논의가 정관·내규 개정으로 이어질 경우, 금융지주 대표이사의 연임 절차는 한층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특히 개정안이 적용되면 연임 시 발행주식 총수 3분의 1 이상 출석과 출석 주주 3분의 2(또는 지배구조 TF 논의에 따라 4분의 3)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업계에서는 연임·3연임 모두 주주의 실질적 동의가 전제되는 구조로 바뀌는 만큼, 지배구조 전반에 적지 않은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본다.
당장 금융권은 몸을 낮추는 모양새다. BNK금융은 이사회 과반을 주주 추천 사외이사로 채우는 방안을 검토하며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 시동을 걸었다. 우리금융은 다음 달 주주총회를 앞두고 CEO가 세 번째 연임에 도전할 경우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 찬성을 받도록 하는 특별결의 절차를 정관에 반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향후 사외이사 교체 폭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사외이사 70%가량은 3월 말 임기 만료 앞두고 있어, 지배구조 개편 기조에 맞춘 ‘이사회 물갈이’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배구조를 둘러싼 정부와 여론의 시선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라, 대규모까지는 아니더라도 일정 부분은 발맞추는 모습을 보여줄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최소한 일부 인선을 조정해 변화 의지를 드러내려는 움직임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