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 감소…임차인 부담 커지나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 감소…임차인 부담 커지나

기사승인 2026-02-21 06:00:08 업데이트 2026-02-21 13:42:27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송파구와 강남구 아파트 단지 모습. 쿠키뉴스 자료사진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이 1년 새 30% 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규모 전세사기 사태 이후 줄어들기 시작한 전세 물량이 정부의 규제 강화와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증가 등의 영향으로 빠르게 축소된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선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가 전세 공급 감소를 더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0일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만9242건으로 집계됐다. 1년 전 같은 날(2월 20일) 2만8942건과 비교하면 9700건(약 33.5%) 줄었다. 매매 매물도 감소했다. 지난해 9만1605건이던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은 올해 6만5416건으로 2만6189건 줄었다.

자치구별로 봐도 전세 매물 감소세가 뚜렷했다. 매물이 늘어난 곳은 서초구(3197건→3529건)와 송파구(2249건→3596건) 두 곳뿐이었고, 나머지 23개 구는 모두 감소했다. 감소 폭이 가장 큰 곳은 성북구로 1326건에서 124건으로 1202건(90.7%) 줄었다. 이어 △관악구(-78.2%) △중랑구(-72.3%) △동대문구(-72.0%) △강동구(-69.5%) △노원구(-68.3%) △광진구(-68.0%) 순으로 감소율이 높았다. 강북구(-65.9%)와 도봉구(-64.7%), 은평구(-63.5%), 서대문구(-62.4%), 구로구(-60.8%) 등도 60% 안팎 감소했다.

수급 지표도 악화하고 있다. 전세수급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이를 웃돌면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의미다. KB부동산에 따르면 1월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163.73으로 2021년 9월(167.65) 이후 5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157.72에서 11월 158.45, 12월 159.80으로 오른 데 이어 올해 1월에도 상승하며 수요 우위 현상이 심화되는 모습이다.

전세 매물 감소는 전세사기 사태 이후 본격화됐다. 이른바 ‘빌라왕’ 사태가 드러난 이후 시장 불안이 커지며 전세 물량이 빠르게 줄었다.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023년 2월20일 5만11건에서 2024년 2월20일 3만3114건, 2025년 2월20일 2만8942건, 2026년 2월20일 1만9242건으로 감소했다.

정부의 규제 강화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는 지난해 두 차례 규제 강화를 통해 사실상 ‘갭투자’를 차단했다.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하는 수요가 줄어들면서 전세 공급 역시 자연스럽게 감소했다는 분석이다.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증가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이달 20일까지 체결된 전세 계약 2만7300건 가운데 1만3095건(약 48%)이 갱신 계약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3만9537건 중 1만3689건(약 35%)이 갱신 계약이었다. 신규 계약이 줄면서 시장에 나오는 매물도 감소하는 구조다.

최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로 전세 매물 감소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미국 IAU 교수)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이후 서울 전세 매물이 빠르게 줄고 있다”며 “다주택자가 전세를 공급하는 구조인 만큼, 이들의 시장 이탈은 전월세 공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세 매물 축소는 매매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 들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누적 0.88% 올라 전국 평균 상승률(0.57%)을 웃돌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월 셋째 주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0.08% 상승하며 오름세를 이어갔다. 부동산원은 매물 감소가 지속되는 가운데 역세권 대단지 등 선호 단지를 중심으로 임차 수요가 유지되면서 전반적인 상승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정부가 다주택자 규제를 강화하는 상황이다 보니 전세 물량이 축소되고 있다”며 “또 매매를 하고 싶어도 대출 규제 등으로 쉽게 매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전세로 돌아서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전세를 두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유림 기자
reason@kukinews.com
이유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