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비롯한 주요 교역국에 부과한 ‘상호관세’에 대해 최종 위법 판결을 내렸다. 상호관세의 법적 근거가 상실되면서, 이를 낮추기 위해 체결된 대규모 대미 투자 약속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미 연방대법원은 2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부과의 법적 근거로 제시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이 대통령에게 관세 부과 권한을 주지 않는다고 최종 판결했다. 재판부는 6대 3으로 지난 1심과 2심의 위법 판결 기조를 유지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IEEPA가 대통령에게 수입을 ‘규제’(regulate)할 권한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에 규제할 권한에는 ‘관세’가 포함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4월2일 미국의 만성적 무역적자가 국가 안보와 경제에 큰 위협이 된다고 주장하며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어 IEEPA에 근거해 세계 각국에 차등 세율을 적용하는 ‘상호관세’ 부과 방침을 밝혔고, 일정 유예기간을 거쳐 실제로 부과해왔다. 역대 미국 대통령 가운데 관세 부과를 위해 IEEPA를 발동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이다.
이번 판결로 트럼프 행정부는 정치적·재정적 부담을 동시에 떠안게 됐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관세 수입을 재원으로 추진해온 정책 구상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이미 징수한 관세에 대한 환급 요구에도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펜실베이니아대의 ‘펜-와튼 예산 모델’(PWBW) 경제학자들을 인용해 이날 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로 인한 환급 규모가 1750억 달러(약 254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무엇보다 상호관세의 법적 기반이 무너지면서 관세 인하를 조건으로 약속된 각국의 대미 투자 계획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앞서 한국 정부는 자동차관세와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기 위해 3500억달러(약 5064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약 7958조원), 유럽연합(EU)은 6000억달러(약 8682조원)에 달하는 투자 계획을 제시하며 미국과 새로운 무역 협정을 체결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대법원 판결 뒤 백악관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무역법 122조에 근거해 전 세계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관세는 3일 후 발효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청와대는 이번 판결 직후 “정부는 연방대법원 판결 내용 및 미국 정부의 입장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국익에 가장 부합하는 방향으로 (대응 방안을)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한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25%로 재인상할 수 있다고 시사한 이후 미국 측과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