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저축은행 업권 전반의 규제 체계를 전면 개편한다. 저축은행의 대출 대상을 기존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까지 확대하고, 대형 저축은행에는 은행 수준의 자본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 골자다.
부동산 중심의 영업 구조에서 벗어나 실물경제 지원 기능을 강화하고, 자산 규모별로 차별화된 건전성 관리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취지다.
금융위원회는 23일 저축은행중앙회에서 이억원 금융위원장 주재로 저축은행 대표와 관계기관이 참석한 정책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저축은행 건전 발전방안’을 발표했다.
중견기업까지 대출 허용…여신 포트폴리오 다변화
우선 중견기업 대출 활성화를 위해 상호저축은행법 목적규정(제1조)의 영업대상을 ‘중소기업’에서 ‘중소·중견기업’으로 넓히고, 영업구역 내 의무여신비율 산정에도 중견기업을 포함한다. 금융당국은 경제 규모가 커지고 대형사가 등장했는데도 법 목적이 중소기업에 머물러 “현실과 괴리”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성장 잠재력이 높은 중견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이 가능해지면서 저축은행의 여신 포트폴리오도 다변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또 자영업자·소상공인 금융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개인사업자 신용대출에 온투업 연계투자 허용(혁신금융서비스)을 추진한다. 사잇돌대출에서 개인사업자 상품 분리도 단계적으로 검토한다. 현재 저축은행 개인사업자 대출은 13조5000억원(총대출의 14.5%), 이 중 담보대출이 93%로 쏠려 있어 신용대출 기반이 약하다는 점을 문제로 들었다.
지방 대출 확대 유도…예대율 규제 산정방식 개편
지역 자금 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제도 개편도 추진된다. 금융당국은 예대율 산정 시 수도권 대출 가중치는 높이고 비수도권 대출 가중치는 낮추는 방식으로 규제를 조정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6개 영업구역을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구분해 수도권 대출 가중치는 105%로 상향하고, 비수도권은 95%로 낮춘다. 예를 들어 100억원을 대출할 경우 수도권은 105억원, 비수도권은 95억원으로 반영되는 방식이다. 제도 변경에 따른 충격을 고려해 1년의 유예기간도 부여한다.
이와 함께 비상장주식 보유 한도를 자기자본의 10%에서 20%로 확대해 혁신기업 등에 대한 투자 여력도 확대한다.
체크카드 단독 발급 허용…대형사 중심 영업 규제 완화
영업 규제도 일부 풀린다. 대형 저축은행에는 새로운 사업 기회를 부여하고, 중·대형 저축은행의 기업 및 개인사업자 여신 한도도 현실화한다.
자산 5조원 이상 대형 저축은행은 일정 요건(BIS 비율 13% 이상, 최근 2년간 경고 이상 제재 없음 등)을 충족할 경우 직불·선불전자지급수단(체크카드, 모바일 쿠폰 등)을 독자적으로 취급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한다. 현재는 중앙회 공동사업 형태로만 가능해 개별 저축은행의 상품 전략을 반영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2025년 기준 저축은행 체크카드 사용금액(1710억원)의 92.5%가 SBI저축은행과 웰컴저축은행에 집중된 상태다.
자산 1조원 이상 중·대형 저축은행의 차주별 신용공여 한도도 상향한다. 법인 한도는 기존 120억원에서 140억원(비수도권 150억원)으로, 개인사업자는 60억원에서 70억원(비수도권 75억원)으로 확대된다. 다만 부동산 PF와 부동산업, 건설업 관련 대출은 한도 상향 대상에서 제외해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을 유도한다.
아울러 저축은행 업무 체계를 은행권과 유사한 ‘고유·부수·겸영업무’ 체계로 재편해 신규 업무 진입을 보다 유연하게 허용한다. 업권 자율규제였던 방송광고 시간대 제한도 심의 절차를 강화하는 조건으로 완화할 예정이다.
대형 저축은행, 은행 수준 자본규제 적용
규제 완화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형 저축은행에는 은행 수준의 자본 규제가 단계적으로 적용된다. 금융당국은 자산 5조원 이상 대형 저축은행이 현재 바젤Ⅰ 기준으로 BIS 비율을 산출하면서 리스크가 과소평가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신용리스크 측정 방식 고도화를 우선 도입한 뒤 시장·운영리스크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래 상환능력(FLC)을 반영한 자산건전성 분류 기준도 도입한다. 이는 기존의 사후 연체 중심 관리에서 벗어나 부실 가능성을 사전에 반영하는 체계로 전환하는 것이다. 대형 저축은행의 리스크 관리 수준을 은행권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의미다.
또한 완충자본 제도를 도입해 필요 시 자본 확충 권고나 배당 제한이 가능하도록 하고, 저축은행 자산관리회사 설립을 통해 부실채권 관리 역량도 강화할 계획이다.
소형 저축은행 규제 부담 완화…영업 규제도 일부 개선
반면 자산 1조원 이하 소형 저축은행은 건전성이 양호한 경우 외부감사 주기를 완화하는 등 규제 부담이 일부 줄어든다. 규모별 특성을 반영해 중소형 저축은행의 경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다.
또 일정 요건을 충족한 대형 저축은행은 체크카드와 모바일 쿠폰 등 직불·선불전자지급수단을 자체적으로 취급할 수 있게 된다. 차주별 신용공여 한도 역시 확대돼 법인은 120억원에서 140억원으로, 개인사업자는 60억원에서 70억원으로 상향된다.
아울러 자산 규모에 따라 대주주 지분 보유 한도를 차등 적용하는 소유 규제도 도입해 지배구조 건전성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저축은행은 이제 단기 수익에 몰두하던 영업 구조에서 벗어나 실물경제와 지역사회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고, 거점지역 단위에서 전국 단위까지 서민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과 정체성을 정립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방안은 단기적 대응책이 아니라, 저축은행이 중장기적 건전성과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기 위한 구조적 전환의 출발점으로 마련됐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