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결권 여전히 ‘찬반 체크’”…금감원, 운용사 스튜어드십 이행 점검 예고

“의결권 여전히 ‘찬반 체크’”…금감원, 운용사 스튜어드십 이행 점검 예고

운용사 의결권 91.6%이나 연금엔 못 미쳐
내부 거버넌스 정비 핵심 과제로 제시
운용업계 “우수기관에 인센티브 부여 등 요청”

기사승인 2026-02-24 15:01:03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현판. 쿠키뉴스 DB.

금융감독원이 자산운용사들의 의결권 행사와 주주활동이 여전히 ‘찬반 의사표시·단순 문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 점검을 앞두고 수탁자 책임을 대폭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금감원은 24일 황성협 금융투자협회장, 18개 자산운용사 대표이사(CEO)와 간담회를 열고 자산운용사가 투자자의 자산을 위탁받아 운용하는 수탁자로서 의결권 행사와 공시 등 신인의무(Fiduciary Duty)를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선오 금감원 부원장은 “의결권 행사는 신인의무를 이행하는 가장 중요한 본연의 업무”라면서도 “중요 안건에 대한 깊은 검토 없이 기계적으로 찬성하는 사례가 있었다는 점은 업계가 함께 자성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투자자가 투자판단에 활용할 수 있도록 주총 개별 안건별로 구체적인 검토 내용과 표결 사유를 충실히 공시해 달라고도 당부했다.

또한 황 부원장은 “코스피 5000 시대 개막 과정에서 자산운용업계가 시장 외형 성장에 기여했지만, 그에 걸맞은 수탁자(steward) 역할은 아직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공·사모펀드 의결권 행사율은 지난 2023년 79.6%, 반대율 5.2%에서 2024년 행사율 91.6%, 반대율 6.8%로 개선됐지만, 같은 해 국민연금(행사율 99.6%, 반대율 20.8%), 공무원연금(행사율 97.8%, 반대율 8.9%) 등 주요 연기금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그는 상법 개정에 따른 주주권 강화 흐름과 스튜어드십 코드 실질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언급하며 “의결권 행사와 공시를 형식적으로 처리해서는 안 되며, 자본시장 참여자의 기대에 부응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스튜어드십 코드 개편과 관련한 선제적 대응도 주문했다. 정부와 민간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스튜어드십 코드 내실화 방안’에 따라 올해 처음으로 자산운용사·연기금을 대상으로 이행 점검과 평가 결과 공개가 예정돼 있는 만큼, 각 사가 면밀히 준비해야 한다는 취지다. 올해 자산운용사·연기금(68개사)을 시작으로 2027년 PEF운용사·보험사, 2028년 증권사·은행·자문사, 2029년 VC·서비스기관 등으로 점검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상장주식 중심이던 적용 자산군을 비상장주식·채권으로 넓히는 방안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내부 거버넌스 정비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황 부원장은 “상당수 운용사에서 의결권 행사와 주주권 행사를 전담하는 조직과 의사결정기구, 성과지표(KPI) 등 성과보상 체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며 “CEO가 직접 나서 수탁자책임 활동 전담조직과 의사결정 구조, KPI 체계를 정비해 달라”고 당부했다. 

금감원은 운용사들의 수탁자책임 강화 노력이 시장에서 투명하게 평가받을 수 있도록 업계와 수시로 소통하고, 이행 우수기관에 대한 인센티브, 교육 프로그램·모범사례 제공 등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자산운용업계는 신인의무의 내실 있는 이행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현실적인 제약 요인을 전달했다. 업계는 전문 인력 부족, 펀드 분산투자로 인한 비용 대비 효익 한계, 낮은 지분율에 따른 영향력 제약 등이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걸림돌이 돼 왔다고 설명하면서 이행 우수기관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와 교육·모범사례 제공 등 역량 강화 지원을 요청했다. 수탁자 이익 우선 원칙을 천명하거나, 운용사 내부 위원회를 통해 외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는 방안 등으로 수탁자책임 활동의 독립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금감원은 올해에도 자산운용사의 의결권 행사 내역 전반을 점검하는 동시에 주주권 행사 자체 프로세스 구축 여부를 추가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의결권 행사·불행사 사유 기재, 내부지침 공시 현황, 공시기준 준수 여부 등을 살펴 미흡한 사례는 개선을 유도하고, 우수 사례는 시장에 공유해 책임 있는 의결권 행사를 정착시키겠다는 계획이다.

황 부원장은 “운용사가 투자자 이익을 대변하는 수탁자라는 점을 잊지 말고, 기업 가치 제고와 거버넌스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로 자본시장의 ‘파수꾼’ 역할을 다해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임성영 기자
rssy0202@kukinews.com
임성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