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2030년까지 국가암검진 대상 암의 조기진단율을 60%로 끌어올리고, 희귀암 생존율을 67%까지 높이겠다는 암 관리 목표를 제시했다. 지역 내에서 암환자가 연속적으로 관리되고 연계될 수 있도록 지역암센터 중심의 암 진료협력 시범사업도 추진된다.
보건복지부는 24일 국립암센터에서 국가암관리위원회를 개최하고 ‘제5차 암관리종합계획(2026~2030)’을 심의·의결했다. 그간 정부는 부동의 사망원인 1위인 암에 대해 국가적 차원의 효과적인 암 관리를 추진하고자 지난 30년간 4차례 종합적인 암 관리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국가암검진 사업에 힘입어 국내 암 사망률은 미국, 일본보다 낮은 수준이다. 국가암검진 6대 암(위암, 유방암, 대장암, 간암, 폐암, 자궁경부암)의 5년 상대생존율(2019~2023년)은 69.9%로, 약 20년 전(50.7%)과 비교해 19.2%p(포인트) 상승했다. 또 6대 암의 52.9%가 국한(암이 발생한 장기를 벗어나지 않은 상태) 단계에서 조기 발견되고, 이 경우 5년 상대생존율은 92%에 육박한다.
하지만 인구 고령화 등에 따라 암 발생은 증가 추세다. 암 예방을 위한 구체적인 노력도 저조한 실정이다. 일각에선 암 검진 수검률이 낮은 대장암과 2000년 이후 암 사망 원인 1위인 폐암에 대해선 국가암검진 개선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온다. 특히 암환자의 수도권 집중 현상이 지속되고 있어 필수의료인 암에 대해서도 지역완결적 의료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부상했다.
오는 3월 의료·요양 통합돌봄 사업 시행과 맞물려 암생존자 관리 필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2023년 기준 암 진단 이후 5년 초과 생존한 암환자는 국민 30명당 1명(3.3%)인 169만7799명이다. 존엄한 삶의 마무리를 위한 연명의료결정제도 개선 및 호스피스 활성화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지역암센터 시설·장비 보강…‘암 진료협력 시범사업’ 시행
이에 정부는 ‘모두를 위한 암 관리, 더 나은 건강한 미래’를 비전으로 4개 분야, 12개 중점과제, 68개 세부과제로 암관리종합계획을 세웠다. 이를 통해 연차별 시행계획을 마련하고 관리할 계획이다. 특히 △2030년까지 6대 암의 조기진단율 ‘60%’ △10대 암의 수술 자체충족률 ‘65%’ △암생존자 삶의 질 ‘85점’ △암 특화 멀티모달 데이터 ‘7만 건’ 구축을 이번 종합계획의 핵심 성과지표로 삼았다.
우선 복지부는 지역암센터의 진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후화된 시설과 장비에 대해 리모델링 등 시설을 보강하고, 최신 암 진단·치료 장비 지원을 추진한다. 또 국립암센터와 지역암센터 간 연구 연합체(컨소시엄) 구축을 통해 지역암센터 임상·연구 역량을 키울 계획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역 암 진료·검진 격차 문제에 대해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인력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며 “어디를 가던 표준 진료가 가능하다는 믿음을 줄 수 있도록 지역·필수의료 강화 전략과 함께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지역암센터 중심 진료협력 활성화를 위해 ‘암 진료협력 시범사업’이 추진된다. 이를 통해 지역암센터가 지역 여건과 현황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을 기반으로 지역 특화 암 관리 개선 과제를 발굴하고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또 지역암센터의 기능과 역할을 명확하게 반영할 수 있도록 권역암센터로 명칭을 변경하고, 지역암센터 성과를 종합 평가해 충족 시 재지정 등 평가결과 환류도 추진한다. 지역 암 전문 의료인력 양성, 암데이터 구축 및 연계 강화 등 지역암센터의 정책 지원 역할도 확대한다.
소아청소년 암환자가 지역 내에서 안정적으로 진료받을 수 있도록 소아청소년암 거점병원을 현재 5개소에서 1개소 추가한다. 암환자 부담이 높은 항암 신약은 건강보험 적용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의 진단과 치료에 미치는 영향도 분석할 계획이다. NGS는 기존 단일 유전자 검사와 달리 한 번에 수십에서 수백 개의 유전자를 하나의 패널로 구성해 유전자를 분석하는 검사 방법이다.
국립암센터 역할은 더 강화한다. 의료장비 지원을 확대하고, 혁신항암연구센터 건립을 통해 암 치료제 개발을 체계적으로 지원한다. 특히 한국형 암 임상 연구 네트워크(KCON) 구축해 암종별 임상적 근거 기반의 표준치료법 개발과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을 추진할 계획이다. 대부분의 임상시험은 다국적 제약사, 연구개발 수탁 전문기관 주도로 진행되고 있어 국내 암환자 치료 접근성 제고를 위해 연구자 주도의 암 임상시험 필요성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일본(JCOG)과 미국(NCTN)의 경우 국립암센터(국립암연구소) 주도 하에 연구 네트워크가 운영되고 있다.
소아청소년 암생존자 관리 강화…호스피스 확대
그동안 소외됐던 성인 및 소아청소년 암생존자 관리는 한층 강화된다. 정부는 증가하는 암생존자의 건강관리 수요 충족을 위해 암생존자 통합지지사업 수행기관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인프라를 확충한다.
암 치료 후 건강상태 평가를 바탕으로 대상자별 통합지지 프로그램을 고도화하고, 콘텐츠 다양화와 체감형 홍보도 강화한다. 암생존기 관리계획(SCP)에 따른 일차의료 연계형 건강관리 모델 개발도 추진한다. 구체적으로 그간 성인과 소아 중심의 프로그램이 개발·운영되던 것에서 앞으로 암종별, 생애주기별 등 대상자별 특성에 따른 프로그램을 고도화한다.
종합병원, 요양병원중심으로 윤리위원회 및 공용윤리위원회 설치 확대 등 연명의료결정제도 수행 의료기관이 확대된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서식도 환자의 선호와 가치관을 생애말기 의료·돌봄 현장에 정확히 반영할 수 있도록 개편된다. 환자와 의료진이 조기에 연명의료 상담을 시작할 수 있도록 암 말기가 예견되는 시점으로 상담 시작 시점을 개정한다. 현재 임종기로 한정된 연명의료 유보·중단 가능 시기에 대해서도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적용 범위 확대도 검토해 나갈 예정이다.
아울러 가정형 호스피스 수가 개선, 암 적정성평가 정규지표에 암환자 호스피스 상담률 도입 검토 등을 통해 호스피스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확충한다. 사별가족 돌봄, 영적 돌봄 등 호스피스 제공인력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질 관리도 강화한다.
양한광 국립암센터 원장은 “암생존자 또는 암경험자에 대한 접근 방식도 한 단계 발전시키고자 한다. 지금까지는 생존자라는 큰 범주에서 살펴봤다면, 앞으로는 이분들을 보다 세분화해 평가하고 각자의 상황에 맞는 필요를 찾는 방향으로 나아갈 예정”이라며 “조기에 암을 발견해 사회적 지지가 상대적으로 덜 필요한 분들도 있지만, 중증 치료를 경험한 분들에게는 보다 집중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암 치료 중심 정책 속에서 말기 돌봄이 적극적으로 담기지 못했던 측면이 있었다”며 “존엄한 삶의 마무리 또한 의료 서비스의 일환이라는 관점에서 더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지역 암 관리와 암 연구에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다. AI 기반 지역 암 관리 분석 및 예측 모델을 개발해 지역별 세부 결과 제공 등 과학적 정책 기반을 확립할 방침이다. 기존 국가암데이터센터는 국가암AI·데이터센터로 확대·개편한다. 암데이터 결합·분석 등을 지원하는 데이터 코디네이터도 양성한다.
희귀·난치암의 경우 효율적인 연구를 위해 임상경과 등을 공유하는 ‘희귀암 임상진료 다기관 연구’를 활성화하고, 희귀·난치암 혁신 치료제 개발을 위해 단일 면역치료제의 한계를 보완하는 연구도 추진할 계획이다.
국가암검진 AI 활용 확대…“암 사각지대 없게”
암 치료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예방이다. 정부는 폐암 등 예방 가능한 암에 대한 효과적인 조기 개입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폐암의 경우 검진 대상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대장암은 현재 50세 이상에게 1년 주기로 분변잠혈검사를 실시하고 양성 판정 시 추가로 대장내시경 검사를 하고 있으나, 대장암검진 권고안 개정사항 등을 고려해 대장내시경 검사 도입을 추진한다.
암검진 결과에 따른 후속진료 기준을 마련하고, 사후관리를 단계적으로 도입하며 AI 판독 보조 등 국가암검진에 AI 활용도 확대할 계획이다. 부정확한 암 정보로 인한 국민 혼동을 방지하기 위해 국가암지식정보센터를 통해 AI 활용해 정확한 최신 암 정보를 제공하고, 검증서비스를 활성화할 방침이다.
이형훈 복지부 2차관(국가암관리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종합계획으로 암 예방과 조기 진단을 강화하는 한편, 치료 이후의 관리와 암 연구가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체계를 마련해 암 관리 정책의 효과성을 높이고자 노력했다”며 “암 사각지대 없이 모두를 위한 암 관리를 실현하고, 지역과 환자가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펼치기 위해 정부가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