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배터리 등 첨단산업의 필수 원료인 핵심광물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을 축으로 한 공급망 경쟁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자원빈국’인 한국이 이 흐름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다운스트림(downstream) 등 가공·제조 단계의 기술 패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24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핵심광물: 주도형 공급망 구축 토론회’에서 최영재 포스코인터내셔널 상무(그룹장)는 “희토류 밸류체인 전(全) 과정에 있어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핵심광물 공급망 문제는 안보 리스크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희토류는 광산·채굴 단계인 업스트림(upstream)과, 제련(추출·분리) 단계인 미드스트림(midstream)을 거쳐, 금속화·분쇄·소결 및 가공 등 최종 제품으로 만드는 다운스트림을 통해 각 수요처에 공급된다.
한국은 최근 정상회담을 통해 세계 희토류 매장량 2위 국가인 브라질과 핵심광물 협력을 확대하는 등 정부와 기업 차원에서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있지만, 다운스트림을 포함해 전 밸류체인에 있어 중국의 글로벌 비중이 여전히 80~90%를 웃도는 상황이다.
이에 미국을 필두로 아시아(한국·일본·인도), EU(유럽연합) 등이 모인 핵심광물 안보 파트너십(MSP, Minerals Security Partnership)이 ‘지전략적 자원협력 포럼(FORGE)’으로 재출범, 오는 6월까지 우리나라가 의장국을 맡고 있다.
최 상무는 “미국의 관점에서 핵심 산업의 공급망 우위를 점하지 못할 경우 글로벌 힘의 균형이 흔들릴 수 있기에, 이러한 다자협력체는 초당적 방향”이라고 짚었다.
실제로 FORGE 회원국 중 일본은 2010년 센카쿠 사태 이후 희토류 공급이 정상화됐음에도 꾸준히 탈중국 전략을 전개해 온 결과, 중국 의존도를 과거 90%대에서 2025년 기준 50~60%대까지 낮췄다. 최 상무는 “세계 각국에서 공급망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일본 종합상사와 가장 많은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일본은 자국 수요 기반의 비중국 밸류체인을 형성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모든 과정에서의 완전한 탈중국화는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전 밸류체인의 탈중국화는 공급망 확보를 위해 자국 내 보조금, 세액공제·공공금융, 직접 offtake(구매계약)를 적극 지원하고 있는 미국·EU도 아직 이루지 못한 과제다. 이와 관련해 최 상무는 “일본은 원료-제조 연계로 역할을 제한함에 따라 종합적 밸류체인 육성이 미흡했고, 미국의 경우 원가 수준이 높고 제조 경험이 적어 공정 이슈로 인해 다운스트림을 통한 양산이 지속적으로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정경우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본부장은 ‘핵심광물 가공·생산기술의 현황과 기회’ 발표를 통해 “연료를 연소해 더 많은 에너지를 내는 것이 중요했던 과거 석유산업과 달리, 현재는 연소를 하지 않고 자연과 기술이 결합한 전기에너지 등을 생산할 수 있는 시대가 됐고, 이를 주도할 수 있는 것이 핵심광물”이라며 “특히 우리나라는 소재산업까지 발전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다자협력체 등 글로벌 공급망 협력체계가 재편된 이후 모든 밸류체인을 누가 장악할 수 있느냐가 국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정 본부장은 중국이 더 이상 자원만을 무기로 삼고 있는 게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인도네시아 니켈 광산을 개발해 해당 산업을 거의 독점하고 있는 중국의 사례로 봤을 때도, 중국은 자원 패권뿐만 아니라 ‘기술 무기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결국 묻혀 있는 자원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기술”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 EU는 시장 규모를 무기로, 중국은 전 밸류체인을 무기로, 아르헨티나·호주 등 자원국가는 자원을 무기로 경쟁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자원빈국으로서 기술패권을 주도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발표 이후 이어진 토론에선 미·중 전략경쟁 심화 속에서 핵심광물이 안보 자산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며, 산업 수요와 안보 수요를 구분한 전략적 접근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반도체·배터리용 광물은 민간 중심의 시장 전략을 강화하고, 희토류·텅스텐 등 안보 핵심 광물은 공공 주도의 관리 체계를 병행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이날 권이균 지질자원연구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핵심광물 공급망의 출발점은 자원이지만, 방향을 결정하는 힘은 기술에 있다”며 “우리나라는 자원은 부족하지만 기술혁신과 산업 역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제조 강국으로 성장해온 만큼, 이러한 기술 경쟁력을 핵심광물 전주기로 확장해 나간다면 공급망의 수동적 참여자를 넘어 능동적으로 설계하고 주도하는 국가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