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는 부의 무상이전에 대해 부과되는 세금이다. 상속세와 증여세는 그 이전 시점이 사후냐 생전이냐에 따라 차이가 있을 뿐, 무상이전에 대해 과세를 한다는 점은 동일하다. 노무 제공에 따른 대가로 받는 돈에 소득세가 부과되는 것처럼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원칙은 상속, 증여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상속세의 경우 일괄공제 제도를 두고 있어, 상속재산이 5억원(배우자의 경우 일반적으로 최소 1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부터 세 부담을 지게 된다. 따라서 상속세를 낮추자는 이야기는 대부분의 서민들과는 관련이 없다. 이런 점에서 상속세 문제는 자산 양극화 문제와 맞닿아 있다. 상속세를 통해 부의 세습이 완화되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상속세 제도에 대해 ‘국가 세수 확보 외에 재산상속을 통한 부의 영원한 세습과 집중을 완화해 국민의 경제적 균등을 도모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확인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이다. 이는 소득세 최고세율(지방소득세 포함 49.5%)과 유사한 수준이다. 만약 상속세 최고세율만 낮추자고 한다면, 이는 근로소득보다 불로소득에 더 큰 세제 혜택을 주자는 것이라 불합리하다. 그렇다고 소득세 세율까지 전체적으로 낮추자니 국가 세수 확보 관점에서 부담이 크다. 우리나라의 소득세 세 부담은 G7, OECD 등 다른 나라들에 비해 이미 낮은 편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자산가치 상승에도 불구하고 약 25년 전에 설정된 누진구간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여전히 상속세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우선 코로나19 유행 시기의 자산가치 상승에 따라 상속세 세 부담이 급격히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명목 GDP 대비 상속세 세 부담을 살펴보면 2014년 0.3%, 2020년 0.5%, 2021년 0.7%, 2023년 0.7%로 2021년 무렵 크게 상승한 것으로 확인된다. 이 시기 자산가치 상승은 세계적 현상이었지만 OECD 평균은 꾸준히 0.1% 수준으로 특별한 변화가 없었다. 각 연도별 내국세 징수액 중 상속세가 차지하는 비중을 살펴보더라도 2014년 3.2%, 2020년 4.2%, 2021년 6.1%, 2024년 8.2%로 과거에 비해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상속세 세 부담 확대에도 불구하고, 상속세의 누진구간은 변화가 없었다. 현행 상속세 최고세율인 50%는 과세표준이 3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부터 적용된다. 이 기준은 2000년 1월1일부터 시행돼 온 것이다. 2000년의 30억원과 지금의 30억원은 가치에 있어 차이가 크다. 1인당 국내총생산만 봐도 2000년 약 1만2000달러에서 2024년 약 3만6000달러로 3배 가까이 증가했으니, 최소한 상속세 누진구간에 대한 변경을 이야기하는 것은 ‘부자감세’라기보다 ‘합리화’에 가까운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별개로, 상속세의 유산취득세 방식 전환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상속세는 상속재산 전체를 기준으로 하는 유산세와 상속인별 상속취득재산을 기준으로 하는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구분되는데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위스 등 다수의 OECD 가입국들은 유산취득세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유산세 방식은 과거 개인의 소득 파악이 불분명하던 시절 생전 소득에 대해 사후적으로 일괄해 과세하는 의미도 가지고 있었는데, 현재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필요성을 논할 상황은 아니다. 그리고 유산취득세 방식의 경우 개인에게 귀속된 소득에 대해 과세한다는 점에서 유산세 방식보다 합리적이라는 평가가 있다. 이미 정부 차원에서도 상속세를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하기 위한 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결국 상속세 개편 논의를 단순한 ‘부자감세’ 프레임이나 ‘징벌적 세금’이라는 감정적 대립으로만 소비해서는 안 된다. 부의 세습을 완화하고 기회의 평등을 제공한다는 상속세 본연의 목적은 지키되, 25년 전 물가에 머물러 있는 낡은 과표구간을 현실화하고 합리적 과세 체계로 다듬어 나가야 한다. 시대 변화를 반영한 정교한 제도 개선이야말로 소모적 논쟁을 끝내고 조세 저항을 줄이는 가장 빠른 길일 것이다.
권태준 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