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회장 연임 특별결의’ 속도조절…국민연금도 사외이사 추천 안 해

KB금융, ‘회장 연임 특별결의’ 속도조절…국민연금도 사외이사 추천 안 해

기사승인 2026-02-25 18:07:43
KB금융. 쿠키뉴스 자료사진

KB금융지주가 ‘회장 연임 시 주주총회 특별결의’ 도입을 이번 이사회 안건에 최종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은 이번에도 사외이사 추천에 나서지 않았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다음 달 정기 주주총회에 상정할 안건을 확정했다. 

핵심 쟁점이었던 ‘연임 시 특별결의’ 도입을 골자로 한 정관 변경은 안건에서 제외됐다. 현재 대표이사 선임은 상법에 따라 이사회 결의로 이뤄지지만, 정관으로 정한 경우에는 주주총회 일반결의를 거쳐 선임할 수 있다. 일반결의는 발행주식 총수 4분의 1 이상 출석과 출석 주주 과반 찬성으로 의결된다. 하지만 최근 금융당국과 정치권은 연임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특별결의’ 도입을 압박해왔다. 특별결의는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참석과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찬성을 필요로 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특별결의 도입은 지배구조의 근간을 바꾸는 중대한 사안인 만큼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적 쇄신은 당국의 권고를 적극 반영했다. KB금융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는 사외이사 후보로 서정호 법무법인 더위즈 대표변호사를 추천했다. 서 후보자는 1995년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행정·사법고시에 모두 합격한 법률 전문가로, 국세청과 재정경제부를 거친 ‘금융·조세통’이다. 상법 개정 등으로 이사회 책임과 내부통제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인 만큼, 실무형 법률 전문가를 영입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게 KB금융의 구상이다.

임기 1년의 중임 후보로는 조화준·최재홍·김성용·이명활 사외이사가 추천됐다.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인 여정성 사외이사는 3년 임기 만료로 이번 주주총회를 끝으로 퇴임한다. 이들은 2026년 정기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정식 선임될 예정이다. 금융지주 사외이사는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에 소속돼 차기 회장을 선임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이번 인선으로 이사회 내 교수 출신 비중은 기존보다 낮아진 42%(3명)로 조정됐다. 교수 출신 편중 현상을 해소하라는 금융당국의 권고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이 군불을 지폈던 국민연금의 사외이사 추천은 이번에도 실현되지 않았다. 앞서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0일 8개 금융지주 회장이 참석한 간담회에서 “금융지주 회장의 경영승계 요건과 절차는 보다 명확하고 투명해야 하며,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준을 갖춰야 한다”면서 “전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의 주주 추천 등 사외이사 추천 경로를 다양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국민을 대표하는 주주’는 사실상 국민연금을 지칭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연금은 KB금융(8.68%), 신한금융(9.10%), 하나금융(8.68%) 등 주요 지주의 지분 6~9%를 보유한 ‘큰 손’이다. 

이론적으로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 등을 기반으로 금융지주 사외이사 후보 추천을 포함한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다. 다만 지금까지 사외이사를 직접 추천한 전례는 없다. 국민연금이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려면 지분 보유 목적이 ‘일반투자’나 ‘경영참여’여야 한다. 현재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일반투자로 분류된 곳은 KB금융이 사실상 유일하다. 신한·하나·우리금융은 모두 단순투자 상태다. 단순투자는 주총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에만 머무르는 소극적인 주주활동 형태로, 일반투자보다 수위가 낮다.

국민연금 측은 사외이사 추천 문제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사외이사 후보 추천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 보건복지부 소관인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책위)의 논의와 결정을 거쳐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금융지주 사외이사 후보 추천과 관련한 공식적인 내부 절차나 기준 마련 여부는 현재로서는 확인해 줄 수 없으며 답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금융권에서는 국민연금이 사외이사 추천권을 행사할 경우 발생할 ‘관치 금융’ 논란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추천권 행사는 지배구조를 흔드는 변수”라며 “정치적 중립성과 전문성 논란이 해소되지 않는 한 국민연금이 선제적으로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