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채권 팔아도 책임 끝까지…소멸시효 ‘관행적 연장’ 제동

연체채권 팔아도 책임 끝까지…소멸시효 ‘관행적 연장’ 제동

금융회사, 기한의 이익 상실 전 채무조정요청권 별도 안내
채권 양수인의 불법행위 발견시 감독당국에 보고 의무화

기사승인 2026-02-26 14:01:39
금융위원회. 쿠키뉴스 자료사진 

금융당국이 장기 연체자 양산을 막기 위해 금융권의 ‘소멸시효 기계적 연장’ 관행을 손질한다. 연체채권을 다른 추심회사에 매각하더라도 원채권 금융사가 고객 보호 책임을 계속 부담하도록 하고, 재매각 단계까지 관리 의무를 지우는 방안을 추진한다. 연체자 보호를 강화하고 과잉 추심 부작용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금융위원회는 26일 서울 광진구 신용회복위원회 광진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 교육장에서 제2차 포용적 금융 대전환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개인 연체채권 관리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금융위는 그동안 금융권이 연체채권을 직접 보유·추심하는 경우에는 추심총량제 등 엄격한 규제를 적용받지만, 채권을 매각할 경우 원채권 금융회사의 고객보호책임이 사실상 단절되는 구조적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앞으로는 연체채권을 매각하려는 금융사는 양수인의 불법행위에 대해 점검·보고할 의무를 갖는다. 또 채권 매매계약서에 재매각 가능 여부·범위와 재매각 시 승계되는 채무자 보호 조건을 포함해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신용회복위원회 신속 채무조정 중인 채권은 매각이 금지된다.

채권 소멸시효 연장도 어려워진다. 지금까지는 소송이나 지급명령을 반복해 소멸시효를 기계적으로 연장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이에 앞으로는 소멸시효 완성을 조건으로 연체채권에 법인세법상 비용처리를 허용해 금융회사가 시효 연장을 고집하지 않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금융권 건전성 관리 부담을 감안해 은행·보험은 5000만원 이하, 저축은행·상호금융·여신전문금융사는 3000만원 이하 연체채권(계좌수 기준 90%이상)에 우선 적용하기로 했다. 아울러 금융회사에만 인정돼 온 지급명령 공시송달 특례를 폐지하는 내용의 법 개정도 함께 추진한다. 

금융위에 따르면 매년 약 30만명의 신규 장기 연체자가 발생하고 있다. 5년 이상 이어진 초장기 연체 채권은 지난해 말 기준 285만8000건에 달한다. 금융위는 “연체 채권의 소멸시효를 반복적으로 연장하면서 장기 연체자가 금융권 안에 누적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연체 초기 단계에서의 대응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기한의 이익 상실 이전에 금융회사가 먼저 채무 조정 제도를 안내하도록 의무화한다. 자체 채무 조정 과정에서 원금 감면이 이뤄질 경우, 금융회사의 손실로 인정해 채무 조정에 적극 나서도록 유인하기로 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어려움에 처한 차주도 제도권 금융 안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선제적이고 예방적인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며 “고객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금융회사들이 차주의 어려움을 가장 먼저 감지하고, 조기에 대응하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