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노동당 제9차 대회 폐막을 기념해 개최한 열병식을 이례적으로 무기 공개 없이 병력 중심으로 진행한 가운데, 핵무력 증강과 첨단 재래식 전력 강화를 병행하는 이른바 ‘핵-재래식 통합(CNI)’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26일 군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25일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 약 1만5000여명의 병력을 투입했으나 별도의 무기·장비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는 지난해 10월 당 창건 8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병력 1만6000여명과 12종 60여대 장비를 동원했던 것과 대비된다.
북한 매체가 공개한 사진에서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극초음속 전략미사일 등 핵심 전략자산은 등장하지 않았다. 합동참모본부는 “한미 정보당국이 열병식을 예의주시하고 있었으며, 북한의 공개보도를 포함해 관련 사안을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에 따르면 이날 행사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비롯해 당·정 간부들이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연설에서 “우리 무력은 모든 상황에 준비되어 있다”며 “나라의 주권과 안전이익을 침해하는 어떤 군사적 적대행위에도 즉시에 처절한 보복공격을 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열병식에서 전략무기 공개를 자제한 것과 달리, 북한은 당 중앙군사위원회를 통해 향후 5개년 계획 기간 동안 군사기술력을 ‘세계 최강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며 핵·재래식 전력 동시 강화를 천명했다.
조선중앙통신은 26일 보도를 통해 지상·수중발사형 ICBM, 인공지능(AI) 기반 무인공격 전력, 대위성 공격 특수자산, 전자전 무기체계, 고도화된 정찰위성 확보 등을 새 계획에 포함했다고 전했다. 이는 기존의 핵 억제력 과시에 더해 실제 전장에서 운용 가능한 첨단 재래식 무기체계를 결합해 전쟁수행 능력을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당 대회 사업총화 보고에서 “국가핵무력을 년차별로 강화할 전망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핵무기 수를 늘이고 핵운용 수단과 활용 공간들을 확장하기 위한 사업에 전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핵탄두 증강은 물론, 육상 기반 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발사 플랫폼을 다변화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수상·수중 전력의 핵무장화가 강조됐다. 북한이 지난해 12월 건조 장면을 공개한 8700t급 핵잠수함이 수중 핵전력의 핵심 전력이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는 지난 2021년 8차 당 대회에서 제시한 ‘핵잠 및 수중 발사 핵전략무기 보유’ 기조를 유지·강화하는 흐름이다.
북한은 핵전력의 군사적 효용성을 높이기 위한 보충 타격수단도 증강하겠다고 밝혔다. 전술핵 탑재가 가능한 600mm 방사포, 유도 기능을 갖춘 신형 240mm 방사포, 전술 유도미사일 등을 연차별로 증강 배치해 타격의 밀도와 지속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상대 지휘통신체계를 마비시킬 전자공격 무기체계, 형상기억 기술을 활용한 AI 탑재 공격 무인기, 위성자산을 공격할 레이저 무기 개발 방침도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4차 산업혁명 기술을 군사적으로 접목한 ‘비대칭 전력’ 강화 전략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편 북한은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이후 비무장지대(DMZ) 내 군사분계선(MDL) 이북 지역에 지뢰를 매설하고 철책선을 설치하는 등 국경선 요새화 작업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겨울철로 일시 중단됐던 작업이 재개될 경우 군사적 긴장 고조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열병식이 대외적으로는 수위 조절 메시지를 보내면서도, 내부적으로는 핵과 첨단 재래식 전력을 결합한 새로운 군사전략 전환을 공식화하는 계기가 됐다고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