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 인가 끝, 이제 본게임…한화 ‘허브’ vs 교보 ‘실물 딜’

STO 인가 끝, 이제 본게임…한화 ‘허브’ vs 교보 ‘실물 딜’

한화證, 그룹 차원 ‘RWA 허브’ 올인
교보證, 실물 STO ‘딜 메이커’ 승부수

기사승인 2026-02-27 06:00:15 업데이트 2026-02-27 08:46:43
서울 여의도 한화증권과 교보증권 본사 전경.  

조각투자 장외거래소(유통 플랫폼) 인가 절차가 일단락되면서 증권업계의 경쟁 구도도 변하고 있다. 이제는 ‘누가 인가를 받느냐’보다 ‘누가 먼저 시장의 판을 짜느냐’가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한화투자증권과 교보증권 모두 실물자산 토큰화(STO·RWA)에 힘을 싣고 있지만, 전사적 조직 개편과 대규모 투자, 그룹 차원의 프로젝트 추진 강도 등을 고려할 때 한화가 한 발 앞서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중형 증권사 가운데선 한화투자증권과 교보증권이 STO·디지털 자산 사업에 가장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곳으로 꼽힌다. 

다만 접근법은 다르다. 한화투자증권이 그룹 차원의 실물자산과 자산관리(WM) 고객 기반을 글로벌 RWA(실물자산) 네트워크에 연결하 인프라 허브를 지향한다면, 교보증권은 교보생명그룹의 재생에너지·부동산·조각투자 파트너를 묶어 개별 실물 STO 딜을 발굴하는 딜 메이커 역할에 방점을 찍고 있다.

장외거래소 인가 경쟁에서도 흐름은 한화 쪽이 좀 더 유리하게 전개됐다. 한화투자증권은 예비인가를 받은 넥스트레이드(NXT) 컨소시엄의 참여 증권사로 직접 이름을 올렸고, 교보증권은 루센트블록에 전략적 지분 투자를 해온 투자자로, 업계에선 루센트블록 컨소시엄에 간접 참여한 것으로 본다. 결과적으로 NXT는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라 본인가가 중단될 수 있지만 조건부 예비인가를 받았고, 루센트블록 컨소는 탈락했다.

한화證, 그룹 차원 ‘RWA 허브’ 올인
 
한화투자증권은 스스로를 ‘디지털 자산 전문 증권사’로 규정하고, ‘Global No.1 RWA Hub’를 공식 비전으로 내걸었다. 단순히 토큰증권을 발행하는 수준을 넘어 국내외 주식·채권 같은 전통 자산과 STO를 포함한 디지털 자산을 하나의 앱에서 통합 관리·거래하는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이를 위해 기존 디지털혁신실을 ‘디지털혁신부문’으로 격상하고, STO·온체인 사업·글로벌 확장·신사업 발굴을 총괄하는 ‘미래전략실’을 신설하는 등 전사 조직을 디지털 자산 중심으로 재편했다. 블록체인·인공지능(AI)·웹3 교육을 담당하는 디지털 L&D 센터와 토큰증권·디지털 자산 전담 분석조직인 디지털자산리서치팀을 신설해 디지털 역량을 조직 전반에 심고 있다. 미래전략실은 해외 법인과 그룹 계열사를 잇는 ‘디지털 실크로드’ 구축을 과제로 내걸고 방산·에너지 등 그룹 실물자산을 RWA 기초자산으로 삼는 구상까지 검토하고 있어, 프로젝트 위상이 그룹 핵심 과제 수준으로 올라섰다는 평가다.

외부 기업 투자나 제휴를 보면 선점 의지는 더 분명해진다. 한화투자증권은 미국 토큰증권 전문사 시큐리타이즈에 지분 투자를 단행해 글로벌 RWA 발행·유통 인프라와 연결 고리를 만들고, 글로벌 웹3 기업 크리서스에는 약 180억원을 집행해 디지털 지갑·보안 인프라까지 선점하겠다는 카드를 꺼냈다. 크리서스의 시드리스 복구 기술과 MPC 기반 지갑 솔루션을 한화의 RWA 플랫폼과 고객 지갑에 접목해 사용자 편의성과 보안을 동시에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온체인 데이터·공시 측면에서는 쟁글 운영사 크로스앵글과 MOU를 맺고 100억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집행해, STO 시장에서 필수적인 공시·데이터 분석 역량까지 외부와 결합했다. 내부적으로는 INF컨설팅을 STO 플랫폼 구축 파트너로 선정해 토큰증권 시스템 개발에 착수한 상태여서, 비전·조직·투자에 더해 인프라 구축까지 병행하는 ‘풀스택 RWA 증권사’ 그림이 구체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선 이런 전사적 조직 개편과 수백억원대 대외 투자, 그룹 실물자산 연계 구상이 맞물리면서 “현재 중형사 중에선 한화가 STO·RWA에 가장 ‘진심’인 하우스”라는 평가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주식·채권 등 금융자산에 STO를 포함한 모든 형태의 디지털 자산까지 하나의 앱에서 관리하고 거래할 수 있는 디지털 자산 플랫폼을 오는 6월 국내 리테일 고객에 서비스하기 위해 개발하고 있다”며 “해외법인 네트워크와 연계한 글로벌 RWA 유통망을 구축해 국경 없는 디지털 금융 생태계를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교보證, 실물 STO ‘딜 메이커’ 승부수

교보증권의 방향은 조금 다르다. 교보증권은 AI·DX 및 디지털 자산 중장기 전략을 담당하는 미래전략파트를 신설하고, 디지털 자산 조직을 ‘디지털자산Biz부’로 확대 개편하는 등 디지털·STO 사업에 방점을 찍은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제도권에서 진입 가능한 STO 발행·유통시장 컨소시엄 참여를 추진하는 한편, 재생에너지 신탁 수익증권형 토큰증권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신청해 신재생에너지 발전 수익을 기초로 한 STO 구조를 준비 중이다.

외부 파트너십을 보면 실물 STO 딜 소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교보증권은 미술품 STO사 테사, 부동산 STO사 루센트블록, 블록체인 인프라 기업 람다256, 일본 SBI 디지털마켓츠 등과 잇따라 MOU를 맺으며 미술·부동산·해외 디지털자산 인프라까지 실물 STO 포트폴리오를 넓혀가고 있다. 다만 그룹 차원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와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측면에선 한화만큼 공격적인 그림이 드러나 있진 않다. 현재까지는 인프라 플레이어라기보다 개별 실물 딜 중심의 전략에 더 가깝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교보증권 관계자는 “루센트블록은 벤처캐피탈(VC) 차원에서의 지분투자였다”며 “KDX(한국거래소-코스콤 주도 컨소시엄)에 교보생명이 참여한 만큼 교보증권도 함께 할 일들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국내 STO 시장의 성장은 누가 먼저 의미 있는 거래량과 투자자 저변을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장외거래소 인가 논란이 일단락된 만큼 이 시장에 관심이 있는 증권사들의 물밑 작업이 더욱 빨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임성영 기자
rssy0202@kukinews.com
임성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