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도 넷플릭스처럼?…보험시장 포화 속 ‘구독형 보험’ 부상

보험도 넷플릭스처럼?…보험시장 포화 속 ‘구독형 보험’ 부상

기사승인 2026-02-26 17:30:32
월 단위로 가입과 해지가 가능한 ‘구독형 보험’이 보험 산업의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보험 구조와 규제 한계로 인해 확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진은 정광민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김미현 기자.


보험은 미래의 손해에 대비하기 위한 제도지만, 사고가 발생하지 않으면 보험금을 받지 못하는 구조로 인해 소비자가 혜택을 체감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지적돼 왔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보완하고 포화된 보험 시장에서 새로운 보험 수요를 창출하기 위한 대안으로 ‘구독형 보험’ 모델이 제시됐다.

정광민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는 26일 열린 보험연구원 산학세미나에서 “보험은 위험이 발생했을 때 손실을 보상하는 제도지만, 보험료를 지불하더라도 실제 사고가 발생해야만 보험금을 받을 수 있어 고객이 효용을 체감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며 “구독형 보험 서비스는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보험료 내도 ‘받을 일 없는’ 구조…구독형 보험 대안으로 부상

구독은 매달 일정 금액을 내고 원하는 기간 동안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넷플릭스나 음악 스트리밍처럼 필요할 때 이용하고, 더 이상 필요 없으면 해지할 수 있는 구조다.

정광민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는 “구독형 보험은 이러한 구독 방식을 보험에 적용한 것”이라며 “정기 결제를 기반으로 디지털 채널에서 쉽게 가입하고 해지할 수 있고, 고객이 원하는 보장 항목과 한도를 직접 선택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소비자는 보험을 장기간 유지해야 하는 부담 없이, 필요한 기간 동안만 월 단위로 이용할 수 있다. 또 자신의 생활 방식에 맞춰 필요한 보장만 골라 가입할 수 있어 보다 유연한 보험 이용이 가능하다.

구독형 보험은 여러 형태로 운영될 수 있다. 소비자가 직접 필요한 보장을 선택하는 방식도 있고, 보험사가 고객 데이터를 바탕으로 맞춤형 보장을 추천하는 방식도 있다. 차량이나 전자제품 같은 구독 서비스에 보험을 함께 제공하거나, 보험에 건강관리나 법률 상담 같은 서비스를 결합하는 형태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차량 구독 서비스를 이용할 때 보험을 함께 제공하거나, 전자제품 구독 서비스에 파손·도난 보장을 추가하는 방식이다. 헬스케어 서비스에는 운동 중 부상 보장을, 여행 서비스에는 여행 중 사고나 손해를 보장하는 보험을 결합할 수 있다.

이처럼 구독형 보험은 소비자가 자신의 생활에 맞춰 필요한 보장을 유연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보험사 입장에서도 고객과 지속적으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어 새로운 사업 기회가 될 수 있다.

정 교수는 “구독형 보험은 보험사가 단순히 보험금을 지급하는 역할을 넘어, 고객의 위험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서비스 제공자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보험 산업의 새로운 성장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광민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교수가 26일 열린 보험연구원 산학세미나에서 ‘구독형 보험’ 모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미현 기자.

편의성과 소비자 보호 균형 과제…불완전판매 우려도

다만 구독형 보험이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가장 큰 쟁점은 소비자 보호와 판매 행위 문제다. 가입 절차가 간편해지는 대신 상품 설명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불완전판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 교수는 “설명하는 데 오래 걸리면 가입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그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며 “(충분한 설명 없이 가입이 이뤄지면) 불완전판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고객이 인지하지 못하도록 유도하는 다크패턴 문제, 가입자가 정보를 누락하는 연성 보험사기 가능성 등도 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상품 구조 측면에서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구독형 보험은 가입과 해지가 자유로운 만큼 위험 평가와 보험료 산출 기준을 실시간으로 적용해야 한다. 정 교수는 “반복적인 보장 변경에 따른 보험료 정산 기준 마련과 해지환급금 처리 방식, 복수 담보 결합 시 위험 상관성 평가 등 상품 설계와 운영 측면에서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고 말했다. 

임베디드 보험부터 단계적 도입…보험 소비 패러다임 변화 전망

정 교수는 구독형 보험서비스 도입을 위해 단계적 접근 방안을 제시했다. 초기에는 기존 구독 플랫폼에 보험을 결합하는 임베디드형 방식으로 시작하고, 이후 소비자 주도형과 보험사 추천형 모델을 시범 운영한 뒤 제도 개선을 통해 부가서비스형 모델로 확대하는 방식이다.

정 교수는 구독형 보험이 보험 산업의 구조 변화를 이끌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구독형 보험 서비스는 디지털 채널을 통한 실시간 계약과 유연한 가입·해지 구조를 기반으로 새로운 보험 소비 패러다임을 형성할 수 있다”며 “보험사의 디지털 전환과 규제 개선 등 제도적 지원이 병행된다면 신규 고객 창출과 시장 확대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보험연구원 산학세미나에서 토론자들이 구독형 보험상품 검토사항과 제도 도입 과제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김미현 기자.

“구독형 보험 수요 분명하지만 규제 간극 커”…제도 개선 촉구

이날 세미나 토론에서는 보험업계가 ‘구독형 보험’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주목하고 있지만, 현행 규제와 수익성 구조가 현실적인 확산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공통적으로 제기됐다. 특히 소비자가 기대하는 구독 서비스 형태와 보험상품의 구조적 특성 간 괴리가 커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정수 교보라이프플래닛 상품개발 담당 임원은 “보험은 해지 후 재가입 시 건강 상태나 연령 때문에 가입이 제한되거나 보험료가 상승할 수 있어 일반적인 구독 서비스처럼 유연하게 이용하기 어렵다”며 “또 현재 구독형 보험은 월 1000원에서 1만원 수준의 소액 상품이 대부분인데, 보험사는 일정 수준 이상의 보험료가 있어야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 기반 보험은 설계사 수수료 등 비용이 줄어드는 만큼 소비자 혜택으로 환원할 수 있다”며 “구독형 보험 활성화를 위해 상품 구조와 규제, 수익성 기준 등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운기 손해보험협회 판매채널제도팀장은 “구독형 보험은 소비자의 보험 접근성을 높이고, 개인별 위험에 맞는 보장을 제공할 수 있는 미래형 모델”이라며 “보험사도 단기 계약 경쟁에서 벗어나 장기적인 고객 관계 관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 다만 “보험 상품에 대한 설명 의무가 보험업법뿐만 아니라 금융소비자보호법에도 기재돼 있어 다양한 법률 체계의 제약을 받고 있다”며 “이런 설명 의무 등이 완화되지 않고서는 구독 서비스와 같은 새로운 서비스 출시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손재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구독형 보험이 일회성 계약이 아닌 ‘지속적 서비스’로 전환할 수 있는 가능성은 있지만, 손해율 악화와 역선택, 규제 부담 등이 핵심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입과 해지가 자유로우면 가입자 안정성이 떨어지고 역선택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보험사 입장에서는 손해율이 악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구독형 보험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사업 모델 개선뿐 아니라 제도와 규제 측면의 정비도 필요하다”면서 “보험 산업의 새로운 성장 모델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김미현 기자
mhyunk@kukinews.com
김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