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보수의 텃밭인 대구를 찾아 지지자들과 소통하며 민심 행보에 나섰다. 국민의힘 지도부를 향해서는 ‘윤석열 노선’을 고수한 채 당을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하며, 보수 재건을 위해 역할을 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 전 대표는 27일 대구 서문시장에서 “12·3 비상계엄 이후 보수는 갈 곳을 잃고 혼란을 겪었다. 그 과정에서 이재명 정권이 탄생했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면서 “지금부터 보수 재건에 나서야 한다. 그 길은 계엄을 옹호하고 탄핵을 반대한 ‘윤석열 노선’을 끊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노선 세력이 저를 제명한 이유는 ‘한동훈 노선’을 거부한다는 의미다. 그렇게 되면 미래가 없다”며 “계엄은 위헌·위법했고 그런 계엄을 일으킨 대통령은 그 자리를 지키면 안 됐다. 이제 정면으로 이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윤석열 노선을 끊어내는 것은 과거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끊어내지 못하면 미래를 향해 나아가지 못한다”면서 “윤석열 노선으로는 이재명 정권을 견제할 수 없다. 저를 계엄과 탄핵의 바다를 건너는 도구로 사용해달라”고 호소했다.
한 전 대표는 지도부와 당권파를 두고 윤어게인(윤석열 전 대통령 강성 지지층)의 ‘숙주’로 당선된 세력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당권파는 극우 세력과 부정선거를 옹호하는 세력과의 관계를 끊으면 개인적 생존이 어렵다고 판단해 보수와 국민의힘이 망하더라도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라며 “그렇게 하면 지방선거는 물론 당의 존립도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지금처럼 좌우가 한목소리로 하나의 정치세력을 비판하는 경우가 있었나”라면서 “보수의 재건은 곧 대한민국을 지키는 것이다. 전국의 많은 시민들과 만나며 지금이 보수를 재건해야 할 때라는 점을 설득하겠다”고 언급했다.
오는 6·3 재보궐선거 출마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아직 재보궐선거 지역구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어딜 가겠다고 밝히는 것은 의미가 없다. 출마를 배제할 이유도 없지만 이를 염두에 두고 활동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지금은 보수 재건이 필요한 시점이다. 선거를 계기로 사람들이 모였을 때, 시민들의 주도로 보수 재건의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를 두고 국민의힘 내부의 평가는 엇갈렸다. 당권파 나경원 의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중대한 사안이 많음에도 당의 내부 갈등만 부각되는 현실이 안타깝다”면서 “나 홀로 세 과시를 하는 얄팍한 자기 정치에 매몰된 이들 때문”이라며 한 전 대표를 겨냥했다.
김석기 의원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가 한 전 대표라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조용히 ‘백의종군’할 것”이라며 “한 전 대표가 당의 험지를 찾아 ‘국민의힘 후보를 많이 당선시켜야 나라가 발전할 수 있다’는 자세로 선거를 돕는다면 선거 지형이 바뀔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 의원은 “당에서 어려움을 당하고도 나라를 지키기 위해 이번 선거를 돕는다면, 한 전 대표에 대한 평가가 훨씬 높아질 것”이라면서 “수도권 지역에 한 전 대표 지지자가 많은 만큼, 백의종군 선언은 한 전 대표의 큰 지도자 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일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면 친한계 박정훈 의원은 “한 전 대표에게 ‘백의종군’을 요구하는 것은 한 전 대표가 아직 국민의힘 소속이라는 것을 전제한 것”이라며 “그 제안이 진정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한동훈 제명’은 부당했다는 주장이 함께 제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그 누구도 정당사에 남을 부당한 징계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조차 밝히지 않았다”며 “명분을 잃고 국민에게 외면받은 국민의힘을 위해 한 전 대표가 다시 돌아와, 당을 민심의 눈높이에 맞추는 역할을 해주길 조용히 응원하는 편이 낫지 않겠냐”고 꼬집었다.
한편 이날 한 전 대표의 서문시장 방문 현장에는 친한계 박정훈·배현진·진종오·우재준·김예지 의원 등과 김종혁 전 최고위원이 동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