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저도 마라맛 예능을 기획할 때가 있어요. 가명으로 한 번 해볼까 생각도 했고요. 그런데 제가 아이가 둘 있거든요. 아이들이랑 같이 볼 콘텐츠를 보면 항상 순해지더라고요.”
최근 서울 상암동 테오(TEO) 스튜디오에서 만난 김태호 PD는 ‘도파민 홍수’ 속 ‘착한 예능’을 고집하는 이유를 묻는 말에 이같이 답했다. 사회적 화두와 대중성 모두 놓치지 않았던 ‘무한도전’부터 음원 수익 전액을 기부한 ‘굿데이’까지 김 PD의 예능에는 늘 메시지가 있었다.
현재 방영 중인 MBC 예능 ‘마니또 클럽’ 역시 그렇다. ‘마니또 클럽’은 하나를 받으면 둘로 나눌 줄 아는 사람들의 모임을 콘셉트로 한 언더커버 리얼 버라이어티다. 스타들의 마니또 놀이 정도로 오해하기 쉽지만 초등학생, 소방관 등 ‘시크릿 마니또’에게 선물 같은 순간을 선사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제니의 제안에서 출발한 콘셉트다.
“작년 여름 제니 씨가 올 겨울 시청자들께 선물이 될 만한 아이템을 해보면 어떨지 물어보셨어요. ‘선물’이라는 단어에서 마니또까지 간 거죠. 소외된 이웃을 도우며 선한 영향력을 전하는 프로그램들이 있지만 우리는 최대한 우리 영향력을 숨기고 마음을 앞세우는 형태로 해보자고 결론이 났어요. ‘일상에 작은 선물이 도착했는데 알고 봤더니 내가 좋아하는 스타라면 어떨까’라는 느낌의 프로그램을 제안했더니 많은 분이 호응해 주셔서 진행할 수 있었어요.”
이같이 기획의도는 소박하고 따뜻하지만 출연진은 또 초호화 라인업이다. 게다가 기수별로 출연진이 바뀌는 옴니버스 형식이다. 추성훈·노홍철·이수지·덱스·제니가 1기로, 박명수·홍진경·정해인·고윤정·김도훈·윤남노가 2기로 함께했다. 3기로는 차태현·황광희·박보영·이선빈·강훈이 있다.
“궁금한 분들이 있어요. 근데 궁금한 분들과만 일하다 보면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다 보니 익숙한 분들과 새로운 분들의 조합을 잘 짜보려고 해요. 이번에도 중요시했던 것이 예능인의 비율과 배우의 비율도 있었지만 이분들이 어느 정도 친분과 케미스트리가 있는지 사전에 조사했어요. 이 콘텐츠가 메시지를 주고 끝나는 게 아니라 이분들이 오프라인에서도 관계를 유지하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촬영이 끝난 다음 저희가 개입하지 않는 상태에서도 약속을 잡는 모습을 보면서 되게 뿌듯했었죠.”
그러나 시청률은 1~2%(이하 닐슨코리아 제공)대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아직 방영분이 남았다고 해도 아쉬운 성적이다. 김태호 PD는 “다행히 더 떨어질 데가 없는 지점”이라며 지금의 단계를 ‘영점 조정’이라고 표현했다.
“반등할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생각하면서도 저희가 화려한 출연자분들한테 기댄 것들이 있었다고 보면 어떻게 보완해야 할지 고민해야겠죠. 제 스타일상 처음부터 명확하고 뚜렷한 기획물을 내놓는 게 아니라 일단 던져보고 그 다음 영점 조정해서 가는 편이에요. 제일 중요한 건 시청자 반응이거든요. 시청자들의 선호를 알아가면서 옮겨가는 게 제 스타일이었기 때문에 ‘마니또 클럽’도 갈수록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에 정확하게 다가갈 거란 자신감은 있어요.”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출범, 유튜브 웹예능 활성화 등 확연히 달라진 미디어 환경과도 무관하진 않다. 특히 김태호 PD는 최고 시청률 28.9%를 기록한 국민 예능 ‘무한도전’의 수장이었다. 김 PD는 “상당히 혜택 받았던 시기였다. 2001년 입사했을 때 대한민국 예능 PD 합치면 180명밖에 안 된다는 얘기를 들었었다”고 회상했다.
“180명 안에서 선택받고 그 채널 안에서 편성되고, 자기 콘텐츠를 할 수 있었던 사람들한테는 좋은 시기였죠. 어떤 프로그램을 론칭해도 당연히 시청률 10이 넘고 잘되면 30이 넘던 시절이니까요. ‘본방 사수’라는 표현도 되게 일방적이잖아요. ‘이 시간에 방송할 거니까 못 보면 너희 언제 볼지 몰라’라는 뜻이죠. 그때 제가 들었던 제일 웃겼던 농담이 ‘시청률 한 자릿수 나오면 엘리베이터 이용 못 한다’였어요. 지금이면 아무도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가 없는 상황인 거죠.”
그렇다고 그 시절에 안주하는 인상은 아니었다. 김태호 PD는 “요즘 시청자들이 도파민이 많이 나오는 콘텐츠를 원하시니까 저도 그런 것을 준비해야 할지 많이 고민한다”면서도 “뒷북 치는 콘텐츠는 안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는 개인의 의지라기보다 그가 운영하고 있는 테오의 방향성에 가깝다.
“결국 제가 손이 가는 건 어떤 메시지가 있는 것들이더라고요. 그래도 독한 것도 한 번 해보자는 고민을 꽤 하고 있어요. 사실 회사에 60~70명 가까이 되는 PD들이 있고 이들이 제가 좋아하는 방향에 맞출 필요가 없게끔 다양한 걸 해보려고 해요. 조만간 새로운 것들을 저뿐만 아니라 테오에 있는 크리에이터들이 많이 선보일 예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