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6300선을 돌파한 가운데 최근 한 달 동안 국내 반도체 상장지수펀드(ETF)를 중심으로 투자자금이 물밀듯이 유입되고 있다. 반도체 개별주에 직접 투자하기 부담스러운 투자자들이 ETF로 방향을 틀어 업종 전체에 베팅하는 모습이다. 같은 기간 국내 반도체 ETF에만 2조원이 넘는 자금이 몰리면서 코스피 랠리의 ‘숨은 엔진’ 역할을 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27일 코스콤 ETF CHECK에 따르면 최근 한 달(1월27~2월27일) 간 국내 반도체 관련 ETF 22개에 약 2조2200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특히 △TIGER 반도체TOP10에는 1조1282억원이 들어와 1위를 기록했다. △KODEX 반도체(4861억원), △KODEX 삼성전자채권혼합(3385억원)이 그 뒤를 이어 2·3위를 차지했다. 상위 3개 상품에만 2조원 가까운 자금이 집중된 셈이다. 같은 기간 국내 대표 해외 분산투자 상품인 △TIGER 미국S&P500에 7739억원이 유입된 것과 비교하면 투자자금이 해외 지수형보다 국내 반도체 섹터에 더 빠르게 쏠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차전지·조방원 때와 달라…실적 딛고 상승”
전문가들은 이번 국내 반도체 ETF로 집중되는 현상이 과거 2차전지나 조선·방산·원전(조방원) 테마 열풍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진단한다.
이대환 삼성자산운용 매니저는 “과거 2차전지 열풍은 주로 개인 투자자들의 강력한 팬덤과 숏 스퀴즈 현상이 결합되면서 미래 성장 기대가 과도하게 선반영됐던 측면이 컸다”며 “조방원 테마는 지정학적 위기나 정책 모멘텀에 따라 자금이 단기적으로 쏠리는 구조였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반도체 ETF로의 유입은 AI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 구축과 메모리 업황 개선에 따른 실질 실적 성장에 기반한 흐름이고, 자금 유입 규모도 이전 테마 장세와는 차원이 다른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정의현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본부장은 “기대감과 수익률이 맞물리면서 자금이 한 곳으로 몰린다는 점에서는 과거 테마와 유사하다”면서도 “이번 반도체주의 경우 AI 인프라 투자와 메모리 가격 상승을 바탕으로 한 실적 개선 폭이 폭발적이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고 진단했다.
증권사들이 추정한 삼성전자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70조원 수준으로 지난해 9월 46조5700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4배 가까이 급증했다.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도 48조2900억원에서 150조원 안팎으로 5개월 새 3배 이상 뛰었다. 미국 빅테크들이 AI추론 인프라 구축에 적극 나서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 D램, 낸드 등 메모리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다. HBM 생산에 집중한 탓에 범용 D램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D램 가격이 연일 상승해 수익성 개선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초보자, 반도체 ETF 담고…지수 추종·증권·금융ETF로 분산”
다만 단기간 반도체 ETF 수익률이 크게 오른 만큼, 추가 투자에 나설 때는 변동성과 분산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처음 시장에 진입하는 투자자와 이미 반도체 비중이 높은 투자자 간 전략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의현 본부장은 “반도체는 현재 국내 증시를 이끄는 핵심 업종이자 국내 산업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신규 투자자가 투자하기 좋다”면서도 “다만 시장의 흐름을 폭넓게 가져가려면 다른 성장 업종과 함께 담는 것이 수익 기회를 넓히는 측면에서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증시 강세의 온기가 성장주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고 정부도 코스닥 시장 체질 개선과 연기금 투자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TIGER 코스닥150 ETF를 활용해 성장주 전반의 온기를 함께 담는 전략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이대환 매니저는 “반도체 개별 종목보다 반도체 ETF 투자가 분산 투자 측면에서도 신규 투자자에게 유리하다”면서 “반도체 이외의 분산 투자를 원한다면 KODEX200, KODEX 코스닥150 등 국내 시장 전반에 투자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업종을 더 분산하고 싶다면 증권이나 금융 ETF도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